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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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으로 돌아간 지식인

[신간]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外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조형근 지음·창비·1만7000원

1988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재개발을 앞둔 철거촌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한 대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철거 반대 집회를 하던 중 백골단(사복경찰)이 들이닥쳤다. 그는 황급히 도망친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비겁하게 떠나지만 언젠가 힘을 얻어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과 함께. 비슷한 선택을 한 이들이 많다. 낮은 자리에서 싸워봐야 다치기만 할 뿐 바꿀 수 있는 건 없다는 변명을 하며, 힘과 권력을 얻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애써 변변찮은 지위를 얻었지만, 삐끗하면 미끄러지는 위태로운 사회이다 보니 뒤를 볼 여유가 없다. 결국 내 것을 공고히 확보해놓고,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렇게 민주화 세대로 불린 86세대는 불평등 재생산에 충실한 기득권이 됐다. 철거촌에서 도망쳤던 이는 사회학자가 돼 쉰을 넘어 정규직 교수직을 얻는다. 그리고 1년여 만에 스스로 그만두고 ‘동네 사회학자’가 됐다.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전환의 삶을 꿈꾸며, 떠난 현장에 뒤늦게나마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해 세상을 바꾸려 했던 지식인 엘리트들의 변한 모습을 성찰한다. 3년째 경기도 파주의 협동조합 서점에 거점을 두고 지식인의 죽음과 대학의 위기, 중산층 민주주의의 문제를 고민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지식인을 “지식을 토대로 하되, 직분이 그어놓은 경계를 넘어 사회에 대해 비판적 발언과 행동을 수행”하는 이로 “뿌리까지 내려가 비판적으로 되는 것, 즉 급진적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과 민중의 삶과 연결된 지식을 생산하려면,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쟁을 내면화하고 대안적 삶을 고민하지 않는 ‘중산층 민주주의’를 버리고, ‘몫 없는 자들의 들리지 않던 목소리’에 주목해야 더 나은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신간]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外

뾰족한 마음
위근우 지음·시대의창·1만6000원

성역 없는 대중문화 비평을 이어온 저자가 2년 넘게 쓴 글에 현재의 생각을 더했다. 특정 입장에 경도되지 않는 비판적 논의를 이어가려는 작가의 고민이 돋보인다. 원론적으로 옳은 말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 속에서 실천적인 의미를 지닌 사유를 담았다.

[신간]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外

우리말 백 마디 멋대로 사전
윤구병 지음·이성인 엮음·보리·1만3000원

토박이말 아흔아홉개와 한자말 한개를 포함해 모두 백마디 낱말을 풀이했다. 정형화된 뜻풀이가 아니라 사전을 집필한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드러난다.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으로 써내려간 ‘내 멋대로 자기 말 사전’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신간]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外

전염병의 지리학
박선미 지음·갈라파고스·1만8000원

전염병은 예측 불허한 순간에 세계를 습격한다. 풍토병에 그쳤던 질병이 세계화의 그물망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한다. 저자는 전염병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삶을 가로지르는 지리적 연결망과 건강 불평등에 주목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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