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 그리고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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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쏟아붓던 지난 6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법정 심의 기한일이어서 안팎으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는 노동자들이 천막 농성을 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노동자들이 우비를 입고 마이크를 잡았다. 실질임금 인상이 담보된 ‘최저임금을 올리고 불평등을 없애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우산 위로 후두둑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뚫고 노동자들의 외침이 또렷하게 들렸다.

전국민중행동과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문재원 기자

전국민중행동과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문재원 기자

현장에 함께 있던 동료 기자가 집회가 의미 있으려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래야 집회가 더 의미 있을 거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마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노동자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시간을 쪼개 일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겠지, 생각했다. 앞장서서 마이크를 잡은 모두가 저임금 노동자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폭우에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실질임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연대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개개인이 연대하는 경우도 있다. SPC 제품 불매운동이 그랬다.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를 위해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단식에 나서자 시민단체들이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후 임 지회장의 단식은 중단됐는데(노동자 5명은 지난 7월 4일 다시 집단 단식에 나섰다), 청년들은 SPC 그룹의 불법파견 등 이슈에 공감했다. 그리고 불매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청년들은 “우리 주변 노동자들의 고통을 어떻게 달게 섭취할 수만 있겠나”고 했다.

최근에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향하는 연대·지지가 뜨겁다. 이 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임금 인상과 휴식공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학내 집회를 열었다. 재학생 3명이 집회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라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정작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대학 측은 뒤로 물러나 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3000명에 가까운 학생·시민들의 지지 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말했다. “당신(대학 측)이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여민의 시집 <마음의 온도는 몇도일까요?>라는 책에 ‘별 그리고 어둠’이라는 시가 있다.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약 별에게 어둠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덜 빛났을 것이고/ 만약 어둠에게 별이 노래를 불러 주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깜깜한 외로움이었겠지// 내가 별을 잡으려 한 번도 손을 뻗지 않았던 건/ 어둠 곁에 별이 있어야 더 반짝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외롭지 않게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 어둡지 않도록 연대해주는 손길들. 이들이 바로 ‘별’ 아닐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반짝’이다 보면 주변이 환해질 거다. 그것이 바로 폭우를 맞으면서도 마이크를 잡는, 포켓몬 빵 앞에서 주저하는, 특권의식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유선희 정책사회부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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