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눈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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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공간을 잘라 의미를 꿰다

<말하는 눈> 노순택 지음·한밤의빛·2만1000원

[신간]말하는 눈 外

밥 먹듯 사진을 찍는 시대다.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이 버튼을 누르게 한다. 그러곤 잊고 지내다가 이따금 마음이 동할 때 클라우드에 저장된 수년 전 사진을 돌아보곤 한다. 즐겁지만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늘 아쉬움이 함께한다. 사진을 찍을 때 유품을 남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사진작가 노순택은 자신의 사진론을 담은 이 책에서 “사진기에 담긴 장면들은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에 관한 존재 증명이 됐다가 이내,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이제 흘러가 버렸다’는 부재 증명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건 욕망보다는 ‘시간을 붙들 수 없다는 불안’ 때문일지도 모른다. 노순택은 한국전쟁과 분단이 낳은 부조리한 풍경에 주목한 사진작가다. 해고 노동자와 사회적 참사 생존자들이 ‘망각과 맞서’ 싸우는 현장에서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분단의 향기>를 시작으로 <얄읏한 공>, <비상국가> 등의 전시를 열었다. 사진가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사진들은 보이는 사진 속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담아냈다. 이 책에서 그는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프레임 안에 가두는 가위질이자 잘린 공간의 안팎을 탐색하며 의미를 꿰어가는 바느질이라고 했다. 또한 사진은 맥락에 의존하는 텍스트라고 주장한다. 비극적 현장에서도 사진가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는 이것이 대단한 윤리적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찍기로 한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기계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생산된 사진을 어떤 맥락에 놓고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선의의 맥락에 놓인 사진도 악의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진의 함정이자 가능성이라고도 한다.

▲우주로 가는 물리학
마이클 다인 지음·이한음 옮김·은행나무·2만원

[신간]말하는 눈 外

힉스 보손, 암흑물질, 끈이론 등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소개한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알아낸 우주의 비밀은 무엇이고, 아직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미시세계부터 우주까지 물리학의 현재를 담았다.

▲어슐러 K. 르 귄의 말
어슐러 K. 르 귄, 데이비드 네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마음산책·1만6000원

[신간]말하는 눈 外

SF 문학의 거장인 어슐러 K. 르 귄의 국내 첫 인터뷰집이자 생애 마지막 책이다. 양성애자들의 행성인 게센과 권위를 벗어나 무정부주의적인 아나레스 사회 등 작가가 창조한 ‘어스시’ 세계가 등장한다. 차별적 언어를 개혁하고, 차이를 넘어서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노르만 올러 지음·박종대 옮김 열린책들·2만2000원

[신간]말하는 눈 外

나치 독일 시대를 마약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했다. 1920년대 독일 제약 산업의 성장,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국방군의 마약 배급과 마약에 중독된 히틀러와 주치의 테오도르 모렐의 의존 관계까지 마약으로 얼룩진 나치 독일의 역사를 파헤쳤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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