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톡~’ 틈새에서 대세된 ‘모바일 선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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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원에서 5200만원까지 다양한 상품…4조원대 규모로 급성장

생일을 맞은 30대 직장인 윤지영씨(가명)는 최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남자친구에게 200만원대의 명품 목걸이를 받았다. 3년간 교제한 남자친구가 해외출장 중에 보낸 깜짝 생일선물이었다. 몇달 전 윤씨가 백화점에서 해당 목걸이를 눈여겨본 것을 남자친구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걸이는 파우치에 담겨 브랜드 고유 시그니처 블루 박스에 1차 포장된 후 친환경 소재의 스페셜 패키지에 담겨 배송됐다. 물론 정품 보증서도 들어 있다.

명품도 ‘톡~’ 틈새에서 대세된 ‘모바일 선물하기’

고등학교 2학년인 박은주양(가명)은 12월 말 생일을 앞두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접속해 원하는 선물을 ‘위시리스트’에 담았다. 올해는 2만원대 특정 브랜드의 스니커즈 운동화, 립 글로우, 방향제 등을 담았다. 생일날 친구들이 자신의 위시리스트를 보고 선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양은 친구의 생일날에도 친구의 ‘위시리스트’를 확인해 선물을 보낸다. 박양은 “서로 원하는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카카오·네이버에 ‘로켓 선물하기’ 까지

이커머스 시장의 비주류였던 ‘선물하기’가 대세로 떠올랐다. 그동안 국내 선물하기 시장은 카카오가 시작하고 주도해온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자 네이버, 쿠팡, G마켓,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는 물론 신세계, 롯데 등 전통 유통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선물하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연내 출시 예정인 ‘네이버 도착 보장’ 서비스를 ‘선물하기’ 상품을 대상으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 도착 보장 서비스는 고객들이 상품 도착일을 안내받고 해당 날짜에 정확하게 배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쿠팡의 ‘로켓 선물하기’도 2020년 4월 런칭한 후 연간 성장률(지난해 말 기준)이 33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를 몰라도 받는 사람의 연락처만 알면 카카오톡과 문자(SMS) 등을 이용해 로켓선물이 가능하다. 생일 전날 신선식품 배송인 로켓프레시로 케이크와 생화 꽃다발 등을 선물하면 생일 당일 오전 7시 전까지 배송된다. 쿠팡 관계자는 “타 이커머스와 차별점은 선물 보내는 사람이 쿠팡의 와우멤버(월 4990원)일 경우 받는 사람도 동일하게 ‘빠른 무료배송’, ‘무료반품’ 등의 멤버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선두주자인 카카오가 12년 전인 2010년 처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품군은 커피, 케이크, 치킨 등 모바일 교환권에 한정됐다. 현재는 모바일 상품권은 물론 배송상품이라고 부르는 ‘실물상품’으로 판매 상품군이 확장되면서 167만여개의 상품이 거래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샤넬·구찌·티파니 등 명품부터 김치, 전통주, 프리미엄 식품 선물세트까지 고단가의 상품도 편입되고 있다. 받는 사람의 주소를 몰라도 카카오톡으로 실물 상품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

‘어떻게 고가의 명품 액세서리 선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택배로 보낼 수 있나?’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신랑이 생일선물 해줬어요. 넘넘 행복합니다.” #신랑에게 받은 #생일선물 / “10년 동안 애쓴 나를 위해, 나에게 주는 선물.” #나에게 받은 #위로 선물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수백만원대 고가 주얼리 상품 판매 페이지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상품 후기다.

선물하기 플랫폼에는 글로벌 명품 본사들의 직입점이 이뤄지고 있다. 간단하고 편리한 구매가 가능하다는 강점에 더해 거품 걱정 없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신뢰감이 더해져 새로운 명품 구입처로 급부상 중이다. 불가리와 티파니 등 일부 명품 브랜드의 경우 귀중품 배송전문업체 ‘발렉스’를 통해 안전하게 배송되며, 선물 포장은 물론 정품 보증서를 발급한다. 피아제의 경우 최대 8년간 무상 품질 보증을 받을 수 있는 ‘피아제 케어’를 제공하는 등 오프라인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비대면 명품 선물도 품격과 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1년 카카오톡 선물하기 명품 거래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83% 성장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모바일 교환권 선물하기 시장은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향후 1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7년만 해도 1조원이 채 되지 않던 규모에서 4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실물 상품을 배송하는 ‘배송상품’은 제외한 ‘모바일 교환권’ 거래액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마켓컬리 등 실물 상품에 선물하기 서비스를 도입한 수치까지 포함하면 실제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올해 예상치 5조원을 상회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명품도 ‘톡~’ 틈새에서 대세된 ‘모바일 선물하기’

MZ세대 외 중장년층에게도 인기

시장의 성장과 확대는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 외에도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까지 선물하기를 이용할 정도로 사용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중장년층의 경우 온라인 선물은 성의가 없는 선물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구매 자체도 익숙하지 않아 사용을 꺼렸다. 하지만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치며 중장년층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관계자는 “언택트 명절을 거치며 선물하기를 사용하는 중장년층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2020년, 2021년의 경우 50, 60대 이용자의 구매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최고가·최저가 상품은 뭘까. 최고가 상품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피아제 ‘포제션 시계 화이트 골드-다이아몬드-34㎜’로, 5200만원이다. 최저가 상품은 츄파춥스 제품 교환권으로, 250원이다. 판매된 상품 중 최고가는 1800만원대 명품시계다.

MZ세대는 새해에 달걀을 선물한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선물하기 서비스에 익숙했던 MZ세대는 온라인으로 어떤 선물을 어떤 모습으로 주고받고 있을까. 온라인 선물하기 고수인 MZ세대의 선물하는 법을 소개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카카오톡 제공

경향신문 자료사진 / 카카오톡 제공


1 받고 싶은 선물, 이제 티 내도 된다

MZ세대는 생일이 다가오면 ‘위시리스트’를 채워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위시리스트는 일반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트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 즐겨찾기하는 기능과 비슷해 보인다.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내가 위시리스트로 선택한 제품들을 카카오톡 친구에게도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브라이덜 샤워(Bridal Shower)’나 결혼식 때 호스트가 원하는 선물 목록을 만들면 친구나 하객들이 선택해 선물하는 문화를 응용한 것이다. 선물을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높다. 실제로 2022년 12월 기준, 신규 위시리스트 상품 등록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 위시리스트 사용자 수는 약 40%가 늘었다.

2 ‘트친(트위터 친구)’, ‘인친(인스타 친구)’에게도 선물

MZ세대는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보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맺은 관계에서 친근감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한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 서로를 태그하며 스스로 이벤트나 놀이를 만들어낸다. 트위터에서 자신의 일상에 관한 이벤트를 열고 당첨된 ‘트친’에게 ‘선물코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선물을 주는 등 특별한 날에 ‘랜선 축하’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2021년 11월 출시된 ‘선물코드’는 카카오톡 친구를 맺지 않아도 선물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원하는 상품을 결제하면 생성되는 영문과 숫자 조합 코드를 문자/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달해 지인이 아닌 사이에도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기능을 사용하는 주 연령층은 10, 20대로 주로 트위터/커뮤니티 사이트 등 익명성이 강한 SNS에서 선물코드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교류해왔던 ‘트친’, ‘인친’들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열거나,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소매넣기’(‘소매에 넣어준다’는 의미로, 온라인상에서 지인들에게 게임 아이템이나 평소 갖고 싶어하는 선물 등을 주는 행위를 말함)에 ‘선물코드’를 활용하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3 성탄절 낀 연말, MZ세대는 온라인으로 어떤 선물을 주고받나

10대(15~19세)의 경우 연말 인기 선물 1위는 리빙(인테리어·조명 소품), 2위 뷰티, 3위 식품이다. 1위를 차지한 10대의 사랑받는 리빙 품목은 ‘포토존 만들기’, ‘유튜브 룸투어’ 등의 인기에 힘입어 은박 커튼을 비롯한 이벤트 파티용품이나 캐릭터 무드등, 미니 러그 등 주로 가벼운 인테리어 소품들이다.

이외에 1020세대의 인기 카테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은 ‘패션’이다. 그중 연말 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싸템’들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트리 모양의 모자부터 곰돌의 모양의 파자마, 파티 가면 등 신박한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들이 사랑받는다. 또한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리사이클로 탄생한 친환경 에코백, 양말 선물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2030세대의 선물 1위는 식품, 2위는 뷰티, 3위는 리빙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2030세대의 30% 이상이 연말 선물로 ‘식품’을 선택했다”며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건강을 추구하는 방식) 열풍과 함께 건강식품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케이크와 같은 디저트 상품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 시즌을 맞아 1만원대 가성비 케이크부터 프리미엄 호텔 디저트 구매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계란 20입/30입’ 선물의 증가다. 평소 대비 10배 이상 구매가 늘었다. 새해를 맞아 20세, 30세를 맞이하는 지인을 위해 계란을 나이만큼 채운 선물이다.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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