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는 언제까지 오해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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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육군은 변희수 하사에 대한 전공사상심사를 진행하고 ‘순직 비해당’ 결정을 했다. 보도가 쏟아지는 걸 보고 직감했다. ‘또 무성한 오해가 많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기사 댓글 창마다 잔인한 오해가 가득했다. 승인도 받지 않고 해외에 나가서 성전환 수술을 했는데 왜 순직 결정을 해줘야 하냐는 오해, 성전환하고 여군으로 입대했다면 문제없었을 거란 오해, 변희수가 계속 복무했으면 여군들이 불편했을 거란 오해, 자살했는데 어떻게 순직(殉職)이냐는 오해. 하나하나 설명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털썩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을 생각한다]변희수는 언제까지 오해받을까

변희수가 군에서 쫓겨난 때로부터 어언 3년이 지났다. 그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3년을 꼬박 똑같은 오해를 마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루는 기사도 ‘변희수’ 세 글자만 나오면 똑같은 댓글이 달린다. 넘쳐나는 오해가 모여 변희수를 안타까운 결심으로 내몬 뒤에도 그를 따라다니는 말들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설명과 반박의 영역을 벗어난 것일까? 변희수는 이다지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인 걸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잘 모르고 함부로 말하는 이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야속하지만 그곳에 화를 쏟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국방부와 육군이 그런 오해를 관조하며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세상이 오해로 가득해 든든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재판으로, 권고로 번번이 깨지면서도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억지를 쓰는 자신감도 여기에서 나온다.

공무원이 국가의 위법한 처분으로 비관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순직이 아니라는 건 전례 없는 억지다.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남성의 성기가 없다며 장애 판정을 하고 군대에서 쫓아낸 억지, 사망일은 숨이 멎은 날이 아니라 시신으로 발견된 날로 봐야 한다며 변희수가 군인 신분으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우기던 억지 역시 황당하기는 매한가지다. 미안한 마음으로 오해를 바로잡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주체가 도리어 오해의 뒤편에 숨어 모든 책임을 회피한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은 사람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군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법원이 변 하사의 강제 전역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한 뒤로 변희수와 유가족은 군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질 못했다. 유가족이 받아든 건 변희수의 죽음에 군은 책임이 없다는 순직 비해당 결정 통지서뿐이다. 위법 처분으로 사람을 죽여놓곤 법원의 판단도, 대통령 소속 기구의 권고도 ‘나 몰라라’다.

군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한, 변희수를 둘러싼 오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변희수에게 쏟아지는 무성한 혐오와 오해는 군이 만들고 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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