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 818호·435호를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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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로 나란히 국회 입성한 이재명·안철수 의원의 한 달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자들의 영상과 취재수첩에 담겼다. 지난 6월 7일 국회 의원회관. 지난 보궐선거로 새로 국회에 들어온 두 사람의 첫 출근길이 주목받았다. 인천 계양갑 보궐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의원과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다. 3개월 전 대선에서 이들은 대권주자로 맞붙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들의 의원실 초행길은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목표는 차기대권이 아니다. 당권이다. 당장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를 뽑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대표 체제지만 이 대표의 과거 행적을 두고 7월 7일 열릴 당윤리위원회를 앞둔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지만 윤리위원회 결과에 따라 새로운 체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6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알려드립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과 지선 이후 당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6월 30일 이 의원실에서 기자단톡방을 통해 배포한 공식 입장문이다. 아직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이날 한 유명 친명(친이재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은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단독] 이재명, 전당대회 출마 결심…“정치생명 걸겠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글에는 “드디어 일하는 민주당, 야당다운 야당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열심히 응원하겠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다”와 같은 지지 댓글이 쏟아져 나왔다.

하루 간격으로 쏟아져 나온 의원실 ‘해명’

전날 안철수 의원도 ‘알려드립니다’라는 명의의 자료를 냈다. “어제 이오회 모임 관련해 돌고 있는 ‘소위 받글’의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의 조작글임을 밝힙니다. 어제 모임은 당선자 및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자리였고, 힘든 여건에서 지방선거를 승리해 서로에게 격려하고 덕담하는 자리였습니다. 참석자가 많았기 때문에 추가 확인 취재로도 곧 밝혀질 사안이지만 당권, 대권, 특정인 거명 등의 내용은 안철수 의원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서도 전혀 언급된 바 없습니다.” 안철수 의원 측에서 ‘조작글’로 지목한 소위 ‘받글’(받은 글의 줄임말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퍼왔다는 뜻. 대부분 출처 불명의 전언 글 형식이다)의 내용은 전날 국민의힘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 모임(이오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은 대선주자인 이재명을 당대표로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도 대선주자인 내가 대표가 돼 세게 부딪쳐야 하지 않겠냐”고 발언했고, 이런 전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해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안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례적으로 이 ‘받글’을 거론하며 “많은 분이 모였고, 그분들에게 사실을 확인해보면 된다”며 “그간 소회를 밝힌 것일 뿐 민주당 쪽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나온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두 사람의 신분이 보궐로 당선된 임기 2년 남은 국회의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력인사다. 의원실도 그냥 의원실이 아니다. 실세 중의 실세 의원실이다. 아직 정식 원 구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회 의원회관 818호(이재명)와 435호(안철수) 의원실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과거도 그랬다. 결국 국정농단 비선으로 탄핵을 당했지만, 대통령이 되기 전 박근혜 의원의 경우 고(故) 이춘상 보좌관과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은 박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보좌진이었다. ‘박근혜 의원실’을 이끌던 사람은 최서원씨의 남편 정윤회씨였다. 2012년 대선과정에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을 포함해 ‘4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을 지휘했다. 19대 때 초선으로 국회에 진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보좌관이었던 윤건영 의원이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춘추관장을 맡은 김재준 전 관장, 국민소통수석실 신상엽·한정우 행정관, 신혜연 국정상황실 행정관 등 19대 문재인 의원실 보좌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 요직으로 들어갔다. 간단히 말해 대권주자급 국회의원의 의원실은 통상적인 국회의원실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얘기다.

대권주자급 의원실과 다른 의원실 차이

“아… 사진은 찍으면 안 됩니다.” 6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818호 이재명 의원실 의원방을 둘러보던 기자가 스마트폰을 꺼내들자 의원실 측이 제동을 걸었다. “아직 세팅된 것이 없어서요. 한 매체에서 사진이 나오면 저희 입장에서는 ‘왜 저 언론사만 사진을 찍게 해줬냐’는 항의가 쏟아집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없어요. 책장도 텅텅 비었는데….”

실제 그랬다. 국회 의원회관의 의원실은 방 위치에 따라 창밖 풍광은 다르지만 대개 4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보좌관·비서관들의 사무공간이다. 긴 직사각형 형태로 돼 있는 보좌진 사무공간의 맨 안쪽, 그러니까 입구에서 제일 먼 쪽에 보통 선임보좌관 자리가 있다. 총 9명의 보좌 인력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 6~9급 비서관 각 1명, 인턴 1명이다. 통상적으로 보좌진 자리는 직급순으로 앉는다. 그러니까 의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 막내 격인 행정 업무를 보는 인턴일 가능성이 높다.

인턴·9급 비서 자리 맞은편엔 보통 작은 회의실이 마련돼 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접견하는 장소다. 이 경우 접견은 보통 선임보좌관이 담당한다. 어느 정도 검증된 경우에만 안쪽의 의원 집무실로 들어가 의원과 면담을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의원 면담은 보좌관의 ‘스크린’을 거쳐야 가능하다. 회의실과 의원 집무실 사이에는 냉장고나 개수대 등이 놓여 있는 간이탕비실이 대개 마련돼 있다.

회의실에는 보통 감사기관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나 다른 의원들로부터 받은 책 등이 꽂혀 있다. 의원 집무실은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응원 메시지나 기념사진, 의원 본인의 의정활동 자료 등으로 꾸민다. 6월 하순 방문한 이재명·안철수 의원방엔 아직 아무것도 들여놓은 것이 없었다. 그나마 이재명 의원실엔 축하 난과 함께 지난 선거 때 쓰였음직한 ‘계양을 제2의 판교로’라고 적힌 패널과 ‘대동세상 인의지도(大同世上 人義至道)’라고 음각된 이재명 의원의 초상 판화가 눈에 띄었다. 대동세상은 지난해 7월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의원이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터라 이미 익숙한 구호다. 인의지도는? 한자를 유심히 보면 공자와 맹자가 말한 인의지도(仁義之道)가 아니다. 사람의 의(義)가 이르게 되는(至) 길이라는 뜻이다. 자세한 의미를 이 의원에게 직접 들어봐야 한다.

그날 이 의원은 자리에 없었다. 4급 보좌관으로 이 의원실에 참여하게 된 김남준 전 경기도 언론비서관에게 물어봤다.

-의원님은 자주 나오십니까.

“다른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여기에 나오십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등원하여 의원실에 명패를 달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등원하여 의원실에 명패를 달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혹시 다음 주(6월 다섯째 주) 의원님 일정 중 크리티컬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있나요.

“지금은 저희가 계속 ‘로우키’로 가기 때문에 특별한 일정은 없고, 지역 일정을 소화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관심이 있는 토론회나 행사가 있으면 참석을 한다든가 하는 식이죠. 기본적인 일정은 사람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단계예요.”

보좌진 책상 배치에서 한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선임격에 해당하는 4급 보좌관들 책상이 가장 안쪽에 마련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원실 쪽에 붙어서, 그러니까 바라보는 기준에 가장 안쪽 왼쪽에 있는 보좌관이 의원실 보좌진 중에 가장 선임이고, ‘부사수’에 해당하는 보좌관이 맞은편 오른쪽(때때로 5급인 지역 보좌관이 이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이다. 6월 22일 이재명 의원과 성남시민모임 시절부터 20년 넘게 뜻을 같이해온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이 의원실 4급 보좌진으로 채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례대로라면 김현지 보좌관의 자리는 가장 안쪽의 선임자리일 텐데, 김남준 보좌관 옆은 모경종 비서관의 책상이 자리 잡았다. 김현지 보좌관의 자리는 의원 집무실 바로 앞 보좌진 책상 사이에 마련돼 있었다. 이재명 의원실을 6월 24일과 28일 두차례 방문했으나 김현지 보좌관은 자리에 없었다. 다시 김남준 보좌관과의 대화다.

-지난 수요일(6월 22일) 김현지 전 비서관이 의원실 보좌진으로 합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논란은 아니고요.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니 그런 보도도 나온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억측이 많았죠. 유튜브 같은 데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이 의원과의 관계가 의심된다, 그런 식의 영상도 올라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사실상 인격 모독에다, 너무 심한 거잖습니까.”

-오늘 보니 자리는 있는데 자리에는 안 보이네요. 경기도 비서관을 할 때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 당시 돌았는데.

“그건 전혀 아닙니다. 말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억측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일은 열심히 했다는 거죠.

“그럼요.”

실제 과거 성남시·경기도에서 김현지 보좌관의 역할은 이재명의 ‘복심(腹心)’에 가까웠다는 것이 직접 만나본 사람들의 증언이다. 다음은 정치권 인사 A씨의 말. “사람들이 김현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핵심 실세다. 성남시나 경기도에 있을 때도 사업 구상해 가져가도 돈을 쓸 수 있는지는 김현지로부터 OK를 받아야 집행이 됐다. 정진상 선배조차 ‘이것을 하려면 현지에게 허락받아야 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보면 이재명 의원도 굳이 김현지에게는 이래라저래라 말을 안 한다. 알아서 하고 보고만 받는다. 성남시민모임을 할 때부터 상근자가 김현지 한명이었고, 이 의원이 당시 운영위원장이든가 집행위원장이었다. 십몇년간을 버텨준 사람이 김현지다. 나름 강단이 있다. 주위에서는 ‘남자보다 낫다’는 말을 한다. 물론 이 의원 주변에는 김현지보다 오래된 사람들도 있다. 이 의원에게는 알려진 것보다 별도의 측근 그룹이 많다.”

안철수 의원실, 보좌진 4명 새로 공채 중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의원회관 435호의 안철수 의원실도 마찬가지였다. 책장엔 안철수 의원이 쓴 책들이 순서와 상관없이 꽂혀 있을 뿐, 다른 국정감사·의정활동 자료는 없었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만류하고 나선 이의 마스크 쓴 얼굴이 어디서 봤는지 익숙한 얼굴이다. “혹시 김도식 실장 아니냐”고 물으니 그제야 마스크를 벗으며 “맞다”고 답한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당’ 몫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인사다. 혹시 의원실 보좌진으로 합류하냐고 물어보니 “임시로 돕고 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6월 중순,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의원실에서 낸 채용공고가 화제를 모았다. 공고문을 보면 모집대상으로 ‘4급 보좌관 2명(정책업무 1명·메시지 업무 1명), 5급 선임비서관 1명(공보업무), 9급 비서관 1명(행정 업무)’을 거론하고 있다. 4급 보좌관의 정책업무로는 ‘외교-통일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교통일위원회 유경험자’를 지원자격으로 내세우고 있다. 3선 국회의원으로 다시 국회에 입성한 안 의원이 상임위원회로 외교통일위원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을 신규 공채하겠다는 것은 재선 때까지 안철수를 보좌했던 인력이나 선거에서 그를 도왔던 사람들 대신 새로운 사람을 발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6월 28일 안철수 의원실을 다시 찾았다. 마침 4급 보좌관 신규채용 면접이 이뤄지고 있었다. 안 의원이 직접 면접을 보고 지난 대선 등에서 안 의원을 직접 도왔던 외교통일 관련 학계 인사가 배석했다. 공보담당 선임비서관(5급)으로는 인수위 장경아 공보팀장이 새로 합류했다. 국민의당 출신으로 의원실 구성 때까지만 안 의원을 돕기로 한 인사에게 저간의 사정을 물었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이재명 의원실(왼쪽)과 435호 안철수 의원실 / 정용인 기자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이재명 의원실(왼쪽)과 435호 안철수 의원실 / 정용인 기자

-국회 채용 공지를 보면 모두 4명을 뽑는 것으로 돼 있는데, 공고를 보니 6월 14일에 마감했네요. 지금이 6월 말이니 보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셈인데, 물론 아직 원 구성이 안 됐으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의원실 보좌진은 다 갖췄나요.

“의원님께서 보좌진은 다 공채로 뽑는다 생각했고 그렇게 추진하고 있어요.”

-상대 당 이재명 의원의 경우 새로 꾸린 보좌진들의 면면이 거의 대부분 과거 성남시, 경기도 시절부터 합을 맞춰온 사람들입니다. 이 경우 장점도 있겠지만, 예컨대 이재명 의원이 지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방위나 외통위의 경우 며칠 벼락 공부한다고 전문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잖아요. 국회와 인연이 없던 일종의 외인부대로 꾸린 셈인데, 그에 비해 의원님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뭐 이런 건가요.

“각자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 의원은 전문성이 있는 경험자를 공채하기로 했고, 모두 120명의 지원서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한때 최측근 내지는 안 의원의 멘토라고 불린 사람들도 취재해보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안 의원이 뭔가 섭섭하게 하지 않았냐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아닙니다. 말한 것처럼 한때 안철수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이 다 떠났다고 하지만 십몇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많아요. 왜 김도식 실장님 같은 분도 있잖아요. 기자들이 재미가 없으니 관심을 안 갖는 것이지. 로맨스 순정, 이런 것 재미없잖아요. 막 싸우고 떠나고 이런 것만 관심을 가지니까….”

-국민의당 당직자 출신인데 소속 당이 바뀐 것에 대해 아쉬운 감정은 없나요.

“아니요. 생각보다 훨씬 화학적 결합이 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척당하고 그런 것 없어요. 배척은 오히려 국민의당 때 더 많았죠. 이제는 한식구라고 생각해주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당 출신 당직자들도 다 요직에 들어가 있고….”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은 중도실용 노선의 가능성, 진영정치의 폐해를 절감해서 그걸 극복해보겠다고 의원님을 지지하고 나섰던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철수 의원 자신이 어느 한쪽의 진영에 가담한 거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셨죠. 저는 그 결단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3정당의 당수로 10년을 버텼는데 결국 해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갈까 혼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혼자 결정했는데 거기에 실망하고 떠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걸 감수하겠다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의원님은 국민 걱정이 많습니다. 여전히 지금 국민이 너무 분열돼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그 해법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어요. 안 의원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건 안 의원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데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의원과 오랫동안 같이한 사람들도 기자들이 궁금해 물어보면 답을 해야 하는데 입을 다물고 있으니 떠난 사람들만 부각되는 거죠. 정리하자면 우리 의원실은 여전히 세팅 중이고 좋은 분들로 꾸리려 노력 중입니다. 기자들이 취재 요청하면 열심히 응하는 것이고요. 공보도 그렇게 모셨고, 나머지 보좌관들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박근혜 정부의 정윤회·최순실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왼쪽부터)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했다. / 경향자료

박근혜 정부의 정윤회·최순실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왼쪽부터)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했다. / 경향자료

-기존에 일하는 분 중 같이할 사람은 없는 건가요.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의외로 다 챙겼습니다. 언론보도도 났던데 대통령실에도 몇분이 들어갔어요. 다 어디에 갔기 때문에 새로 공채하는 것이지, 의원님 눈 밖에 나서 뭐 그런 건 없습니다.”

이재명·안철수 당권장악, 순조로울까

“사람을 쓰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이재명이 약간 정통적인 정치 스탠스로,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자기 사람을 데려다 쓴다. 안철수는 여전히 벤처기업 스타일이다. 인재를 바라보는 벤처의 시각이 필요에 따라 사람을 영입하고 내보내는 식이다. 의원실 구성에서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정치컨설턴트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대선주자급 국회의원은 입법 활동 말고도 실제 다른 일정이 많다. 그런 유력주자들이 상임위를 열심히 다니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활동은 적당히 하는 관행이 자리 잡혀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대권주자 출신 의원이 된 이재명·안철수 의원이 공통적으로 외통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엄 소장은 “아무래도 외통위는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인 외교안보를 다루는 위원회인 만큼 역대 대선주자급 국회의원들이 많이 선호하는 상임위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의 과제는 당내 영향력 확보다. 엄 소장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당 장악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가져가는 데다가, 사실상 이재명 이외의 대안부재론 때문에 빠르게 이재명 중심 당 체제로 재편되리라는 전망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법리스크로 흔들리면 예컨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같은 다른 주자가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이재명 필패론, 대선·지선 패배책임론이 더해져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안 의원은 어떨까. “민주당의 이재명에 비해 당권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신용철 위원은 전망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쌓아온 지분은 있지만, 당내 입지는 좁은 편이다. 공동정부라고 만들어놓은 윤석열 정부가 중도 확장에 성공했다면 그에 맞춰 뭐든지 노려볼 만한데, 강성보수와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신보수’가 연합해 애매하게 대선을 이겼으니 그런 분위기에서 안철수의 중도실용 노선이 먹혀들어갈 여지가 너무 없어 보인다.” 현재까지 안철수가 당대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취임한 지 몇개월도 안 된 대통령 앞에서 차기 권력을 노리는 것은 자살전략이다. 현재는 당내 기반도 없고, 이준석 당대표와 관계도 좋지 않다. 지금은 오히려 당내 의원 모임을 만들어 착실히 사람을 만들 때다.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 때 끌어모은 신뢰가 자산이다. 당내 입지와 기반을 구축하면 당대표 가능성은 그때 더 높아지지 않을까.”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대권주자급 여야 의원의 이후 행보’를 계속 주시해야 할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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