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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막을 마지막 무기,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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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는 지난 7월 22일, 내년 여름부터 약 130만t에 이르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한국,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등 인접국들뿐 아니라 일본 수산업계까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도쿄전력은 지난 8월 4일 후쿠시마 원전 해안 1㎞ 바깥 지점까지 이어지는 해저터널 건설에 착수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그린피스 제공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마치고, 그때까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분석결과, 이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하고 오염수 방류 역시 세기를 넘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제1 원전 건설사인 GE원자력의 원전 수석관리자를 지낸 사토시 사토 엔지니어와 함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 기술과 그에 따른 오염수 영향을 분석(2021년 3월)한 결과, 일본 정부가 목표대로 2050년까지 폐로를 마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폐로를 위해서는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된 흙이나 잔디를 모두 외부로 옮겨야 하지만, 모든 폐기물의 양을 감당할 만한 부지를 찾는 것 역시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부지 자체를 거대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활용하고 오염수도 부지 내에 장기 저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현재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원자로 3기에 매일 수백t의 냉각수를 쏟아붓고 있다.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가 발열로 인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입된 냉각수는 모두 오염수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린피스의 분석에 따르면, 삼중수소의 농도를 일본 정부가 목표하는 기준치 이하로 희석하기 위해서는 오염수 1ℓ당 254ℓ의 깨끗한 해수가 필요하다. 따라서 실제 방류해야 할 양은 총 3억t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류해야 할 양 3억t 넘을 수도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원전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30년 이내에 폐로 작업을 끝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 역시 타당성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르노빌 원전의 핵연료를 제거하는 데 앞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자로에는 초르노빌 원전보다 약 2배 많은 1100t가량의 핵연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쿄전력은 첨단 로봇 팔을 활용해 2050년까지 폐로 작업을 끝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로봇 팔로 올해 안에 제거하겠다고 발표한 핵연료 파편이 고작 1g에 지나지 않고 원자로에 남아 있는 양이 약 9억9700만g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 역시 초르노빌 원전만큼 오래 걸릴 것이 자명하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있다. ALPS는 삼중수소 이외에 오염수에 포함된 64가지의 방사성물질을 제대로 처리한 이력이 없다. 도쿄전력은 최종 방류할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만 확인해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소금처럼 물에 녹아 사라지는 물질이 아닌 삼중수소는 물에 희석돼도 그 총량이 그대로 유지된다. 도쿄전력뿐 아니라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도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짧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중수소가 체내에 유입되면 몸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성분인 탄소·수소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형을 일으킨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배출 기준을 상향했으나 한국과 일본의 인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일본 정부는 ALPS의 기술적 역량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모두를 안전히 처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최종 방출할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과 농도를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플루토늄, 우라늄처럼 반감기가 수만년에서 수억년에 이르는 방사성물질이 정확히 처리됐는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오염수가 전 세계 바다로 퍼지는 것이다. “오염수는 음용 기준에 맞춰 처리된 후 해양에 방류된다”는 NRA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인근 바다를 둘러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인근 바다를 둘러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한 결과 “해양 방류와 관련해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국제기구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도쿄전력도 IAEA가 검증했기에 오염수는 해양에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IAEA는 오염수가 생태계나 인접국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분석한 적이 없다. IAEA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이들의 운영 목적은 생태계와 인체의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지 않다. 이 기구는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된다. 핵무기나 원자력 발전이 줄어들수록 이들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대형 원자력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IAEA의 운영을 맡고 있고 전 세계에 원자력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다. 과연 이런 IAEA와 일본 정부에 우리의 안전을 맡길 수 있을까?

그린피스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공식 서한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본 정부와 IAEA에 수차례 경고했다. 이들은 그 어떠한 경고도 무시한 채, “희석 처리한 오염수를 30년간 바다에 방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주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이 믿기를 바라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

칭화대 연구진이 2021년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사이언스’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해양에 방류된 후쿠시마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이동해 7개월 만에 한국 바다로 유입된다. 이로 인한 즉각적인 피해는 한국 수산업계가 입을 경제적 타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한국 수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수산경제연구원이 2013년 12월 31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수산 피해 업종의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수산 생산 산업에서는 약 5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있었으며, 수산 소비는 60% 정도 줄었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된다면, 한국 수산업은 2011년 당시를 뛰어넘는 타격을 앞으로 최소 30년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같은 이유로 일본의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는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어업 산업이 ‘궤멸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불과 수일 전에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물고기에서 기준치의 10배를 넘는 세슘이 발견됐다.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후쿠시마뿐 아닌 일본 전 해양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2011년 5월 관리 부실 문제로 300t의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출됐을 때, 50개 이상의 국가들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130만t의 오염수를 의도적으로 해양에 방출할 경우, 전어련은 후쿠시마뿐 아니라 일본 전체 수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도쿄전력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해양 방류가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다. 130만t이 넘는 대량의 오염수가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해류를 따라 방사성 물질이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 따라서 사전에 해양 방류를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0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0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는 이러한 이유로 2019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세계 최초로 폭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0월 국제해사기구(IMO)에 참석한 IAEA와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위해 해양 방류가 유일한 대안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요청한 바 있으며 올해 10월 추가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대만, 필리핀 등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 포럼은 최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4월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혔을 때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계획을 강행하자,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해양학자, 방사선 전문가들을 기용해 도쿄전력과 IAEA의 주장을 분석해 만든 반박 자료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며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근거화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할까? 한국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는 데 기여한 것이 없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해양 방류를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도어 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한국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계속 추진한다면 국제법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국의 국제법 대응, 이미 선례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법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국은 이미 국제법으로 대응한 선례가 있다. 바로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재판이다.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일본 정부는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에 위배된다며 WTO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IAEA는 당시에도 일본 후쿠시마 현지를 시찰하고 “일본은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식품 기준을 확립하고 있었다”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1심 재판에서 일본 정부가 승소했지만, 이에 항소한 한국 정부는 2020년 2심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 이 재판을 통해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국내 유입을 막았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1년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21년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그린피스 제공

이 소송의 결과가 다시 뒤집힌다면 어떨까? 한국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으면, 이는 결국 오염수가 바다와 수산물에 미치는 방사선 피해가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이는 일본 정부가 WTO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다. WTO에 항소해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도록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동의할 수 없으며 국제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명확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밝혀야 하는 이유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168개 이상의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하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해양에 투입되는 폐기물이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환경보호를 위해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해양 피해를 예측하고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평가 결과를 인접국에 공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도 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그 근거인 환경영향평가는 이 같은 국제해양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음용 기준에 맞추었으므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NRA의 주장은 옳지 않다. 또한 유엔해양법은 “해양 환경의 중대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잠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잠정 조치를 통해 오염수의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해양 방류를 보류시킬 수 있으며, 이후 법정에서 오염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분을 다툴 기회가 주어진다.

이 잠정 조치에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여러 국가가 제3자로 참여할 수 있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재판에 다른 나라도 한국편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보다 먼저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일본도 1990년대 러시아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유럽, 미국, 한국 정부와 협력하고 국제법적 권리를 활용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 앞에 서 있다. 사고 난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를 수백만t이나 바다에 방류한 적은 없었다. 오염수 해양 방류까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아직 이를 막을 기회가 있다. 그린피스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한국 정부의 국제법적 입장표명을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 9월과 11월경 IAEA 총회와 국제해사기구 총회가 열린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으려면 한국 정부가 각 총회에서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을 ‘유일한’ 방안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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