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폐의약품 ‘우체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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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복용하지 못한 의약품을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2%가 미복용 약을 쓰레기통이나 하수구·변기에 버렸다. 약국이나 보건소에 반환한다고 답한 비율(8%)의 약 7배에 달했다.

폐의약품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면 어디로 이동하게 될까.

2023년부터 우정사업본부가 세종시에서 시범실시하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폐의약 전용 회수용 봉투 / 우정사업본부 제공

2023년부터 우정사업본부가 세종시에서 시범실시하는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는 폐의약 전용 회수용 봉투 / 우정사업본부 제공

2018년 기준 종량제봉투로 버려지는 생활폐기물의 하루 발생량은 2만361t이다. 이중 1만2163t(59.3%)은 소각되고 4008t(31.5%)은 매립한다. 종량제봉투에 담긴 폐의약품은 침출수 등을 통해 땅으로 유입된다. 이때 토양·수질오염 위험 또한 커진다. 항생제가 자연계로 흘러가면 생태계 교란뿐만이 아니라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등의 확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폐의약품은 해외에서도 관리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폐의약품에 관한 구체적 주의사항을 외부 포장에 기재하도록 했다. EU 회원국은 폐의약품 수거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프랑스는 2007년부터 폐의약품 회수를 의무화했다. 이후 10명 중 8명이 폐의약품을 약국으로 반환한다.

캐나다는 생산자 책임제를 적용해 폐의약품 수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비영리단체가 폐의약품 회수 사업을 하고, 제약회사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은 2023년부터 우정사업본부가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세종에서 시범 실시한다. 폐의약품을 세종시내 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에서 수거해간다. 우체국에서 모은 폐의약품은 다시 세종시 소각장으로 옮긴다.

우정사업본부는 시범 사업 시행 이후 폐의약품 회수 우편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폐의약품은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 변질·부패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을 모두 포함한다.

물약을 제외한 폐의약품을 전용 회수용 봉투 또는 일반 우편봉투에 넣은 뒤 ‘폐의약품’이라고 기재해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우정사업본부는 폐의약품 전용 회수용 봉투를 2023년 1월 중 가까운 약국에서 배부한다. 주변 우체통 위치는 인터넷 우체국 ‘우체통 위치정보 알리미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우체국은 우체통과 약국 등을 통해 수거된 폐의약품의 회수와 배송을 전담하게 된다. 기존에 수거 중인 약국,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서 회수한 폐의약품도 우체국 우편서비스로 분리 배출해 처리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체국만이 아니라 지자체도 폐의약품 수거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스타트서울맵’ 홈페이지(map.seoul.go.kr)를 통해 공공시설 516개소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의 위치 정보를 공개했다. 서울시 구청과 보건소,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 가면 폐의약품 수거함을 찾을 수 있다.

<김원진 전국사회부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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