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곰솔숲의 보랏빛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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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 곰솔숲

[정태겸의 풍경](32)곰솔숲의 보랏빛 유혹

충남 서천의 솔바람 곰솔숲에 보랏빛 주단이 깔렸다. 1만2000그루의 아름드리 곰솔 아래로 온통 보랏빛 꽃을 피운 맥문동이다. 이 숲은 1.8㎞에 폭 100m, 면적 200㏊에 이를 만큼 상당한 규모다. 숲 사이로 난 산책로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의 휴식처다. 억세고 강한 소나무 군락이 장관이지만, 늦여름 피어난 맥문동 꽃은 바야흐로 이 숲의 절정을 알린다.

이곳에 곰솔숲이 조성된 것은 1945년이다. 당시 장항농고 학생들이 직접 소나무를 심어 숲을 일궜다. 한때는 이 아름다운 숲이 한순간에 사라질 뻔한 적도 있다. 서천군에 조성하려 했던 군장국가공단 조성계획이 문제였다. 숲을 밀어내고 그 위에 지으려던 공단. 당시만 해도 공단이 생기는 것은 지역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일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버겁던 시절이다. 그 유혹을 이겨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천군의 주민은 공단 대신 숲을 선택했다. 그 덕에 지금 이 아름다운 꽃을 만난다. 더불어 숲이 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바다 생태계도 기억해야 한다. 숲 하나를 지키는 일은 그런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를 지키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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