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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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이 세상과 이 사람들을 위해서 썩은 세상 두고 보진 않겠어.”

4월 21일 현재 166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인 홍광호의 유튜브 동영상 <데스노트>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데스노트>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데스노트’, ‘죽음의 게임’ 등 귀에 팍팍 꽂히는 넘버,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화려한 무대 영상, 배우들의 열연과 가창력, 원작 만화 <데스노트> 자체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등이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편집실에서]데스노트의 부활

주인공 라이토가 길을 걷다가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들은 다 죽는다”고 적힌 노트를 줍습니다. 혹시나 하고 뉴스에 나온 범죄자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는데 실제로 그 사람이 사망합니다. 노트의 위력을 알아챈 라이토는 ‘정의 구현’에 나섭니다. 살해의 죄책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낌새를 눈치챈 천재탐정 엘(L)이 막아섭니다. 둘은 쫓고 쫓기는,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입니다. <데스노트>의 줄거리입니다.

정치권에선 ‘데스노트(Death Note)’ 하면 정의당이 떠오릅니다. 개각을 앞둔 지난 정권의 인사 때마다 정의당이 지목한 후보자들이 ‘어김없이’ 낙마했던 데서 유래합니다. 정의당이 이번에 다시 데스노트를 꺼내들었습니다. 정호영(보건복지부), 김인철(교육부), 김현숙(여성가족부), 한동훈(법무부) 등 4명의 지명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한 번 ‘강 대 강’이 맞붙은 형국이라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해낼지는 장담키 어려워보입니다.

출범도 하기 전에 ‘윤석열 정부’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할당’이나 ‘안배’ 없이 오로지 실력만 보고 뽑았다는 ‘에이스’의 면면이 해괴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고구마 줄기에 딸려 나오듯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과 흠결이 하나씩 터져나옵니다. ‘아빠·엄마 찬스’, ‘김앤장 자문료’, ‘사외이사’, ‘위장전입’, ‘막말’, ‘금수저 우대’ 등 유형도 다양합니다. 이런 이들이 입만 열면 공정과 상식을 얘기하는 새 정권의 인재풀(pool)이라 생각하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본 촛불 혁명 시민들의 탄식이었습니다. ‘내로남불만은 않겠지’ 생각하며 던진 한표 한표가 쌓여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몰라서 저지른 참사일까요, 알고도 밀어붙인 망사일까요. ‘팩트(Fact)’ 운운하며 버티는 모습까지 참으로 정권의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한들 만신창이 장관들이 제대로 부처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갖은 손가락질에 우스운 꼴은 다 당한 ‘어공(다른 분야에 있다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늘공(늘 공직에 있던 직업공무원)’들한테 이래서야 어디 영(令)이나 서겠습니까. 첫 단추부터 자신들의 정체성과 존재근거조차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노라니 이런 게 ‘윤석열표 공정’이었구나 싶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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