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선택의 기로에 선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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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사소하게는 점심 메뉴부터 대학이나 직업 등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이 한 선택이 최고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처럼 그때는 최고의 선택이라 자부했던 것이 후에는 최악의 선택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돌려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기사의 꿈’(1504~1505년, 목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기사의 꿈’(1504~1505년, 목판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아버지의 열성적인 교육 덕분에 양부인 암피트리온에게 말 타는 법과 전차 타는 법을 배웠다. 궁술의 명인인 오이칼리아 왕 에우리토스에게는 활 쏘는 법, 디오스쿠로이의 한명인 카스토르에게 무기 다루는 법을 배웠다.

또 오르페우스의 형제로 알려진 리노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리라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음악에 소질이 없던 헤라클레스는 리노스에게 꾸중을 듣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죽인다. 이 일로 헤라클레스는 법정에 선다. 자신을 성공적으로 변론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 헤라클레스의 양부 암피트리온은 그가 또다시 그 같은 행동을 할까 두려워 키타이론산으로 보내 양을 치게 한다. 그곳에서 헤라클레스는 18세가 되던 해 꿈속에서 아름다운 두 요정의 방문을 받는다. 요정들의 이름은 ‘쾌락’과 ‘미덕’이다. 헤라클레스에게 인생의 목적을 자신들의 이름으로 선택하라고 한다. 쾌락을 선택하면 안락한 삶을 얻을 수 있고, 미덕을 선택하면 고난과 고통이 있지만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2개의 갈림길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헤라클레스는 미덕을 선택한다.

헤라클레스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산치오 라파엘로(1483~1520)의 ‘기사의 꿈’이다. 화면 중앙 투구를 쓴 남자가 나무 아래 잠들어 있다. 왼쪽 여인은 칼과 책을 들고 있고, 오른쪽 여인은 꽃을 들고 서 있다. 갈림길 왼쪽으로 산 위의 성체를 향한 오르막길, 오른쪽으로는 경치 좋은 계곡을 향한 내리막길이 보인다. 영광을 약속하는 월계수 나무가 정중앙에 서 있다.

투구를 쓴 남자는 헤라클레스이며 누워 있는 것은 잠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왼쪽에 책과 칼을 든 여인은 미네르바를 상징하며 미덕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오른쪽에서 꽃을 내밀며 치마를 살짝 걷어올린 여인은 비너스를 상징하며 쾌락을 암시한다. 검과 책은 전쟁과 학문에 헌신하는 고결한 군인의 삶을 나타내며 꽃은 쾌락의 삶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 왼쪽 배경의 성체는 미덕을 선택하면 불멸의 삶을 살고, 오른쪽 배경의 강과 산은 쾌락을 선택하면 어느 곳에도 기댈 곳 없는 인생이 펼쳐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의 ‘삼미신’과 쌍을 이루고 있지만, ‘기사의 꿈’과 삼미신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어차피 인생은 무엇을 하든 후회하게 마련이다.

<박희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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