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약점은 있다, 아킬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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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유독 정치에 관심이 많다. 좋은 세상을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리라. 선거 열기가 깊어지면 질수록 유독 흑색선전이 점점 기승을 부린다. 사생활, 재산, 학력, 배우자 논란 등 유권자에게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유권자는 그 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스틱스강에 아킬레우스를 담그는 테티스’ (1630~1635년경, 캔버스에 유채,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소장)

‘스틱스강에 아킬레우스를 담그는 테티스’ (1630~1635년경, 캔버스에 유채,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소장)

선거를 보면 완벽한 인간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약점이 있다.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고 하는 사람도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을 수 있다. 본인이 만들지 않았지만, 가족의 무개념한 행동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생명을 잃은 영웅이 아킬레우스다. 아킬레우스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의 아들로 트로이 전쟁의 위대한 그리스 영웅이다. 펠레우스는 제우스의 자손이다.

테티스가 인간 펠레우스와 결혼한 건 프로메테우스의 예언 때문이다. 제우스는 테티스에게 반해 그를 유혹하고자 했으나 그가 낳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위대해질 것이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을 듣고 두려움에 자기 아들과 결혼을 시킨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한테 인간의 숙명을 없애고자 낮에는 불사의 향유인 암브로시아를 발라주고 밤에는 불 속에 집어넣는다. 막내아들 아킬레우스를 불 속으로 넣는 테티스를 보고 펠레우스가 억지로 빼앗는다. 그러자 테티스는 아킬레우스를 절대로 상처 입지 않는 몸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이때 발목을 붙잡고 담그는 바람에 물이 닿지 않은 발목 부위가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됐다.

결국 트로이 전쟁 때 그 자리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은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의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들며 생을 마감했다. 발목 근육 아킬레스건의 유래다.

아킬레우스 약점의 원인을 그린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스틱스강에 아킬레우스를 담그는 테티스’이다. 하단 정면에 머리가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가 있다. 케르베로스는 저승의 문을 지키는 개로 양쪽의 조각상이 달린 문이 저승 입구임을 가리킨다.

중앙에 붉은 옷을 입은 테티스가 물속에 아이를 넣고 있다. 아이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가 테티스임을 나타낸다. 아이는 아킬레우스임을 의미한다. 뒤에서 횃불을 든 여인도 테티스다. 테티스가 아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타오르는 불길에 눕혔음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조각상의 인물들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테티스의 행동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다.

약점이 많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약점은 나도 있고 너도 있다. 신은 공평하게 인간에게 부족한 것 하나씩 남겨주었다. 교만하게 살지 말라는 뜻이다.

<박희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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