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경북 안동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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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추모

[정태겸의 풍경](29)경북 안동 하회마을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북적거렸다. 2년 동안 모일 수 없었던 풍산 류씨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음력 5월 6일(지난 6월 4일)은 풍산 류씨 집안의 어른인 서애 류성룡 선생의 기일.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집성촌이다. 이틀 전부터 충효당에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 제사를 준비했다.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제사는 자정부터 시작한다. 수십명의 풍산 류씨 후손이 하얀 도포와 갓을 차려입고 도열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다. 제사상 위에 진설한 상차림을 눈여겨봐야 한다. 북어, 고등어, 상어, 방어, 가자미, 가오리, 문어를 켜켜이 쌓고 그 위에 다시 소고기와 닭을 올린 ‘도적’이 제사상의 중심이다. 5가지 탕을 한 번에 올리는 것도 특색이다. 이는 영의정의 제사상을 의미한다. 황제는 9탕, 임금은 7탕, 영의정은 5탕이다. 이날 제사에 참석한 모든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장개’다. 서애 류성룡 선생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유밀과다. 수백년을 이어온 그 과자는 담백한 듯 은은한 단맛이 감돈다.

이틀을 꼬박 준비한 제사는 40분 만에 끝났다. 현장은 ‘거룩하다’는 표현이 걸맞을 만큼 기품이 넘쳤다. 류씨 집안의 행사지만 일반인도 참관이 가능하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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