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하게 되살아난 거북선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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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명량>에서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던 거북선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본격적인 활약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 부분은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더불어 바다 위의 성이라 묘사되는 학익진(鶴翼陣)을 완성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제목 한산: 용의 출현

제작연도 2021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30분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공명, 김성균, 김향기

개봉 2022년 7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빅스톤픽쳐스

㈜빅스톤픽쳐스

<한산: 용의 출현>은 2014년 김한민 감독이 연출해 1761만559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22년 6월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달성한 <명량>의 공식 속편이자 전작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작품이다.

참고로 훑어보면 2위는 <극한직업>(1626만4944명), 3위는 <신과 함께: 죄와 벌>(1441만754명), 4위는 <국제시장>(1425만7115명), 5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4604명)이다. 상대적으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김한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극락도 살인사건>(2007)은 발칙할 정도로 비범한 작품이었다.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마치 토속 공포물처럼 시작한 영화는 키치적 유머와 예상 밖의 전개를 거쳐 일종의 첨단 메디컬 스릴러로 마무리된다. 기발한 상상력을 실현해낸 이제껏 보지 못한 한국영화였다.

차기작인 스릴러 <핸드폰>(2009)은 다소 흥행이 저조했지만 이후 내놓은 시대물 <최종병기 활>(2011)과 <명량>(2014)이 연이어 성공하며 상업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반면 두 작품 모두 무거운 역사를 기반으로 한 배경에 반해 단편적인 이야기 전개와 감정을 자극하는 구태의연하고 억지스러운 설정 등이 지적을 받으며 흥행 여부와 별개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 욕심 덜어낸 진심 오락영화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번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은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엿보인다. 그동안 놓지 못하고 있던 애매모호한 드라마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시원한 오락영화로서의 본질에만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애써 개인사에 연연하지 않는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이나 연기의 톤도 상당히 표면적으로 보인다. 이 또한 단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깔끔하게 느껴진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온전히 한산도 대첩 자체에 집중하도록 시선을 유도한다.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작 <명량>과 비교해 진지함과 무게감이 증발했다는 의견이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적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 상영시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규모 해상 전투 장면은 오랜 시간의 자료조사와 고증을 거쳤지만 결국 현대적 상상력에 의지해 재창조됐다. 요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액션 장면들은 현실성을 떠나 보는 이의 정신을 빼놓는다.

특히 <명량>에서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던 거북선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본격적인 활약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 부분은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더불어 바다 위의 성이라 묘사된 학익진(鶴翼陣)을 완성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실제 전란을 배경으로 한 만큼 한국 사람이라면 더욱 통쾌하게 몰입할 만한 장면이기도 하다.

진일보한 첨단 영화기술의 집대성

작품의 중심이 되는 해전 장면의 대부분이 실제 물 위에서 촬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처럼 과감한 제작방식의 결단과 실행은 전작 <명량> 제작 당시의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안에 초대형 규모로 마련한 실내세트와 여수에 조성한 야외세트에서 촬영했다. 이처럼 물 없이 촬영한 해전 장면은 실제 촬영에 앞서 치밀하게 계산된 시뮬레이팅 과정이 전제됐고, 최첨단 촬영 시스템인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버추얼프러덕션 기술도 적극 활용했다.

사전에 구연된 영상을 참조한 배우들은 동선과 감정을 미리 파악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실제 날씨에 구애를 받지 않는 세트 촬영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외부변수를 최소화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모든 공정은 컴퓨터 화상처리(CG)를 통해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세 번째 작품 <노량: 죽음의 바다>는 지난해 6월 이미 촬영을 마치고 한창 후반 작업 중이다. 김윤석이 말년의 이순신을 연기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무거운 작품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결국 3부작 중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를 가장 크게 즐길 수 있는 건 이번 두 번째 작품이다.

물 없이 완성되는 바다영화

㈜빅스톤픽쳐스

㈜빅스톤픽쳐스


<한산: 용의 출현>의 백미이며 상영시간의 절반에 육박하는 해상전과 관련한 장면들을 모두 지상 위 세트에서 촬영했다는 흥미로운 뒷얘기를 전해 들으니 자연스레 한국 최초의 본격 잠수함 영화를 표방했던 <유령>(1999)이 떠오른다.

과감한 신인감독을 등용해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차승재 대표가 최민수, 정우성을 주연으로 당시 뮤직비디오와 특수촬영 감독으로 인정받던 신예 민병천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겨 완성한 대작 영화였다. 각본에 참여한 봉준호의 이름도 반갑다.

당시로써는 촬영횟수 108회, 필름사용량 18만자라는 파격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는데, 특히 잠수함의 해저 잠항 장면은 일명 ‘드라이 포 웨트(Dry for Wet)’ 기법을 도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드라이 포 웨트’는 공기 중에 연기와 조명을 활용해 바닷속의 풍경을 연출해내는 특수효과 기법으로, 현대 잠수함 영화의 교본으로 일컬어지는 <크림슨 타이드>(1995)나 <붉은 10월>

(1990)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에 사용된 기술로 알려져 있다. <유령>의 경우 방독면을 착용한 촬영 스태프들이 3개월에 걸쳐 작업했는데, 이 기법을 사용한 장면이 영화 속에서 10분 남짓 등장한다고 한다.

<유령>은 제20회 청룡영화상 기술상, 제37회 대종상에서 조명상·편집상·영상기술상·음향기술상 등을 수상하며 새로운 시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제작기술에 비해 비현실적인 세계관이나 불안정한 이야기 구조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해군이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물 밖에서 촬영했다는 점, 갈등의 대상이 되는 교전국으로 일본이 등장함으로써 현실적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부분도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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