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진 단원고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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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벚꽃을 좋아했던 아이들을 위해 출발 전 학교에 들러 준비해왔습니다.”

[렌즈로 본 세상]바다에서 진 단원고 벚꽃

엄마는 8년째 벚꽃을 못 본 아이들을 위해 경기 안산시 단원고를 찾았다. 그날 이후 “가장 가기 힘든 곳”이었다. 지난 4월 16일 새벽 2시, 안산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전 7시가 다 돼서 전남 목포의 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도착했다. 다시 뱃길로 3시간을 달렸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10시 30분. 사고지점을 나타내는 노란 부표가 보이자, 세월호 희생자 고 김빛나리양의 어머니 김정화씨가 살뜰히 챙겨온 파란 봉투를 꺼냈다. 봉투에는 옅은 분홍색의 벚꽃이 담겨 있었다.

“단원고의 벚꽃은 아이들 누구나 사진을 찍을 만큼 인기가 있었어요. 벚꽃을 그동안 보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김씨는 챙겨온 벚꽃을 선상추모식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유가족들은 벚꽃과 국화꽃을 들고 경비함 난간에 섰다. 차마 꽃을 바다에 놓지는 못했다. 경비함이 사고지점을 10분여간 선회한 뒤 회항을 알렸다. 유가족들은 찬 바람이 부는 갑판에서 묵묵히 사라지는 노란 부표를 바라보다 그제야 하나둘씩 꽃을 바다에 던졌다. 찬란한 봄날이었다. 서글픈 벚꽃이 진도 앞바다에 ‘후두두’ 떨어졌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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