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전투기 전쟁, ‘매버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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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키워왔다. 동네 골목밖에 모르던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몰고, 작은 캐리어 하나 끌고 항공기를 타면 다른 대륙, 다른 나라에 내려 출장이든 학회든 관광이든 글로벌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날 희망도 커지니 중장년 세대는 바다 위의 라스베이거스, 대형 크루즈를 타고 화려하고 느긋한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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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특히 항공기에 관심을 갖게 된 오래전을 떠올려보았다. 모든 탈것 중에서 항공기가 가장 빠르고, 가장 먼 곳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매력은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상상력의 자극이다.

그렇게 항공기 마니아가 됐다.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비행기가 실전에 투입돼 공중전 개념이 전쟁에 들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폭격과 제공권의 중요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항공모함이 등장하고, 국가별 전투기의 전설들을 알게 됐다. 군용 항공기에 대한 관심과 정보, 지식이 늘어났다. 그 결과 공대생이던 대학 3학년 시절(6월 시민항쟁을 보내고, 6·29 선언을 듣고 민주화의 한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다), 영화 <탑건>도 본 김에 취미생활을 완성해보고자 공군에 입대해 항공정비병이 됐다. 만남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F-16은 없었다. 베트남전에서 뛰던 F-5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게’ 됐다.

우리 공군의 주력기였던 F-5E/F는 3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F-16은 4세대 전투기다. 전투기의 세대는 어떤 의미일까. 그냥 쉽게 3세대까지는 기계식 항공기, 4세대는 전자식 항공기로 요즘 자동차의 진화와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36년 만에 돌아와 올여름 극장가 흥행에 성공한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은 항공전략 분야의 두가지 중요한 변곡점을 예리하게 짚고 있다.

첫 번째는 마하 10을 돌파하는 시험기 ‘다크스타’를 몰다 사고를 쳐 제독에게 쫓겨나 탑건 교관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을 때 제독이 던지는 말이다. “너같이 말썽부리는 파일럿들은 앞으로 없어질 거다. 곧 무인기의 시대가 도래할 테니.” 매버릭의 답에 울컥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래, 아직은 세상이 돌아가는 데 인간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두 번째는 작품의 핵심인 작전수행 중 적과의 공중전. 4세대 전투기인 F-18 호넷으로 침투와 폭격을 감행해 성공시키고, 적지에 추락해 더 노후기종인 F-14 톰캣으로 탈출할 때 5세대 적기를 만나 혼쭐 나는 장면이 나온다. 5세대 기종은 기본으로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에 전자전 능력이 훨씬 향상됐다. 공중전 장면에서 전투기 세대 간 차이가 잘 표현된다. 그 차이를 파일럿의 기량으로 극복하는 장면도 있다.

현실에서는 미중 간 6세대 전투기 경쟁이 뜨겁다. 6세대는 인공지능 탑재기인데 결국 무인기다. 드론 운용능력도 갖추고 있다. 미래의 제공권 경쟁에 매버릭의 자리는 없다. 여기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인간을 닮은 로봇을 자동차보다 싼 가격에 팔겠다니 인간이여, 어이할꼬.

<최영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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