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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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세력’과 결별한 국민의힘은 기나긴 침체를 끝내고 정권을 되찾았다. ‘조국기세력’과의 결별이 불가능한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3연패 뒤에도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두 세력의 흥망을 가른 것은 ‘헤어질 결심’이다. 헤어지지 못해 슬픈 정당이 또 하나 있다. 연이은 선거 참패로 존폐의 기로에 선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알쏭달쏭한 정당이다. 이 당의 색깔은 파랑으로도 보이고, 초록으로도 보이는 탕웨이의 원피스 같다. 평소에는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 흉내를 내다가도 결정적 순간이 오면 민주당의 폭주에 손을 들어주는 영혼의 식민지 노릇을 한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 총선 위성정당 사태 이후 수차례 친민주당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당은 자발적 식민지를 희망하는 이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오늘을 생각한다]민주당과 헤어질 결심

지난 4월 민주당 강경파가 주도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정의당은 당초 반대 당론을 채택하며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막상 표결하는 날 정의당 의원들은 검찰청법 개정안에는 찬성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며칠 뒤 자당 요구의 반영 여부에 따라 찬성과 기권을 결정했다는 궁색한 입장을 내놨다. 날치기 시도와 위성의원 사태 등 민주당의 민주주의 훼손 폭거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으며, 그저 기계적인 법안 자구해석의 논리에 따라 입장을 정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곡예가 3년 전에도 있었다. 정의당은 조국 장관이 마냥 예쁘다는 이유로 임명에 찬성했던 건 아니었다. 조국 사태 초반 심상정 대표는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라며 후보자를 매섭게 비판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직후 정의당은 대통령 임명권의 존중,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 등 나름의 ‘틀리지 않을 이유’들을 꾸역꾸역 둘러대며 임명 찬성 쪽에 손을 들었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들 머릿속에 남은 건 조국 찬성 거수기의 기억뿐이다. ‘조국찬성당’, ‘검수완박당’의 오명을 얻는 동안 정의당의 이미지는 민주당과 완전히 동화됐다. 한국리서치의 정한울 위원이 최근 발표한 정당인식여론조사(0 매우 진보·10 매우 보수)에 따르면 민주당은 3.4, 정의당은 3.3으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올해 3월 기준·국민의힘은 7.5). 동질하게 인식되는 두 당이 운명을 같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반대해도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의당이 조국을 ‘데스노트’에 적었어도 대세엔 영향이 없었을 것이다. 대세에 영향이 없다고 해서 정치를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든 정당이든 대세가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가 진짜 모습을 말해주는 거니까. 정의당이 ‘조국반성문’을 써도 써도 끝이 없는 이유는 그때 사람들이 이 당의 진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근래 유권자들이 이 당에 가장 큰 지지를 보냈던 선거는 정의당이 끝까지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하며 홀로 원칙을 지켰던 2020년 총선이었다. 그때 10% 가까이 기록했던 지지율은 1/10 토막이 났다. 이제 무엇과 헤어져야 할지 결심할 순간이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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