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자 세금 줄여주려고 국유재산 매각하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획재정부가 향후 5년간 16조원이 넘는 규모의 국유재산을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토지나 땅을 계속 소유하기보다 민간에 파는 것이 더 생산적이며 정부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재정정보원(‘나라재정’ 7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유재산은 총 1337조원이다. 토지와 건물의 가치는 지난해 말 결산 기준 701조원이며 이중 (청사와 도로 등) 행정재산을 제외한 일반재산은 41조원 정도인데 활용할 계획이 없는 일반재산을 향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매각하겠다는 내용이다. 행정재산 또한 저활용 재산을 발굴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우선 매각 대상으로 결정한 9건의 부동산이 기재부가 자료에서 설명한 대로 노후관사나 소규모 유휴지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어져 현재에는 상업용 건물로 임대돼 수익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부동산이다. 야당은 이러한 규모의 국유재산을 취득할 수 있는 이들이 제한적이라서 결과적으로 시세보다 헐값에 재력가나 대기업에 돌아가게 될 것으로 보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유재산 매각, 다뤄져야 할 문제점들은

우선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돼야 하는 것은 국유재산의 실체적인 내용에 대해 시민도 정치권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오직 기재부 공무원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재부는 국유재산의 실제적 활용과 가치에 대한 정보독점을 통해 정책 견제가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적절한 정보가 제공됐더라면 국유재산의 매각을 통한 재원 마련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필요한 시점에 정책대안으로 제시됐을 것이다.

국유재산의 관리와 매각은 캠코, 즉 자산관리공사가 담당하며 국유재산을 포함한 모든 재정에 대한 정보는 재정정보원이 관장한다. 특히 재정정보원은 국민에 대한 통합된 재정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만들어진 기관이다. 현실에서 자산관리공사와 재정정보원은 주로 기재부 국·실장 출신들이 퇴직 후 수장으로 가는 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다는 명분은 뒷전이고 형식적인 수치적 정보만 외부에 제공할 뿐이다.

두 번째 지적돼야 할 내용은 왜 현재 시점이 국유재산 매각의 적절한 시점인지를 기재부가 적절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대체로 대세 하락기의 초입에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국유재산 매각은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를 무시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좋을 때와 비교해 앞으로의 국유재산 매각을 통한 정부 수입은 결과적으로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은 무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가장 수용하기 힘든 측면은 국유재산을 매각해 확보되는 재원이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국유재산 매각이 정부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로 가볍게 연관시켰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위기의 와중에서 자영업자와 서민들에 대한 재정지원의 요구가 드높았다. 결과적으로 큰 폭의 재정지원이 이뤄졌으나 아마도 대선이 없었다면 이러한 대규모 재정지원은 불가능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왜 기재부는 그때 국유재산의 매각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나서지 않았단 말인가? 부자들에게 감세를 제공하는 것이 코로나19의 위기에 어려움에 처한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재정지원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경제의 성장을 위해? 낙수효과를 위해?

마지막으로 거론할 내용은 국유재산 매각 추진이 향후 더 중요한 국가자산을 민영화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야당에서 이를 언급하자 추경호 부총리는 황급히 부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민영화는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정책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잊을 만하면 민영화 얘기가 등장한다. 민영화를 일상적인 정책대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처럼 읽힌다. 민영화는 절대로 일상적인 정책대안이 될 수 없다.

민영화, 결국 국민 부담 키울 것

철도나 공항,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는 커다란 부작용과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작업이다. 이들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민영화가 된다면 투자자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장기간 지속되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겠지만 중요한 국가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특권계층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국민의 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게 뻔하다.

민영화는 영국 등에서 수십년간 실험을 거쳤으며,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떠한 배경에서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민영화가 추진됐는지, 그 결과는 어떠한지, 우리가 가진 여건과 비교할 때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실업과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공기업들이 안고 있는 고비용, 저생산성,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됐다. 영국에서 민영화 과정은 공모, 직접매각 등 상대적으로 잘 관리됐고, 그후 시민에게 민영화된 기업의 주식보급도 확대됐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나 제일 중요한 측면, 즉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철도 민영화로 대표되는 영국의 민영화는 크게 실패했다. 철도서비스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정시성 등 철도서비스의 질도 악화됐으며, 철도요금은 더 올랐다. 이후 철도를 공공소유로 돌리라는 시민의 거센 요구를 영국 정부는 상당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민영화 시기 공기업들의 상황과 비교할 때 인천공항이나 철도 분야 기업 등 우리나라 공기업들이 고비용 구조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근거는 많지 않다. 한국전력의 적자가 크다고 하나 적자를 이루는 큰 부분은 원가 대비 낮게 설정된 전기요금 탓이 크며, 이는 시민과 기업의 부담을 낮추려 한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다.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에 해당한다. 민영화를 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은 또한 공정한 관리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결정권을 가진 정치권이나 관료들이 대기업이나 해외자본, 즉 로비스트들을 앞세우는 해외펀드들의 이권추구에서 자유로워지기 매우 어렵다. 우리는 이전 정부들에서 이뤄진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에서 투자자들에게 부당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킨 사례를 잘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한 해외펀드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도 관여하고 있다는 증명하기 어려운 풍문도 있었다. 많은 시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먹튀 정부’로 불리게 될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김유찬의 실용재정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