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초호화 캐스팅과 주제의식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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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제목 ‘비상선언’이 내포한 사전적 의미는 상충하는 대의적 명분과 개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퇴색하면서 현실적 아이러니로 부각한다.

제목 비상선언(Emergency Declaration)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40분

장르 드라마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개봉 2022년 8월 3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쇼박스

(주)쇼박스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지만,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하와이에 가려고 인천공항에 온 재혁(이병헌 분)은 딸의 주변을 맴돌며 자신에게도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진석(임시완 분)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진다. 하필이면 그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을 알게 되면서 재혁의 불안은 극심해진다.

재혁 부녀가 탑승한 하와이행 KI501 항공편은 이륙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원인불명의 사망에 이르고, 기장까지 쓰러지고 만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분)와 사무장 희진(김소진 분)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혼란을 수습하려 애쓰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진다.

한편 형사팀장 인호(송강호 분)는 인터넷상에 비행기 테러가 예고됐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확인 차 출동한다. 낡은 아파트 안에서 부패한 시체를 발견한 인호는 테러 예고가 사실임을 확인하는데, 하필 여행을 떠난 아내가 문제의 KI501편에 탑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직면한다. 사상 초유의 항공기 테러를 수습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박해준 분)를 위시한 긴급대책팀이 꾸려진다.

영화 <비상선언>을 접하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화려한 출연진의 면모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초호화 캐스팅이다. 한 작품에서 상호작용하는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 의식을 담보한 현대적 재난영화

이런 기획은 과거로부터 소위 대규모 재난영화가 직관적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구가해온 전통적 전략이었다. 연배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재난영화의 고전으로 소환되는 <에어포트>(1970), <포세이돈 어드벤쳐>(1972), <타워링>(1974) 같은 작품들의 포스터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유명배우들의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비상선언>은 이런 장르의 전통성을 발판으로 현대적 영화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추가하고 있다. 현실감 극대화를 의도한 세심한 촬영이나 360도 회전이 가능한 거대 세트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무엇보다 시의적절한 주제의식을 뚜렷이 드러냄으로써 단순한 오락영화 이상의 성취까지 욕심낸다.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것은 10여년 전이라고 한다. 항공기 재난을 둘러싼 매력적인 상황 설정에 매료돼 영화화를 고민했지만, 당시엔 이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확신을 갖지 못해 덮어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크고 작은 재난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제목으로 쓴 ‘비상선언’이란 기장이 판단해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면 운행 중인 항공기가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비상사태를 뜻한다. 영화가 후반에 치달을수록 제목 ‘비상선언’이 내포한 사전적 의미는 상충하는 대의적 명분과 개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퇴색하면서 현실적 아이러니로 부각한다.

첨단제작 기술에 상충하는 낡은 화법

이런 모순은 비단 재난으로 규정되는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요소요소에서 발견되는 크고 작은 불의의 대부분이 원칙과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이기주의에서 비롯됨을 우리는 무수히 목도해왔다. 누군가의 사욕으로 촉발된 위기는 다른 이의 희생으로 수습되고 위태로운 균형을 지켜낸다. 지금도 전방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비상선언’들에 우리가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 자성해볼 문제다.

중요한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그리 현명해보이지 않는다. 중반 이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문제의식은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 급진적이고 노골적이라 거리감마저 유발한다. 특히 절정에 이르러 삽입된 화상통화 장면은 이런 의심에 방점을 찍는다. 치명적 포석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영화를 접하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겠지만, 더불어 작품에 대한 다른 평가를 이끌어낼 결정적 기준이 될 것도 분명하다.

특수효과에 공을 들인 만큼 일반상영뿐 아니라 IMAX, 스크린X, 4DX 등 국내에서 체험 가능한 모든 특수형태 상영을 제공해 관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여름 ‘한국영화 빅4’의 최종 승자는?

[시네프리뷰]비상선언-초호화 캐스팅과 주제의식 과잉

계절은 어느덧 장마도 끝나 여름의 정점을 관통하고 있지만, 극장가는 이제야 대목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여름시장 경쟁에 본격 진입 중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침체한 분위기를 피해 오랫동안 개봉을 미루던 한국영화 <외계+인>,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가 순차적으로 공개되면서 소위 ‘한국영화 빅4’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년과 달리 눈에 띄는 할리우드 대작도 없는 만큼 개별 작품들의 면면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흥행의 진검승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세계적인 K컬처의 인기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판타지 장르의 정점을 보여주는 <외계+인>이 지난 7월 20일 개봉했다.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짜>, <도둑들>, <암살>까지 흥행불패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라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평가는 양분되는 분위기인데, 애초 2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인지라 다음편이 공개돼야 온전한 평가가 이뤄질 듯하다.

7월 27일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현재 한국영화 최고 관객동원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량>(2014)의 속편이자 전사(前史)를 다룬 프리퀄 작품이다. 전작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에 공개되는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어져 마무리된다.

1980년대 엄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안기부 요원들의 심리전을 다룬 첩보물 <헌트>는 오는 8월 10일 공개된다.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으로 올해 5월 치러진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분에 초청돼 호평을 이끌어냈다. <태양은 없다>(1998) 이후 오랜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유명한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도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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