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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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라는 책자를 내놨습니다. 마지막 36번째 성과로 지목된 건 ‘공공부문 혁신과 사회적 가치 실현’이었습니다. 이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서비스 확대와 사회적 역할 강화에 주력했다는 내용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기재부가 강조한 공공기관의 역할은 ‘공공성’이었습니다. 예컨대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주요 항목에 공공성을 의미하는 ‘사회적 가치’ 지표가 있는데, 배점이 100점 만점에 25점이나 차지합니다. 이 기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안광호 기자

안광호 기자

6개월 후인 지난 6월 20일, 기재부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제7차 공운위)’를 내놨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후속 조치’입니다. 향후 경영평가에서는 “효율성과 수익성이 보다 균형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경영관리 평가지표 구성을 재설계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적 가치 지표 비중을 낮추고 재무성과 지표(현재 5점) 등 경영성과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평가방식을 바꾸겠다는 의미입니다.

열흘 후인 6월 30일, 기재부는 한전 등 14개 ‘구조조정’ 대상 기관을 선정했습니다. 경영평가 개편 방침을 밝힌 지 열흘 만입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기재부가 이날 함께 발표한 공공기관 5개년 ‘재정건전화 계획’입니다. 보도자료를 보니 비대해진 조직의 군살을 빼고 재무상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6개월 전 경제성과로 지목된 ‘공공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매각, 사업 타당성, 수익성, 원가절감 등 경영 효율을 강조한 단어들만 빼곡했습니다. 재정건전화 계획에서 공공의 역할까지 언급하지 않을 순 있습니다.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모두 나서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터라 공공의 역할을 얘기하기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다만 기재부 입장이 6개월 새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을 두고 민영화 시도, 전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용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수익과 효율만 앞세웠을 때 부작용도 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공공기관의 역할에서 ‘공공’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커지는 요즘입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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