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식량위기의 3가지 원인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전 세계가 먹거리 걱정에 휩싸였다. 러시아가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고 곡물을 약탈한다. 심각한 식량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경우 러시아 수입 비중이 높지 않아 위기까지 초래하진 않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기후위기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식량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늘을 생각한다]식량위기의 3가지 원인

세계식량기구(WFP)는 지난 5월 ‘전 세계 식량위기 보고서’에서 2021년 식량 불안정 상황을 겪고 있는 인구가 53개 국가와 지역의 약 1억930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미 사상 최악을 기록한 2020년보다 400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보고서에 포함됐던 39개국만 놓고 봐도 위기 수준에 해당하는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식량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뚜렷한 원인으로 전쟁, 감염병(코로나19),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불행히도 이 세 영향은 심화되거나 빈도가 증가할 뿐 아니라 상호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위기 우려가 커지며 밀,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 수출을 제한·금지하는 생산국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 중이다. 평범한 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하고 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룟값도 올랐다. 글로벌 NGO 옥스팜이 최근 발간한 ‘고통으로 얻는 이익’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예로, 식량 가격의 상승으로 식품 부문 억만장자의 자산이 이틀에 10억달러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2007년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지적한 기아의 이면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듯하다. 코로나19는 세계 보건의 취약성을,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식량 수급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후위기의 심화는 이 모든 취약성을 총체적으로 악화시킴과 동시에 다른 취약성을 드러내는 ‘그린 스완(예측 불가능한 위험)’이다.

인류의 엄청난 성취와 성공을 생각하면,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도 이렇듯 삽시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결과가 이러하다면 우리가 거머쥔 성공의 많은 부분이 ‘기울어진 성취’가 아니었을까? 한국이 1990년대 후반까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개발도상국에 쌀을 지원하는 ‘원조 선진국’이 된 유일한 국가라는 자랑스러운 성과의 이면에는, 식량안보지수 순위가 OECD 최하위라는 상반된 성적표가 있다. 면적과 여건상 식량 수입이 불가피하지만, 식량안보 측면에서 국내 농업을 경시하는 정도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위기로 유통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쌀 대신 반도체를 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WFP의 최근 보고서가 식량위기의 장기적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소규모 농가를 인도적 대응의 최전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우리 사회가 곱씹어봐야 할 중요한 제언이다.

<지현영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