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경찰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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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국민의 경찰은 죽었다

지난 7월 23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가 열렸다. 이에 경찰 지휘부가 회의 주도자를 즉각 대기발령하고 참석자들에 대해 감찰에 착수하자, 일선 경찰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 지난 25일 일선 경찰들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으로 보낸 수십개의 근조 화환 리본마다 새겨진 글자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의 이경위, 김경감, 강경위 등 성과 계급만 밝힌 이들은 근조 화환을 보내 행안부와 경찰 지휘부를 규탄했다. 같은 날 경찰 직장협의회는 서울역에서 경찰국 설치 반대 대국민 홍보를 시작했고, 경찰청 앞에서는 회의 참석자 징계 취소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강경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경찰의 집단적 움직임을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며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경찰들이 예정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는 자진 철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 7월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담은 정부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경찰국 신설안은 8월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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