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헤라클레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국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병이 있다. 바로 화병이다. 그 어떤 나라에도 화병이라는 것이 없다. 화병 또는 울화병이라고 불리는 병은 지속적으로 화를 참으면 발생하는데, 화를 참지 못하면 분노 조절 장애를 갖게 된다.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세기 경,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소장)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17세기 경,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소장)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방화로 분노를 표출한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사회 탓으로 돌린다.

화를 참지 못해 사고를 친 신이 그리스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다. 그는 용맹과 지혜를 겸비했지만, 때때로 본인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광기에 사로잡힐 때가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트로이 원정 중 오이칼리아의 왕 에우리토스가 주최한 활쏘기 시합에 나간다. 시합에서 이기면 자신의 딸과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했지만, 에우리토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왕의 거짓말에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오이칼리아를 떠난다. 그가 떠난 후 에우리토스의 암말 몇마리가 함께 사라진다. 왕이 헤라클레스를 의심했지만, 왕의 아들 이피토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피토스는 헤라클레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직접 암말을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헤라클레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찾아온 친구 이피토스와 술을 마시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성벽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잘못을 범하고 만다.

술이 깬 후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신을 찾는다. 신들은 헤라클레스에게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의 노예가 되게 한다.

옴팔레의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는 그의 왕국을 혼란스럽게 한 괴물들을 물리치면서 평화롭게 만든다. 이에 반한 옴팔레가 헤라클레스와 결혼한다. 헤라클레스는 여왕이 시키는 대로 여장을 하고 여자들이 하는 집안일을 한다. 여왕 옴팔레는 헤라클레스의 사자 가죽옷과 몽둥이를 빼앗는가 하면 여자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가 발밑에 앉자 양털로 옷을 만들게 한다.

옴팔레와 헤라클레스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다.

옴팔레가 헤라클레스의 귀를 잡아당기고 있다. 헤라클레스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왼손에는 바늘을 들고 있다. 오른손에는 실을 들고 있다. 그가 바느질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옴팔레가 어깨에 둘러메고 있는 사자 가죽은 헤라클레스의 상징물이다. 바느질 도구와 함께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음을 암시한다. 헤라클레스 하반신의 붉은색 옷과 상체에 걸치고 있는 여자 옷은 그가 왜 바느질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작품에서 두 사람 주변의 어린 시녀들과 나이 많은 시녀가 옴팔레와 헤라클레스를 번갈아 보고 있다. 옴팔레의 행동을 어이없어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놀림감으로 전락한 헤라클레스의 처지를 드러내는 설정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는 신의 도움으로 죄의 책임에서 벗어난다. 우리에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이 없다. 화가 나면 본인을 탓해야 한다. 조용히 살자. 인생 최고의 선택이다.

<박희숙 화가>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