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지방선거, 지방이 주인공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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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방특례시가 생겨나고, 특별지방자치단체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지방은 대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곧 지방선거를 맞이한다. 정당의 대결이나 인물 겨루기에 그치지 말고 마땅히 지방의 역사를 새로 만드는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역 출마자들은 더 공부하고 더 실증하고 더 깊이 계획해야 한다. 특히 광역단체장들은 웬만한 나라를 맡는 일이나 진배없는 만큼 더욱 그렇다.

2015년 4월 16일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광장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돌고 있다. / 강현석 기자

2015년 4월 16일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광장에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이 돌고 있다. / 강현석 기자

도시 경제문화·콘텐츠 보정해야

한 예로 광주광역시를 돌아보자. 이번 지방선거가 도시혁신의 대도약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선사시대와 구석시시대 등의 유물이 출토되는 연으로 보아 광주의 역사는 유구하겠지만, 큰 고을의 위용만 보아도 무려 1000년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광주의 발전상을 놓고 최근의 선거전에서 돌연 복합쇼핑몰 논쟁이 불거졌다. 고도(古都) 광주의 위신이 흔들리는 불편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 더 나은 국가사회로 나아가려면 많은 사회적 돌봄과 형평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중앙 대도시와 지역거점 대도시의 도시콘텐츠, 도시 경제문화를 보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서울과 부산, 대구가 처한 현실도 비슷하다. 동시에 여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서남부권의 수부(capital) 역할을 하는 광주는 여기서 한차례 도약의 기회를 잡는다면 지리 구도와 도시의 저력을 감안하면 고소득 국가의 대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런 시선으로 광주의 미래혁신을 그려본다면, 차제에 광주를 고도 맨체스터나 고도 필라델피아에 버금가는 한국 미래대도시의 창조적이고 전형적인 모델로 삼을 만하다.

영국의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을 이끈 고도다. 직물제조, 염료, 기계 등의 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도시가 점점 해외로 공장과 기술이 이전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인구도 줄고,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맨체스터는 원래 항구 기능이 없었다. 근처의 해안도시인 리버풀에서 내륙의 항구 기능을 맡고 있었다. 일찍이 운하를 놓아 아일랜드 해안에서 바로 배가 들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맨체스터는 2011년에 주변도시 10개와 도시연합인 AGMA(맨체스터지역정부협의회)를 결성해 도시로의 사람, 물자, 자본의 집중력을 높였다.

특히 도시 동부지역의 산업단지에서 오일쇼크 와중에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2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타격을 입었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에 도시를 다시 활기차게 재생시키기 시작했다. 도심의 기차역을 중심으로 인근의 대학들을 연결하면서 빈 공장이나 창고를 지방정부가 사들이기도 하면서 도시를 고밀화하고 신규화했다. 과학, 문화, 주거, 상업, 벤처창업 등의 미래 도시기능을 보강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기차역부터 동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맨체스터 대학,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 등이 있는 대학지역을 경제, 과학, 문화, 의료, 청년주거 등의 지역으로 연결해 재생함으로써 이 지역에서만 다시 1만여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른바 ‘시티 챌린지’라 해서 시의회, 대학 등이 참여해 산업과학단지를 만들었다. 창업기술센터를 세우고 의학생명센터를 조성했다. 기업과 젊은 창업지망생들이 찾아오는 신개념 지식경제 문화도시로 변모했다. 그 덕에 도시의 주택가격도 영국 전국 도시 평균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가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되찾았다. 문화시설이나 박물관, 미술관, 스포츠게임 시설, 대형쇼핑몰도 들어왔다. 새로운 주거지가 늘어나면서 도시인구도 자연히 많이 늘었다.

도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 안겨줘야

다시 광주광역시를 예로 들어본다면, 그동안 도시발달이 낙후된 동부지역의 전남대와 광주역, 그리고 광주교육대와 구도심의 유통지역과 조선대를 연하는 일대가 떠오른다. 이만한 좋은 여건을 갖춘 지역이 또 있을까 싶다. 이곳은 오래 침체한 원도심 지역이고 지금은 경제활동성이 많이 떨어진 지역이다. 주변의 중심상권이던 충장로나 금남로, 양동시장 등도 서부, 서남부, 서북부 등으로 광주경제권이 이동하면서 어려움이 크다.

하지만 역사적인 저력이 만만치 않아 언제든 도시 부활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곳의 전남대와 광주역, 광주역과 대인교차로, 대인시장과 조선대로 이어지는 주변지역을 중간중간에 기능별 복합고밀도 방식으로 집중화해 도시를 재생하면 맨체스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미국의 고도인 필라델피아도 대학가와 낙후된 근방 지역을 연결하고 리뉴얼해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우선 광주역과 전남대의 복합개발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기차 철로와 역사를 지하로 넣으면 넓은 터가 지상에 나온다. 여기서 전남대 후문 쪽을 지하로 연결하면 이 지역은 하나가 된다. 지상의 철도부지엔 청년생활 거주지와 문화기반, 기술창업센터 등을 넣으면 된다. 기업들이 복합쇼핑몰 등을 만들게끔 유도하면 건설비용도 충당할 수 있다.

광주역에서 대인교차로와 대인시장 주변까지는 고층지역이다. 용적률을 높여주면 글로벌 의료단지와 금융단지, 자연녹지와 청년서민 주거지, 신기술창업센터와 중소기업 유통센터 등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대인시장에서 계림오거리와 장동교차로에서 조선대학교까지는 국제역량의 중소기업용 국제전시장과 유통지원 시설 기반을 넣어 서비스 문화산업단지로 융합 조성하면 좋지 싶다. 시민문화 시설을 조성하면 도시 관광지역과 문화 거주단지로의 품격도 높일 수 있다. 이미 조성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좋은 융합기능을 하리라 본다. 그 부근의 택지들도 용적률을 개선하면 청년과 신혼 주거지로서의 공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클라크는 “못난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훌륭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의 새 도시비전 만들기 예시에서 보듯,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지방 정치인들은, 특히 광역시 단위의 정치지도자들이라면 미래 대도시로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수립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선물을 안겨줘야 한다.

한국은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 인재들도 너도나도 중앙으로 몰린다. 이제부터라도 거대한 지방정부를 구상하고 이들의 정책수립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다가올 분권화 시대를 준비하고 실현할 주체는 지방정치가와 행정가들이다. 플라톤은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수준 낮은 정치인’에게 지배당한다”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이참에 시민도 지역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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