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소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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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취재원들과 밥을 먹다 보면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MZ세대(1982~2012년생)’에 대한 거였다. “나이가 마흔인데 1980년대에 태어나 MZ세대에 포함되더라고요.”, “기자님도 MZ세대인가요?”, “MZ세대 직원과 같이 일하면 정말 세대 차이를 느끼나요?” 등과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MZ세대 노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초창기에 ‘MZ세대 공무원과의 오찬’이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었다. 젊은 세대와 교감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기자가 출입하는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MZ세대를 자주 호명한다. 노동시간과 임금제도 개편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추진 중인데, 그 추진동력으로 ‘MZ세대’를 줄곧 소환하고 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취임 이후 MZ세대를 자주 언급해왔다. 지난 9월 22일에는 사무직 노조를 만났다. 노동부는 이를 ‘MZ세대와 현장소통 행보 강화’라고 홍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MZ세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일과 삶의 균형, 소통을 중시하고 공정하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는 만큼 임금과 근로시간 등 자신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노동 관련 제도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책추진을 위해 청년들을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한편으론 ‘MZ세대’ 용어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MZ세대란 결국 시대에 따라 출생연도를 기점으로 태어난 이들을 한마디로 정의해온 단어 중 하나다. 단어 사용을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쟁 이후 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세대’, 그 이후 태어난 ‘X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세대’ 등이 있다. 밀레니엄세대와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통칭해 ‘MZ세대’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이들 용어에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보여주는 의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등이 그렇다.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현실을 꼬집은 용어로 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보여준다. 삼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아이 갖기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높은 학자금 대출과 불안정한 직업 등으로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년들을 상징한다. 이후 포기하는 항목이 늘어나면서 ‘N포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88만원 세대 용어가 등장했을 때 대학교 1학년이었고, 삼포세대가 신조어로 쓰였을 땐 졸업을 1년 앞두고 휴학한 상태였다. 미래가 불안한 대학생이었다.

MZ세대를 말하려면 불합리하고 불안정한 사회문제들도 함께 해석해야 한다. 지금의 사회현실은 여전히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공고하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청년들의 불안함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MZ세대에 해당하는 기자로서 이 용어가 보다 입체적으로 쓰였으면 한다. 2030 청년들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그저 표면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게으름으로, 정책이용 수단으로 기득권층이 ‘MZ세대’를 쉽게 소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선희 정책사회부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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