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팔상전에 담은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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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

[정태겸의 풍경](30)팔상전에 담은 뜻은

험준한 속리산 안쪽의 평탄한 대지 위에 법주사가 있다. 속리산은 그 이름부터 ‘속세와 이별하는 산’이다. 150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이가 숲을 지나 속세와 이별하기 위해 법주사에 발을 디뎠다.

법주사의 백미는 팔상전이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5층 목탑이다. 네 방향으로 입구가 뚫렸고, 그 안에는 부처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나눠 그린 팔상도를 모셨다. 그 앞을 작은 불상들이 지키고 있고, 불상은 수백의 나한이 호위한다. 나한상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얼굴이 다르고 표정이 다르고 몸체도 저마다 각기 다르다.

문득 저 나한들이 법주사를 찾아온 우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한은 깨달은 존재지만 아직 부처가 되지 않은 이.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을 평안케 하겠다고 산사를 찾은 우리에게 옛 선조는 “이미 너의 안에 원하는 바가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청명한 하늘에 기분도 청량해졌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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