(28)“나, 이런 사람이야” 늑대가 된 리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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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리카온’ (1636~1638년, 캔버스에 유채,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소장)

‘제우스와 리카온’ (1636~1638년, 캔버스에 유채,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소장)

인생의 전성기에는 겸손해지기가 쉽지 않다. 모든 게 자신이 잘나 그리된 줄 알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칭찬을 많이 해서 가진 능력보다 자신을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인들이 떠받드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들 때문에 더 겸손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늑대가 된 인간이 리카온이다. 리카온은 아르디카아의 왕 펠라스고스의 아들로 리코수라는 최초의 도시를 건설하고 제우스 신전을 세운 전설적인 인물이다.

리카온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통치자가 된 후 여러 명의 아내에게서 50명의 아들을 두었다. 포악무도한 그는 아들들과 함께 사람들을 괴롭혔다. 때리는 것을 넘어 사람들 목숨을 하찮게 여겼다.

리카온은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자 자신감이 높아져 자신은 제우스보다 훨씬 강하며 언제든지 이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고 말하고 다녔다.

제우스는 자신을 비웃는 리카온의 말을 전해 듣고 그를 찾아간다. 제우스를 자신의 궁전으로 초대한 리카온은 근사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면서 식탁 위에 인육을 올렸다. 리카온이 인육을 제물로 바친 이유는 자신이 제우스보다 무섭고 힘이 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불경스러운 행동에 화가 난 제우스는 리카온의 궁전에 불벼락을 내렸다. 궁전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자 리카온은 겁에 질려 도망갔다. 제우스가 허둥지둥 도망치는 리카온에게 저주를 내리자 몸이 시커먼 털로 뒤덮였다. 늑대로 변한 리카온이 네 발로 뛰고 있었다.

제우스에게 벌을 받은 리카온을 그린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제우스와 리카온’이다. 독수리는 제우스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붉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제우스임을 나타낸다. 앞에 늑대 얼굴을 한 남자는 리카온이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접시에 담긴 고기는 사람의 갈비뼈다. 흰색의 식탁보는 고기가 제물로 바친 음식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독수리 코에 화살표가 있다는 것은 번개를 의미한다. 방향이 리카온을 향하고 있는 것은 제우스가 번개를 쳐, 벌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독수리 입에서 불을 뿜고 있는 것은 궁전이 불길에 휩싸이리라는 걸 암시한다.

루벤스의 이 작품에서 리카온의 손이 고기를 향해 있는 것은 제물을 제우스에게 바쳤다는 의미다. 편안하게 앉아 있는 제우스와 달리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는 리카온의 자세는 불이 난 궁전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주변 사람들은 위험을 감지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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