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에 가로막힌 기후위기 대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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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2027년까지.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는 1.5℃ 기온 상승이 예상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2030년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쓴 한국은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한국이 상향 조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윤석열 정부가 30% 이상은 감축을 해줘야 한다. 지금부터 5년은 또다시 계획을 수립하는 기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정책들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도별 감축목표를 비롯해 부문별 감축계획 등 세부적인 이행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세운 계획을 백지화하고 새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유는 원전 확대다. 이 부소장은 “원전은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낼 수 없는 에너지원이다. 지금 정부가 원전 카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을 안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 탈원전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에서 탈원전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2030년을 준비하는 대통령의 자세 국가 탄소중립정책의 총괄기구인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위원회 위원장도 두 달째 공석이다. 계획이 없고 추진할 위원장도 없으니 하위 정책들은 멈춰 선 상태다. 산업계에 배출 감축에 대한 신호를 주는 ‘배출권 할당량’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6.3%에서 40%로 상향조정되면서 산업 부문 감축률도 6.4%에서 14.5%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하니 배출권 할당량은 줄어들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계획보다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하는 방침을 세워야 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7월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에너지 구성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는 만큼 산업 부문 감축량을 재조정하겠다고 나섰다. 환경부는 “연도별·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해야 여기에 따라 배출권 할당량도 조정할 수 있다. 목표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총괄한다”고 말했다. 이전 계획이 백지화된 상태에서 이를 총괄할 탄소중립위원회가 공석이다 보니 뒤따르는 정책들도 멈춰서 버렸다. 이 부소장은 “산업계가 감축하도록 정부가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산업 부문 감축량이 증가했다면 배출권 할당량은 그만큼 줄어들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는 거의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조되는 바이든의 파격행보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이 ‘원전 확대’만이 기후위기 정책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한국정부와 대조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 기후변화의 흐름에서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나섰다. 이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5%에서 52%로 상향 조정하고, 세계기후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시기부터 기후위기나 환경오염 취약계층을 위한 ‘정의 40이니셔티브(Justice 40 Initiative)’ 캠페인을 추진했다. 기후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정부 투자 혜택의 40%는 환경문제로 피해를 입어온 지역사회에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후 백악관 환경정의협의회의 권고안과 행정명령으로 이어졌다. 또 환경문제로 피해를 본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내 ‘환경정의’ 부처 신설을 계획 중이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다수의 사업이 미국 소수집단 거주지역에서 벌어져 이들 지역 주민들은 건강상 위험에 노출돼왔다. ‘환경정의’ 부처는 이런 문제를 전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은 국내외적으로 파장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지만, 좌초될 위기에 처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연방대법원 연방환경청(EPA)이 전국적으로 석탄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하면서 2035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한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관련 예산으로 3690억달러(약 481조원)를 책정하고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3000억달러(약 400조원)를 쓰는 것을 골자로 한 예산안은 민주당의 존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7월 28일(현지시간) 존 맨친 의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위기 공포, 한국정치 현주소는 바이든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주요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고 이로 인한 위험 최소화와 새로운 산업 전환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공동대응이냐 또는 집단자살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페터스베르크 기후회담에 보낸 영상메시지는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한 우려를 반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0년 11월에 시행된 한국갤럽의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지구온난화를 심각한 위협이라고 봤다.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54%에 달했다.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처럼 이 같은 여론이 한국정치에 표출되고 반영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정부와 집권당은 물론, 거대 양당의 또 다른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미국 민주당과 한국 민주당을 비교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한국 민주당의 점수는 D-”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둘다 양당정치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미국 민주당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반응성이 한국보다 훨씬 좋다. 기후위기와 같은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한다.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려 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것도 한국의 민주당과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다”라면서 미국 민주당은 아래로부터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은 바깥의 시민사회가 압박하고 민주당 내부의 진보 그룹이 이를 강하게 밀어 넣으면서 민주당 내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당은 소수의 의원이 개인적으로 활약을 할 뿐 의미 있는 집단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당은 다수당이 아닌 상황에서도 의지를 갖고 기후위기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한국의 민주당은 다수당인데도 의미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다는 점에서 낙제점을 겨우 면한 점수라고 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금까지 민주당이 여론의 향방이 갈리는 ‘기후위기’ 의제를 다루는 기준은 ‘중도 확장’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기후위기 쟁점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문제에 민주당은 모호한 입장으로 대처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별다른 해명 없이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감원전’으로 바뀌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논의”, “원전 무섭다고 도망갈 게 아니다” 등 캠프의 상임 선대위원장인 송영길 전 대표의 ‘친원전’ 발언도 잇따랐다. 이는 갈등과 토론을 전제로 하는 당내 다양한 목소리라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계산한 ‘책임지지 않아도 될 말’에 가까웠다. 민주당 내에서도 송영길 의원의 발언에 대해 “중도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묵인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사전타당성 조사까지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은 당시 민주당의 주도 아래 강행 처리됐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인데 탄소중립과 공항건설을 동시에 말하는 정부 여당의 모순적 대응을 비판했다.

‘사회적 합의’ 빠진 국회 거대 양당이 기후위기 대응을 두고 이해득실만 계산하면서 기후위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정의당 등 원내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국회에서 통과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거대 양당이 조정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많은 한계가 지적됐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었던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당시 기본법은 양당이 합의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추진됐다. 사회를 새롭게 전환하는 법인데 기존에 경제성장 개념이던 ‘녹색성장’을 썼더라. 바로잡으려고 했는데, 양당 합의사항이라 바꾸지 못했다.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도 노동자 외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을 법안에 담고자 했는데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감축 목표율을 35%로 잡은 것도 양당의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2021년 2월 탄소중립기본법 입법 공청회에 참여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유럽 특사는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모두 이해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후정책은 아래로부터 올라와야 하고 사회계층을 포함하는 포용적인 법안이 돼야 한다. 시민사회로부터 4000개 정도의 의견서를 수렴했다. 이 법이 시행된 후에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전환과정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상향식으로 입법절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국회는 기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기본법 내용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빠뜨렸다. 한상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법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개선사항을 국회에 요구했다. 한 연구위원은 법안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 산업구조 개편 시 ‘사회적 합의’ 조항이 빠진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 기업 등 당사자들이 주체가 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될 수 있는데, 현재의 기본법은 국가가 지정하는 하향식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고통과 비용이 특정 지역, 노동자, 공동체에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대표적인 전환대상 산업이다.

한 위원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전환을 할 때, 국가가 일방적으로 이를 주도하게 되면 결국 지원금 문제만 남아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상향식이 돼야 하는 이유다. 국가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정하고 지역사회, 주민, 전문가, 기업, 노동자 모두 포함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어떻게 전환할지를 결정하면 국가가 이를 균형 있게 조율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기본법의 정의로운 전환 항목에서 ‘사회적 합의’ 조항은 결국 들어가지 않았다. 한 의원은 “합의에 실패하면 전환이 안 된다. 하향식으로 하면 갈등만 커져서 감축은 되지도 않고 법적 소송만 심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라며 “독일 석탄광산을 전환할 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었다. 탄소 감축의 시금석은 전환 여부에 달려 있는데 이를 국가가 어떻게 지원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구촌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소방헬기가 연기 위를 날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구촌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소방헬기가 연기 위를 날고 있다. / AP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 위해서는 정치개혁 필요 양당이 보여주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태도는 지금의 정치제도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2월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정치의 모색’ 토론회에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선거에서 절반 정도 투표자의 표가 죽은 표가 되어 민의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절반은 투표를 통하여 대표와 권력을 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차단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민주화 이후 전체 통계를 보면 모든 대통령은 유효투표 대비 평균 득표율 43.8%, 선거인 수 대비 평균 득표율 33.5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 또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이는 비례대표 의석이 20% 미만인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시급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양당정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본격적인 정치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는데 사실 에너지 정책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들의 기후위기 대응책은 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후위기 문제는 민주주의 위기와도 연결돼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빨리 없어져야 하는 것이지 발전소 노동자들이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다. 이를 논의할 거버넌스는 민주적 구조를 못 갖고 있다”라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세력화가 되고 이게 결집돼 제3당도 힘을 받고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영향을 받는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각계각층에서 기후위기를 겪는 현실이 다른데 지금 국회는 서울·법조인·자산가 출신 의원들이 과다대표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농가 인구가 260만명 정도 되는데 국민의 4%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299명 국회의원 중 최소 12명 정도가 농민 출신이 돼야 정상이다. 지금 국회의원 중 농민 출신 국회의원은 없다. 그러다 보니 기후위기와 관련한 농촌 현안이 태양광 발전 피해 문제를 비롯해 보조금 문제 등 상당히 많은데도 이걸 책임 있게 다루려는 의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원인이 주로 대도시와 산업계에서 발생하고 피해를 입는 건 주로 농촌과 지방이다. 국회도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을 도외시하면서 엉뚱하고 표피적인 것만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라고 말했다.

정치개혁특위의 제한된 논의를 넘어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지역구 중심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은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공약 정책들, 지역 현안 이런 것에 매몰돼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환경 현안과 관련해 제대로 입법 활동을 하기에는 불가능한 구조다”라며 “지금과 같은 비상한 상황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을 위한 입법이 나올 수 없다.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당들이 나오려면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같은 장기적인 과제를 책임 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의원내각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의원내각제는 연정과 결부된다. 흔히 단점으로 잦은 의회 해산이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 과정에서 정당 간 이견, 연정 당시의 약속 등이 공개되고 그게 시민들에게 인식이 된다. 선거에서 뽑힌 정당은 이전의 정책을 승계해야 한다. 이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이유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급박한 기후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총선을 앞두고 치열하게 우리 사회가 개헌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다. 여기서 논의할 안건으로 제도개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이 포함돼 있다. 지난 총선 때 악용됐던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지난 총선의 퇴행을 바로잡고 비례대표 숫자를 조금 늘리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의원 등 당대표에 도전한 의원들이 정치개혁을 앞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존 정치개혁 논의의 틀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후보 중 이동학 전 혁신위원(7월 28일 전당대회 컷오프 탈락)만 구체적이고 과감한 정치개혁안을 내세운 상황이다. 이 전 위원은 “의원정수가 500석까지 늘어나야 한다. 지금 지역구 의석이 250인데, 비례대표 의석수도 250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국회의원 총수가 늘어나도 예산 총액은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와 같은 미래 이슈를 다룰 국회의원들이 더 많이 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과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중간지점인 2030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탄소시계가 점점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지금, 정치개혁은 기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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