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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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사고와 재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붕괴로 10명이 사망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초대형 산불이 번져가고 있고,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하루 60억t의 물이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서 퍼올린 석탄, 석유, 가스를 지나치게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농도 상승과 함께 시작됐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기계와 전기 문명은 대규모의 기름과 석탄의 사용을 불러왔다. 그 결과 불과 200년 만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78ppm에서 413ppm으로 49%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우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된다. 이와 더불어 식물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량을 늘려야 한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 / 픽사베이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 / 픽사베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클라우드연구소의 지구온난화 대응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에서 1조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기후 변화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나무 심기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데, 그 이유는 살아 있는 나무는 추가 비용의 투입 없이 자신의 생명활동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가지와 잎의 수를 늘려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기 때문이다.

2019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7억t이었다. 1그루의 성인 나무가 1년에 5kg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1조그루를 심은 후 10~20년이 되면 약 50억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된다. 이 나무들이 30~40 수령이 되면 연간 1그루당 약 1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되는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분의 1인 100억t에 달한다. 나무는 잎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로 물을 빨아들인 후, 햇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산소, 수소, 탄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내뿜고 탄소와 수소는 각종 탄수화물로 합성해 줄기와 열매에 저장한다. 여기에 더해 나무는 한가지 더 큰 결정적 기능을 한다. 나무는 탄수화물 덩어리이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면 종이, 가구, 건축, 교량 등으로 변신해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탄소를 저장한다. 뿐만 아니라 원목의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펄프나 연료로 사용된다. 경쟁 소재인 알루미늄, 쇠, 콘크리트에 비해 나무는 가공과정의 탄소배출량 역시 적어 알루미늄의 796분의 1, 쇠의 264분의 1, 콘크리트의 6.6분의 1 수준이다. 플라스틱은 제조과정에서 콘크리트와 비슷한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는 소재지만, 탄소 배출 문제에 더해 썩지 않고 바다로 유입돼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나무를 이용한 플라스틱의 대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나무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 필요 인류의 생존에 이토록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나무임에도 현재 국민의 인식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다. 오해와 착각은 우리 고유의 산림녹화 역사에서 기인한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로 산림녹화 사업을 추진했다. 산림녹화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대규모 나무 심기 캠페인과 강력한 입산통제정책을 병행했다. 산은 나무를 심기 위해서만 들어가는 곳이고, 나무를 베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이때부터 국민의 뇌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북 고창 편백림 간벌효과 비교 대조군(왼쪽)과 비교군(오른쪽) / 신유근 제공

전북 고창 편백림 간벌효과 비교 대조군(왼쪽)과 비교군(오른쪽) / 신유근 제공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 숲의 80% 이상이 인공림 또는 인공림에서 씨앗이 날아가 형성된 2차림이며, 80% 이상이 41~50세 연령급의 숲이다. 비슷한 시기에 심어졌기 때문에 연령대의 집중이 심한데다 50세에 이르는 동안 간벌(솎아베기)이 부족해 과다출혈 경쟁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나무들이 많다. 올봄 동해안의 산불은 바로 이러한 숲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죽은 나무들과 죽어가는 나무들의 마른 가지가 숲속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다. 큰 나무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하부에 햇빛과 바람이 들지 않아 풀도 자라지 않고 바짝 마른 상태다. 이런 상태에 불티가 날아들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불길이 번질 수밖에 없다.

나무는 물과 햇빛을 받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 넓은 공간이 있어야 광합성 활동을 왕성하게 벌일 수 있다. 위 사진은 간벌을 왜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북 고창의 편백 실험지 모습을 담고 있다. 대조군의 경우 1헥타르(100mX100m)의 땅에 3000그루를 심어 딱 한 번 925그루를 솎아 베고 2075그루를 남긴 곳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늘게 젓가락처럼 위로만 자라고 잎과 한그루당 뿌리가 펼쳐진 면적도 좁아 툭 밀면 넘어질 것 같은 병약한 나무들의 군락이 돼 있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나무들은 선 채로 죽어가고 있고, 하층부에는 빛이 들지 않아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죽은 땅이 되고 말았다.

반면 같은 날 3000그루를 심어 3번의 간벌을 거쳐 현재 1세대 편백 713그루만 남긴 비교군의 경우에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건강하고 풍성한 하층 생태계가 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솎아베기를 하면 1세대 나무들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생기고 살아남은 나무들이 가지와 뿌리를 뻗어 나갈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새로 생겨난 빈 공간으로 햇빛과 물, 바람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숨죽이고 기다리던 씨앗이 움을 틔워 2세대의 숲이 형성된다. 2세대의 어린나무들은 1세대 큰 나무들의 뿌리와 부딪히지 않는 표토에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와의 경쟁을 피해 생존의 길을 열어간다. 일정기간 성장의 시간이 지나고 같은 1세대 나무들의 잎이 다시 닿기 시작하면 간벌을 한 번 더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2차 간벌은 1세대와 2세대 나무들 모두를 솎아주는 것이고, 그 결과 2세대 나무들 사이로 3세대 나무들이 싹을 틔우게 된다. 이렇게 3번의 간벌을 통해 사람의 도움을 받은 숲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는 숲이 돼 병충해, 가뭄, 산불에 저항력이 강한 다층림, 혼효림(다양한 수종, 다양한 세대의 나무가 공존하는 숲)으로 거듭난다.

일본의 간벌 촉진 특별 조치법 우리 숲 대부분은 앞 사진의 대조군과 같은 상태에 빠져 있다. 2008년 6500만t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10년 만인 2017년에는 4160만t으로 감소했다. 나무가 성장함에 따라 기존 나무의 지속적 성장과 새 세대 나무들의 탄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같은 세대 간 과도한 경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느라 나무들의 건강과 활력이 나빠지고 만다. 2008년 이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매년 평균 200만t씩 감소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입증한다.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은 이 문제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할 말 있습니다](13)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조림된 인공림의 경우 나무의 성장에 따른 적정 공간을 주기 위한 간벌 조치를 하지 않고 일정 나이(30~50세)에 접어들면 나무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질병, 가뭄, 화재에 쉽게 무너지는 숲으로 변하면서 탄소흡수량이 급감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일본은 2008년 간벌 특별법을 제정하고 기존에 하던 간벌에 더해 추가로 매년 20만㏊를 추가 간벌하는 조치를 했다. 이를 통해 2012년 일본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63%를 산림 분야에서 충당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쿄의정서에서부터 정한 국제적 규칙에 따르면 산림에 의한 탄소흡수량을 국가 탄소 배출 저감 실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탄소 흡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은 40%에 달하는 인공림에서 대규모 간벌 조치를 벌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목재 자급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도 창출했다. 2002년 18.8%이던 일본의 목재자급률은 2020년 41.8%로 상승했고,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한 목재 수출도 급증해 2017년에는 목재 수출액 300억엔, 한화 3000억원을 초과했다.

이러한 일본의 간벌 조치에 관한 특별법 제정의 이론적 근거가 됐던 일본 삼림총합연구소의 간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환경성의 지원으로 시행된 이 연구는 간벌하지 않은 비교구와 간벌을 한 실험구를 5년 단위로 비교했다. 지상부 바이오매스 총생장량을 비교 측정한 결과, 간벌하고 난 후 초기에는 무간벌림에서 생장량이 많지만, 6년 이후부터는 간벌림의 생장량이 무간벌림의 생장량을 역전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간벌하고 나면 나무의 개체수가 30~50% 감소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생장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개체가 싹을 틔워 자라나 자리를 잡아 가고 기존 나무들도 가지와 뿌리를 뻗어 더 넓은 토양과 공간에 자리를 잡게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되면 총생장량 역전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일본은 바로 이러한 20여년의 현장실험에 기초해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산림 간벌을 대규모로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간벌을 통해 생산한 목재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목재 사용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을 추가로 제정해 공공기관의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목재칩 연료의 사용을 권장했다. 이러한 목재 사용 촉진법을 통해 목재 소재와 연료의 공공 수요를 창출해 목재 가공 산업을 진작시켰다.

스위스 폰트레시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알프스 정상부의 빙하가 밀려 내려오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스위스 폰트레시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린 알프스 정상부의 빙하가 밀려 내려오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잘 키운 산림, 이제는 간벌 우리의 조림, 즉 산림녹화 실적은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산림 자원 수탈, 한국전쟁에 의한 황폐화의 시기를 거쳤기 때문에 무에서 시작한 산림녹화 사업이었다. 이만큼 우리 산을 푸르게 가꾼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 사례다. 민둥산을 푸르게 덮어야 했던 시대의 과제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반열에 접어든 시점에서의 산림경영의 목표와 달성 방법은 근본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보호림과 경영림의 적절한 조화, 경영림에서의 목재 생산의 현대화 디지털화, 간벌 위주의 목재 생산 기술의 개발과 큰 나무 간벌을 통한 천연 조림 기술의 개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목재 생산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수종의 발굴과 육성, 산에서 나무를 키우고 수확하는 사업의 경제성 확보 등이 이제 우리의 주요 고민거리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산의 소유자가 산에 들어가 원목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국의 산림은 산지 토지 소유권은 인정하지만, 나무의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심은 나무라도 관청의 허가 없이는 수확할 수 없고, 판매할 수도 없다. 산에 들어가 나무를 심고 키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법의 근간을 바꿔야 한다.

산과 나무에 대한 국민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산에는 산주가 있고, 산의 나무는 그 산주가 노력한 결과물이고 해당 산주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 경제림에서 나무를 심고 수확하는 개인의 경제활동을 보장해야 나무를 심고 가꾸는 행위가 왕성해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행위를 법령으로 열거해 일일이 허가를 구하도록 하는 규제 일변도의 산림경영 관련 법을 고쳐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명시해 이를 제외한 모든 행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법령으로 산림법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산에 들어가 간벌을 하고 숲을 살리는 행위가 시작될 수 있다.

[할 말 있습니다](13)펄펄 끓는 지구, 이젠 나무를 베야 할 때

목재 자급률 16%. 우리는 84%의 목재와 목재제품을 일본, 베트남,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63%의 국토가 산림인 국가의 모습치고는 참으로 초라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나무 열매를 따서 먹고 나무를 베어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동물과 식물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성장한 만큼 수확하면 숲은 오늘의 건강함을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물질과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렇게 숲이 제공하는 물질과 에너지로 화석연료와 플라스틱을 대체한다면 탄소 중립으로 가는 속도도 한층 빨라지지 않을까?

제2 산림사업의 첫발은 ‘큰 나무 가꾸기 간벌’에서 시작해야 한다. 간벌을 통해 50년 키운 원목을 일부 수확하고, 숲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간벌목을 이용한 목재 산업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단 낫과 갈퀴가 아니라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임도를 닦고 임업용 로봇과 임업 전용 장비를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산림토양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드론이나 케이블 장치를 이용한 원목 공중부양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위성과 디지털 분석, 드론과 무인 로봇 기술을 적용한 임업, 생태 친화적인 방법으로 저렴하게 생산된 원목이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수입 원목과 목재제품을 국산 나무와 국산 나무제품으로 대체해야 할 시기가 됐다. 산이 있는 곳에 나무 생산이 있고, 나무 생산이 있는 곳에 나무 가공과 나무제품 사용이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 사회다.

<신유근 녹색탄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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