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조각가 김정숙·김종영, 우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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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라고 다 같은 우표가 아니다. 일상에선 흔히 ‘일반 우표’를 접한다. 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낼 때 붙이는 우표가 일반 우표다. 일반 우표는 우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지불한 비용의 증표다. 발행량과 판매기간을 정하지 않고 수요에 따라 발행한다. 일반 우표에 등장하는 소재는 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나타내는 국가 상징물과 동식물, 문화재 등이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정사업본부 제공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기념우표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기념우표의 소재가 되려면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①국제협력증진, 국제평화·인류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국제행사 ②국가적 행사 기념 ③정부제정 기념일, 역사적으로 기념할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인물·사건 ④한국의 자연, 과학기술, 문화재, 전통문화 ⑤국위선양, 국제평화 등 공로가 인정되는 인물 ⑥외국과 공동으로 발행하는 경우에만 기념우표의 소재가 된다.

여섯가지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기념 우표로 발행되는 건 아니다. 네 단계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2월 공고를 내 수요조사를 한다. 수요조사 기간은 60일이다. 수요조사를 토대로 우표위원회에서 발행 안건을 심의한다. 우표위원회는 각계 전문가 20명 이내로 꾸린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표위원회에서 심의한 내용을 정리해 기념우표 발행계획을 공고한다. 이후 각계의 이의신청도 수렴한다. 이의신청까지 마치면 발행을 결정한다.

여러 과정을 거쳐 가장 최근 발행된 기념우표는 어떤 소재를 다뤘을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7월 7일 ‘근대조각가’ 기념우표 64만장을 발행했다. 근대조각가 기념우표에는 한국의 추상조각가 김정숙과 김종영의 얼굴과 대표 작품이 담겼다. 기념우표는 가까운 총괄우체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서 신청해 살 수 있다.

기념우표에 담긴 두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다. 김정숙 작가(1917~1991)는 국내 1세대 여성 조각가로 꼽힌다. 그는 공사장에서 쓰던 용접 기술을 조각 교육 현장에 보급했다. 초기에는 ‘인체’를 소재로 나무, 대리석, 청동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작품활동 후반에는 추상적인 형태의 작품을 내놓았다. 대표작으로는 정감 넘치는 조형미의 ‘모자상’과 새의 형상을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해 단순한 외양으로 구성한 ‘비상’ 시리즈가 있다. 이번 기념우표에는 인간의 형상을 단순화한 작품 ‘생(Existence)’을 담았다.

김종영 작가(1915~1982)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1953년 5월 런던에서 열린 국제조각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같은 해 12월, 한국 최초의 추상 조각품인 ‘새’를 출품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세기 한국 미술에서 ‘불각’(인위적으로 깎지 않음)의 미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기념우표에는 불각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79-19’이 실렸다.

<김원진 스포트라이트부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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