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우주산업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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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했다. 절치부심 끝에 이룬 성공에 정부와 업계, 언론 모두 환호했다. 일찍이 윤석열 대통령은 2035년까지 우주강국에 진입하고, 우주산업 발전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도 우주산업의 시대가 열리는 걸까? 우주로 솟아오른 발사체의 스펙터클한 흔적을 거두고 나면, 회의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우주산업이 이미 미국 스페이스X의 독과점으로 질주해가는 상황에서 막대한 정부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 때문에 상업성보다는 부수적인 기술 발전과 국가안보에 끼칠 영향에 주목하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대안은 기업들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우주개발사업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라도 기다리는 걸까? 10년 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항공우주국의 예산을 대규모 삭감했던 것은 달 탐사 이후 이룬 엄청난 성장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업성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주산업은 실제 국민의 삶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됐다.

[오늘을 생각한다]우주산업에 우리의 미래는 없다

우주산업은 급속도로 사유화됐다. 항공우주국의 예산 축소로 일터를 잃은 엔지니어들은 해고가 빈번한 스페이스X 같은 기업으로 옮겨갔다.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억만장자들은 노동 착취로부터 거둔 이윤을 우주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가령 지난해 6월 아마존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온 베이조스는 한 달 후 블루오리진 캡슐을 타고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고도 100㎞ 관광을 마친 그는 “아마존의 모든 직원과 고객들에게 감사하다. 당신들이 이 모든 것을 지불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은퇴 후 우주관광을 즐기는 여가활동이 착취의 산물임을 솔직하게 밝힌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14분 동안 저고도 비행을 다녀온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은 “우리가 이것을 할 수 있다면, 다른 무엇을 또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우주산업은 기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가져온다. 최근 연구자들이 ‘어스 퓨처(Earth’s Futu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이 성층권을 지나갈 때, 방대한 양의 검은 탄소(black carbon)가 발생한다. 검은 탄소는 최대 몇주 동안 대기 중에 남아 태양광을 흡수하고, 열에너지를 방출해 기후 온난화의 강력한 요인이 된다. 게다가 성층권에서 방출되는 검은 탄소는 지구 표면의 검은 탄소보다 약 500배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검은 탄소가 열을 흡수하는 힘은 이산화탄소보다 460~1500배 강력하다.

착취로 이뤄진 억만장자들의 로켓 놀이에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괴짜 억만장자들의 관광을 멍청하게 구경하고, 누리호 발사에 환호하는 일, 혹은 오염물질을 조금 덜 배출하는 기업들에 박수를 보내는 것밖에 없는 걸까? 무기산업으로 이어질 국가주도의 개발이든,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이든, 우주산업에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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