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세계의 비닐봉투 퇴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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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 년에 몇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할까. 한국인은 2015년 1인당 420여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했고(자원순환사회연대), 2017년 460여장을 썼다고 한다(그린피스). 2019년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긴 했으나, 여전히 우리 주변에 비닐봉투는 넘쳐난다. 특히 배달이 확산되며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에 속수무책이다.

[오늘을 생각한다]세계의 비닐봉투 퇴출 작전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비닐봉투의 수명은 500년 이상이다. 영어로는 ‘플라스틱 백(plastic bag)’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비닐봉투는 폴리에틸렌 등의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든다. 젖고 찢어지는 등 잘 파손되는 종이봉투의 대안을 찾던 중 1959년 비닐봉투가 탄생했다. 목재 사용을 줄일 수 있고, 다른 봉투에 비해 효율적인 생산공정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비닐봉투가 각광받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요즘에도 비닐봉투가 종이봉투나 에코백보다 더 친환경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 모든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이 답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해양오염과 생태계 파괴 방지를 위해서도 플라스틱 줄이기가 필연적이다. 플라스틱의 가장 큰 시장은 ‘포장’이다. 2018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 1차 생산의 약 36%가 포장에 사용됐다. 포장 플라스틱은 필수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감축이 상대적으로 쉬울 뿐 아니라 효과도 즉각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국은 포장 플라스틱 규제, 특히 비닐봉투 규제를 강화해가고 있다. 2015년 유럽연합은 비닐봉투 사용량을 2019년까지 연간 1인당 90개로, 2025년까지 40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덴마크는 2016년부터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상점에서 퇴비화가 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을 금지했다. 2022년부터는 1.5㎏ 미만 채소와 과일 판매 시 플라스틱 포장을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2022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이 30% 미만 포함된 포장에 대해 t당 200파운드의 플라스틱 포장세를 부과한다. 아프리카 많은 국가는 이미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케냐가 대표적이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수입·생산·판매하는 기업은 최대 4만달러, 개인은 500달러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캐나다는 오는 12월부터 비닐봉투를 비롯한 주요 플라스틱 6개 제품의 제조와 수입을, 2023년 말부터는 판매도 금지한다. 2020년 3월 뉴욕주는 모든 소매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퇴출했다. 베트남은 2026년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의 전면 금지를 예고하고 있다. 타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결코 빠른 타임라인은 아니다. 유상으로도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는 사회의 도래를 앞두고 우리는 과연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7월 3일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이었다. 봉투 없는 사회를 고민해본다.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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