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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을 위한 ‘태화강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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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사람과 물고기 함께 헤엄칠 정도로 생태하천 아니다”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의 방사보가 2006년 4월 17일 철거되고 있다.  <경향신문>

울산 도심을 흐르는 태화강의 방사보가 2006년 4월 17일 철거되고 있다. <경향신문>

"태화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히 죽었던 태화강을 지금 준설해서 물을 풍부하게 하고 환경친화적으로 강을 정비하고 나니까 이제는 울산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누가 저보고, 태화강에서 요즘 수영을 못한다고 하기에, 왜 못하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물고기가 너무 많아서 헤엄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기에 우리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4대강 살리기도 바로 그런 목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29일 18차 라디오 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의 모델로 태화강을 들었다. 이 연설에 대해 울산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태화강 수질 개선은 울산 시민 전체가 일구어낸 것으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울산시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태화강은 울산시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인 결과 1991년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11.7ppm이던 것이 최근 1.0ppm 이하로 낮아졌다. 실제적으로 5급수 이하이던 수질이 1급수로 좋아진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에 가 보면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의 언급처럼) 물고기 때문에 수영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수영해본 사람들은 고기가 몸에 부딪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태화강은 이 대통령의 연설처럼 수영할 때 옆에 물고기가 뛰어노는 생태하천이 된 것일까. 또 과연 4대강 살리기의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울산지역 환경단체의 주장은 울산시 설명과 전혀 다르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물이 과거에 비해 맑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것은 관리 수질의 의미일 뿐 생태계가 회복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BOD수치가 좋아졌다고 해서 태화강의 생태가 되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 사무처장은 “수영을 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울산시의회 이은주 의원(민주노동당) 역시 “태화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수영을 할 정도로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의 연설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울산에서는 태화강 수질 개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2000년 6월 태화강에서 숭어가 떼죽음을 한 이후에 울산시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1급수가 됐지만 강열감량(유기물 함량 비율)이 높아 수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태화강은 매년 봄 적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 교수는 생명의강연구단의 일원으로 올해 4월 태화강 본류 13개 지점의 수질과 퇴적토 분석 등을 검사하는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박 교수는 “육안으로 보아도 일반인이 즐겨 수영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울산시 관계자의 표현과 환경단체·울산시의회 의원의 표현이 서로 다른 것이다. 여기에는 울산시에서 태화강 물축제의 일환으로 펼치는 전국수영대회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대통령과 울산시 관계자의 표현은 일반인의 수영이 아니다. 수영대회의 한 장면이다. 울산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영관련 관계자들이 사전에 시범수영을 했는데, 이 분들이 수질이 상당히 좋다고 평가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곳은 수심이 깊기 때문에 수영대회 외에는 일반인이 수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이 수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대한 반론이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6월 수영대회를 앞두고 울산시는 매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은주 시의원은 “수영대회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잠을 자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수영대회를 치를 수 있는 수질을 맞추기 위해 노심초사한다는 것이다. 이 시의원은 2007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울산시가 태화강 물축제를 위해 시민들이 먹는 사연댐의 물을 방류해 혈세를 낭비했다”면서 “물축제 후에는 방류를 중단함으로써 상류에 녹조까지 발생해 후유증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전시 행사를 위해 상류 쪽 식수원이 있는 댐의 물을 방류해 일시적으로 수질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태화강은 BOD수치가 개선됐지만 6월 수영대회를 앞두고 매년 적조 현상이 일어났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강물이 바닷물 때문에 빠지지 않아서 적조가 나타난다”며 “유해성 적조가 아니며 울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히 6월 수영대회를 앞두고 적조 현상이 나타나 울산시는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태화강 중류에 복류수를 개발해 하천 유지수로 흘러보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물을 일시적으로 가두었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방식이었다. 울산시의 관계자는 이를 ‘살수대첩’이라고 표현했다.

오영애 사무처장은 “지역에 알 만한 사람들은 수영대회를 위해 수질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울산시에서는 수영대회 때 대외적으로 치르는 행사이니만큼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봐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시의원은 “수영대회를 하는 구간인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만 1급수고, 하류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사무처장은 “수영대회를 위한 물을 만든 만큼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며, 돈을 들여 관리하지 않으면 유지가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일시적으로 하루이틀 물을 깨끗하게 해서 수영대회를 하면서 하천이 살아났다고 하는 것은 낯부끄러운 전시행정일 뿐”이라면서 “하천을 깨끗하게 살려놓으면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발을 담근다”고 꼬집었다.

4대강은 보 설치, 태화강은 보 철거
울산지역에서는 올해 초 시와 환경단체 간에 가동보 설치를 놓고 물밑 신경전이 펼쳐졌다. 울산시의 관계자는 “임시로 둑을 만들어 터뜨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항구적인 적조 방지대책으로 이곳에 가동보 설치를 검토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하천에 인위적인 시설물이 들어서면 하류 수질에 지장이 준다는 지적이 있어 철회했으며 내년에도 올해처럼 임시둑을 만들어 터뜨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영애 사무처장은 “울산시에서 가동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면서 “하류에 있는 방사보를 철거해 수질이 좋아졌는데 새로운 보를 설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의 태화강 탐사대는 태화강의 적조 대책안과 관련해 “가동보로 물의 흐름을 차단하여 간헐적으로 흘러보내는 시도는 미미한 수준의 효과를 가져올 뿐이며 오히려 보 내에 물을 저장하는 동안 물이 정체돼 미생물의 증식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교수는 “가동보를 일시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상중하 중 하책(下策)에 속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박 교수는 “보 위의 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며 보에 갇히는 물은 더러워지고 오염물질이 쌓인다”며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하천 오염을 유발시킨다”고 지적했다.

가동보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언급되는 보의 모델이다. 고정보가 아닌 가동보를 통해 홍수 때 미리 물을 빼고, 오염이 심할 때는 수문을 열어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정보든 가동보든 보는 강의 유속을 저하시켜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질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낙동강처럼 보가 10개 설치될 경우 상류 쪽 보에서 오염 축소를 위해 일시적으로 흘러내리는 물로 하류 쪽 보를 단계적으로 거치면서 수질이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태화강을 4대강 살리기의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는 태화강의 수질 개선과 전혀 상반된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 관계자의 주장이다. 4대강 살리기의 주요 내용은 대규모 준설과 보의 설치라고 할 수 있다. 보의 경우 태화강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과 거꾸로 나아간 것이다. 태화강 하류에 설치된 방사보를 울산시는 2006년 4월 철거했다. 보가 물을 정체시켜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이유였다. 이은주 시의원은 “4대강 살리기는 보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태화강 살리기는 보를 철거하는 방식”이라고 비교했다.

단기간에 막대한 예산 투입은 닮은꼴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보 철거가 태화강 수질 개선의 전적인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보 철거라는 한 가지 사업 때문이 아니라 복합적인 개선 사업 때문에 수질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울산시는 하수처리장 신설, 오니 준설, 오염원 차단, 방사보 철거 등으로 태화강의 수질을 개선시켰다. 울산시의 관계자는 “다른 도시에서는 엄두를 못 낼 만큼 울산시에서는 생활 오수 차단과 오니 준설에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태화강 유역이 거의 울산시에만 속해 오염하수 차단이 용이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환경단체가 보 철거를 수질 개선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울산시에서는 보 철거를 단지 하나의 개선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박창근 교수는 “방사보를 철거하고 오염물질이 쌓여 있는 것을 걷어낸 것이 수질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태화강 살리기와 4대강 살리기는 보를 철거하고 설치한다는 점에서 반대지만 여러 점에서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효과를 보려 한다는 점이다. 4대강 살리기에는 22조 원의 예산이 3년 동안 투입된다. 태화강 살리기에는 그동안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총 2868억 원의 사업비가 들 예정이다. 이은주 시의원은 “예산도 빠르게 책정됐고 집행도 초스피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 사업 계획으로 쓰는 예산이 실질적인 수질 개선에 쓰는 것이 아니라 수변 공간의 조성에 쓰이는 점도 비슷하다. 4대강 살리기에서 실질적으로 수질 개선으로 쓰는 예산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 예산은 준설과 보 설치, 수변 공간 조성에 들어간다. 준설과 보 설치가 수질을 개선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시한다. 준설과 보 설치는 수질 개선이 아니라 유람선을 띄운다든지 강 주변에 문화·관광 지역을 만드는 효과만 가져온다는 시각이 많다. 실질적으로 대부분 예산이 수변 공간을 조성하는 데 들어간다는 것이다. 오영애 사무처장은 “태화강 예산의 80~90%는 친수환경을 만드는 것에 투자된다”면서 “위락시설이나 공원시설을 만드는 것이지 수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얼마 없다”고 비판했다. 오 사무처장은 “태화강은 생태하천이라고 하지 않고 공원하천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태화강의 수질 개선은 4대강 살리기와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과 거리가 멀다. 울산은 태화강 상류쪽 댐에 취수원이 있다. 울산시가 있는 하류 쪽 수질 개선과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태화강의 물은 하천의 유지수로서 기능할 뿐이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취수원의 이동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질 개선은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깨끗해진 물을 보는 것일 뿐이다.

태화강 물고기에 대해서도 울산시와 환경단체의 주장은 엇갈린다. 울산시 관계자는 “숭어 등의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른다”고 말했다. 오영애 사무처장은 “바다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지만 누치와 숭어 외에는 태화강 고유어종이 없고 다양하지도 않기 때문에 강의 생태가 복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교수는 “수질과 물고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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