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미래를 지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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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대답은 “없다”이다. 그렇다. 없다. 다른 질문을 해보자. 그렇다면 인간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가? 아니다. 고도의 문명을 이뤘다고 자랑하지만, 대자연에서 공생, 혹은 기생하는 종일 뿐이다. 자연을 이용했다고 하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갈취당하고 착취당한 측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가 변화하면서 우리가 저지른 일들을 우리 스스로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WIC) 행사장에 있는 스크린 앞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WIC) 행사장에 있는 스크린 앞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까지도 문제인데 하나의 도전이 더 나타났다. 이미 20세기에 조지 다이슨이라는 인물은 “생명과 진화의 게임에는 세 명의 경기자가 참여해 있다. 그것은 인간, 자연 그리고 기계이다. 나는 자연을 지지한다. 그런데 자연은 궁극적으로 기계의 편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기계라는 존재는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총아 같은 것이다. 20세기 말 그것은 컴퓨터로 여겨졌다. 21세기 초에는 전 세계 컴퓨터가 연결된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여겨졌다. 이제는 사물이 연결됐다가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상상은 로봇으로 표상돼 오래전부터 문학과 영화에 다양하게 등장해왔다. 이제 그것이 실체로 나타났다. 다 예상했던 일이다.

알파고가 인간 고수를 판판이 깨놓은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챗GPT라는 게 나왔다. 인간의 과제를 해주고, 논문을 대신 써주고 보고서도 척척 작성해낸다. 뒤늦게 대학 과제물을 학생이 썼는지 AI가 썼는지 식별하는 기술을 만든단다. 정작 학자들은 연구논문을 AI에게 의뢰할 수 있다. 대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뿐인가. 이미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칼럼도 쓰고,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인간이 인공지능에 얼마나 막대한 투자를 했는가. 인간의 모든 지식을 연결시키려 하고, 인간의 언어, 자연어에 가장 가깝게 소통하려고 투자하지 않았는가. 기껏 손목의 스마트워치를 향해 “○○아, 몇 시인지 알려줘”라거나 TV를 보면서 “○○아, 넷플릭스 틀어줘” 이런 거나 하려고 개발한 기술이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난 이 아이들을 쓰지도 않는다. “다시 말씀해주세요. 못 알아들었어요.” 답답한 대답을 하거나 아예 엉뚱한 것을 틀기도 하니 포기하고 만다.

적어도 <어벤져스>의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지구를 구할 때 아이언맨과 연결돼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를 대행하는 스마트한 비서 ‘자비스’ 정도는 꿈꿔오지 않았나. 친구이자 파트너인 인공지능을 꿈꿔오지 않았는가. 이제야 비슷한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봉건시대 사고를 드러내면서 두려워하고 있다. 정말 미래를 꿈꿔왔나, 정말 혁신을 원하는가, 정말 게임에 뛰어들어 자연·기계와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는 각오를 하고 있는가.

학자들은 챗GPT를 포함해 인공지능의 수준을 최고도로 올리고 궁극의 질문을 던져라. “어떻게 하면 지구환경을 복원할 수 있겠니?”, “어떻게 하면 핵위협을 종식시킬 수 있겠니?”, “어떻게 하면 부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겠니?”

미래를 위해 제대로 질문을 던질 생각은 있을까.

<최영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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