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력·지혜·미인… 파리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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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작게는 점심 식사부터 거창하게는 직업까지 수없이 많은 선택을 강요받고 그것을 이행하면서 살고 있다. 선택에 따라 좋은 결과도 있고, 원하지 않던 결과도 나온다.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이 잘못됐다고 해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선택은 항상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파리스의 심판’ (1528년경, 목판에 유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파리스의 심판’ (1528년경, 목판에 유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그리스 신화가 ‘파리스의 심판’이다. 파리스는 알렉산드로스라고도 불리며, 트로이 프리아모스 왕의 아들이다.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 헤카베는 횃불이 도시 전체를 태우는 꿈을 꿨다. 그것이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헤카베는 아들을 꿈 때문에 이데산에 버린다. 파리스는 그러나 기적적으로 구조돼 양치기들에게 자란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와 해신 네레우스의 딸 테티스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이 초대됐다. 단 한명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초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에리스는 불청객으로 결혼식에 찾아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바친다’는 글귀가 새겨진 황금사과를 연회석에 던졌다. 이 사과를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말썽이 생겼다.

세 여신의 다툼으로 골치가 아파진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다. 헤라는 파리스에게 사과를 자신에게 주면 최고의 권력을 주겠다고 했고, 아테나는 누구보다 뛰어난 지혜를 약속했고,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했다. 파리스는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고, 파리스에게 그리스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안겨준 이 결정은 나중에 트로이 전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파리스는 자신의 피로 그 대가를 치렀다.

이런 상황을 그린 작품이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의 ‘파리스의 심판’이다. 갑옷을 입은 파리스가 사과를 들고 있다. 그 옆에 당시 유행하던 옷을 입고 있는 아레스가 빨리 선택하라고 채근하고 있다. 큰 모자를 쓴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화살을 쏘려고 하는 큐피드를 가리키고 있다. 아프로디테의 행동은 황금사과를 차지하게 될 것을 암시한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각각 권력, 명예, 사랑을 상징한다. 그림은 실제 북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몸매는 전통적인 미인상과 거리가 있다. 작가는 다소 뚱뚱한 여인을 그리는 대신 실제 북유럽 여인들을 모델로 해서 마른 체형의 여인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신화를 표현하면서도 당대에 일어난 일처럼 묘사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그는 훌륭한 군주가 되려면 파리스의 행동과 반대로 명예, 권력, 사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았다. 선택은 쉽지만, 그 선택에 따라 결과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박희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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