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응급실의 지구, 메스는 함께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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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여전히 병원 응급실에 있다, 우리는 지금 급격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지만 이번 COP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 총회에서 사메 쇼크리 의장이 성명을 발표하자 대표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 총회에서 사메 쇼크리 의장이 성명을 발표하자 대표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계획됐던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7차 당사국총회는 막판 합의에 진통을 겪으면서 지난 20일 가까스로 종료됐다. 최종 합의문에 그동안 남반구 국가(개발도상국)들이 꾸준히 요구해오던 ‘손실과 피해’ 해결을 위한 기금 마련에 합의를 이뤘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남반구 국가와 기금 설립을 함께 요구해온, 기후위기 최전선에 노출된 공동체와 시민사회 등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진 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극한 기상 현상과 평균기온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점진적인 변화로 야기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측면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부터 피해를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복구 역량이 부족한 작은 섬나라들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이나 최빈국그룹(LDCs)을 중심으로 하는 개도국 그룹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나 기금 운용 방식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내년 회의까지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손실과 피해’ 문제가 해결책을 위한 첫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는 분명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어쩌면 응급실에 입원해야 할 만큼 위독한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나타나는 아픈 증상, 즉 ‘손실과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의지를 나타낸 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증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온실가스를 없애는 수술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지구 기온 상승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간 합의 마련이 필요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분야는 지난해 COP26의 합의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전력생산과정에서 더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탈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COP26에서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많은 국가가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 또는 퇴출을 요구했다. 화석연료에 산업기반을 둔 아랍국가의 반대와 600명이 넘는 화석연료 기업 로비스트 등의 방해로 이 같은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석탄 발전 퇴출에서 감축으로 수위를 낮추는 데 역할을 했던 인도가 올해는 입장을 바꿔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EU)과 노르웨이, 뉴질랜드, 스위스, AOSIS, 중남미연합(AILAC), 영국, 아이슬란드, 미국, 호주, 캐나다도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감축 또는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 글로벌 기후민폐국가 행태 여전 이번 회의기간 어쩌면 한국 정부는 그동안 ‘기후민폐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외교기조를 내세우는 윤석열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국제사회가 가장 염려하고 우선 대응해야 할 이슈가 기후위기임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정상급 연설에 나선 나경원 특사 역시 “말보다 행동”을 외쳤지만 특별한 제안은 없었다. 개도국의 기후적응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12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기재부 발표가 나오기는 했다. 한국 정부가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는 막대한 금액과 비교하면 기재부의 지원금액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COP27 회의 직전 미국의 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과 지구의 벗 미국 지부(Friends of the Earth US)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공적금융을 통한 해외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정부가 공적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연평균 17조원(127억달러)에 달한다. 17조원과 12억원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9월 5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자파라바드에서 전례 없는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바지선을 이용해 가축 사료용 건초를 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자파라바드에서 전례 없는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바지선을 이용해 가축 사료용 건초를 나르고 있다. / AP연합뉴스

엉뚱한 부분에서의 노력을 치적으로 삼기도 했다. COP27 회의 이후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정부 대표단 활동의 성과 중 하나로 “신기술을 활용한 원자력, 그린수소 등 새로운 청정에너지의 국제적 확대를 위해 에너지 믹스에서 청정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안을 결과문서에 반영하는 등 협상 진전에 기여했다”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하는 화석연료 발전 감축이라든가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며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고 위험한 에너지인 원전에 치중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서도 어김없이 시전했다. 그린수소 역시 막대한 재생에너지 발전 기반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풍부한 풍력과 태양광 전력을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늦추는 한국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주장과 행태를 보여준 셈이다.

재생에너지 목표치 낮춰 지적받아 COP27 회의 기간 엉뚱한 노력을 기울이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또 다른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 등 해외 비정부기구와 연구단체가 발표한 올해의 기후변화성과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59개국 중 56번째라는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뒤처진 국가는 이란,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세 국가의 경제 모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큰 역할을 했다. 평가 분석 내용을 보면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30%에서 21.5%로 떨어진 점을 지적한다. 평가기관은 또 기후변화성과지수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상향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는 점은 어쩌면 이 전에 발표된 국내 정책들을 통해 이미 예견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 기재부 예산안을 보면 정부의 의지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금융지원사업 예산은 9804억원에서 올해 6643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산업부 예산안에서도 저탄소 전환 예산이 1조8986억원에서 4779억원 삭감된 반면 원전 예산은 4839억원에서 5738억원으로 증가했다. 재생에너지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도 후퇴했다. 산업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보면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에 대한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발전사업자들의 재생에너지 의무 공급제도마저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쯤 되면 한국 기후정책에 대한 수술 차원의 전반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변모하길 바란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은 반대로 변화했을 때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 수준이다. 역사적 배출량(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누적 배출량) 역시 200여개국 가운데 17위에 해당한다. 누적 배출량은 하위 129개국의 누적 배출량을 합친 양과 비슷하다.

누적 배출량 17위, 걸맞은 책임져야 오명을 씻고 글로벌 중추국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노력할 점이 세가지 있다. 첫째, COP27 이후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을 위한 협상에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COP27 협상에서 올해 기금 마련 결정을 내년으로 미루려는 입장에 있었다. 향후 ‘손실과 피해’ 금융 기금 조성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국가 간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 동안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국내외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멈추는 일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고 공적금융기관의 국내외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셋째, 보다 과감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21.5%는 엄밀히 말하면 신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석탄복합가스화발전 등 신에너지를 제외하면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는 19.5%에 불과하다.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줄여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기여하는 국가로 인식되는 길이다.

기후행동에 있어서 한국 정부의 의지와 계획은 올해 12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최종 내용과 내년 3월 예정된 첫 번째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전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전력 설비와 전원구성을 설계하는 중장기(15년) 계획이다. 즉 미래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부 계획이 확정되는 것이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로 인해 해외기관의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는데, 여전히 낮은 목표 안을 확정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 하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내용이다. 2021년 국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입법했다. 법 시행 후 1년이 되는 내년 3월에 국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법 제10조를 보면 국가는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전망 부문별·연도별 대책을 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국제 협상 및 이에 관한 사항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재원 규모와 조달방안까지 담긴다. 사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 등은 이미 국제에너지기구 등 많은 해외기관에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달성하려는 과감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확인될 것이다.

한 기후활동가가 지난 11월 12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COP27 행사장 인근에서 시위하면서 “지불하고 청소하고 입을 다물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 기후활동가가 지난 11월 12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COP27 행사장 인근에서 시위하면서 “지불하고 청소하고 입을 다물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만약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면 국회와 시민이 메스를 들어야 한다. 국회가 입법 활동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의 사회적 제도 기반을 구축하고 삭감된 예산을 복원할 수도 있다. 가령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나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을 들 수 있다. 분산에너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이나 법으로 정한 의무 사용자가 에너지 사용량 일부를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에너지를 설치해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해 누구나 쉽게 분산에너지로 생산된 전기 판매를 허용한다. 그린 프로슈머가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 기존의 전력 소비자가 이제는 자신의 집 태양광 등에서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함께하는 프로슈머가 된다는 뜻이다.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은 복잡한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정부가 주도해 지원한다. 인허가 절차를 평균 6년에서 2년 10개월로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되는 법안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인 엠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의 발전 비중은 0.55%에 불과하다. 낮은 재생에너지 목표와 함께 복잡다단한 인허가 제도 등이 풍력발전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풍력발전법의 통과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2024년 4월 총선이 앞으로 20개월도 남지 않았다. 시민이 유권자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재선을 위해서 온갖 힘을 다하려는 국회의원들에게 시민의 목소리와 압력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무게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

녹색산업으로 전환 안 하면 경제위기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기업 경영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지 못했을 때 한국경제가 갖게 될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위기는 3가지 정도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느린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위기다.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RE100(전력 사용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 등의 여파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우리만 이 같은 주류 질서에서 소외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90%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미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 인구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 됐다. 전 세계 신규설비의 81%는 재생에너지다.

두 번째는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무역수지가 7개월째 약 9조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IMF 사태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무역적자의 최대 원인은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등으로 지난달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46억달러 오른 155억3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EU 같은 경우 ‘REpowerEU’라는 정책 패키지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은 기후위기로 인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발전 분야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신속하게 하지 않는다면 극단의 이상기후 현상이 산업기반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심해지면 노동생산성이 줄어든다.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가에 있는 공장이나 원전 등은 상시적인 침수 위협에 노출된다. 포스코의 경우 올여름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매출이 2조4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반도체공장 역시 올해 초 이상기후로 인한 폭설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3000억~400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경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정부라면 기후위기는 곧 경제위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등 빠른 전환을 위한 과감한 정책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수술실의 메스는 결국 생명을 구하는 귀중한 도구가 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스스로 기후에너지 정책에 메스를 들이대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세계가 미증유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대수술 과정에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공동의 책임을 다하는 일인 동시에 전환기의 지속가능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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