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마비된 사회, 이대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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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카카오톡이 갑자기 마비됐다. 카카오 서버 3만2000여대를 가동하던 경기도 분당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멈췄다. 화재 4일차까지도 일부 서비스의 먹통 상태는 복구되지 않았고, 5일차에 접어들어서야 대부분의 서비스가 회복된 듯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디지털 사회에서 좀처럼 생각지 못했던 문제를 각인시켰다. 어떤 사람들은 카카오톡쯤 되지 않아도 일상에 지장이 없다는 목가적 여유로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다를 것이다. 때문에 언론은 카카오가 피해 집계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늘을 생각한다]마비된 사회, 이대로는

오늘날 세계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텐센트, 아마존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비플랫폼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 위계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당장 이 글이 실린 주간지뿐 아니라 언론 전반이 독과점 플랫폼들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랫폼 자본은 데이터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의존성을 활용해 돈을 번다. 우리가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에서 소통하는 대가로 공짜로 내주는 개인정보가 장사의 원천이다. 데이터가 이른바 ‘플랫폼 자본주의’ 이윤의 근간을 이루는 셈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추출할지 고심한다. 우리가 더 오래 앱을 이용하는 만큼 더 많은 데이터가 서버에 저장되고, 그만큼 우리의 삶도 종속될 수밖에 없다. 보다 시장주의적인 체제에서는 기업독재를, 보다 권위주의적인 체제에서는 국가권력의 데이터 악용을 마주한다. 인류는 이미 철도나 수도, 전기 같은 공공재를 단순히 시장원리에 맡겨뒀을 때의 폐해를 알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런 공공서비스를 국가나 지역정부가 도맡아 운영한다. 카카오톡 같은 초대형 플랫폼 역시 이미 정보공유나 온라인 거래를 위한 유사 공공 공간(quasi-public spaces)이 된 지 오래다.

빅테크 기업들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세계적 추세에 있다. 유럽연합은 빅테크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의 시행을 앞두고 있고, 미국 역시 빅테크 규제를 위한 여러 방안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의 위험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고민은 결여한 채 생체인식정보 처리나 데이터 개방에만 매몰돼 있다. 이것이 불러올 미래는 보다 화려하고 끔찍한 인공지능 기업 천국일 뿐이다.

데이터는 모든 이용자로부터 나온 만큼 플랫폼이 끼칠 부정적 영향과 통제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빅테크들이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추구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절한 범위에서 개입하고 정당한 방향으로 통제해야 한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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