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방향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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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선수 기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벤투 감독의 리더십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사람 볼 줄 모른다” vs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쯤 되겠습니다. 좀더 범위를 넓혀보면 “팬들의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독단적 구단 운영” vs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라는 철학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얘기를 시작한 김에 한가지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대한민국 축구팀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선수들입니까, 나라입니까, 감독입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팬들입니까. 답이 잘 떠오르질 않습니다.

[편집실에서]올바른 방향이기를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 맹활약 중인 이강인을 팬들의 성원에 부응해 출전시키는 게 맞는지, 이런저런 이유로 이강인을 벤치에만 앉혀두고 있는 벤투 감독의 결정을 믿고 따르는 게 맞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책임 소재는 분명합니다.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신화(2002년)를 쓴 히딩크 감독 다들 기억하시지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월드컵을 위한 평가전 때까지만 해도 열성 팬들의 비난과 야유로부터 그 또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개의치 않고 다양한 선수 조합과 전술을 시험한 끝에 그와 박항서 코치 등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4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이번 논란도 최종 책임은 벤투 감독에게 있습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훈수를 둘 수 있을진 몰라도 당장은 대표팀이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단언키 어렵습니다. 어쩌면 감독 자신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제대로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종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아, 그랬구나’ 하고선 다들 무릎을 치겠지요. 그때 가서 되짚게 될 장면 중 하나가 있습니다.

벤투 감독은 훈련장이나 경기장이나 공항이나 기자회견장이나 복장이 한결같습니다. 모두 운동복 차림입니다. 역대 감독들이 대부분 양복 차림이었던 걸 생각하면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해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스포츠 종목 감독들도 공식석상에선 대부분 정장 차림입니다. “공식석상에서도 편안한 복장을 즐겨 입는 소탈한 지도자”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고 “전후좌우 맥락을 살피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밀고 가는 외골수” 성품이 고스란히 묻어난 풍경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훗날 월드컵 성적에 따라 무게중심은 확연히 한쪽으로 기울 겁니다. 뭘 해도 예쁘거나 뭘 해도 욕을 먹을 터이니….

지금 대한민국의 정당은 어떻습니까. 정당의 주인은 대통령입니까, 거물급 당대표입니까, 당원입니까, 아니면 일반 대중입니까.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요. 강성 팬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지도부의 정당 운영은 훗날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까요. 이번 호 표지 이야기 ‘당원민주주의’에서 집중적으로 살폈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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