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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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받은 성별과 스스로 느끼는 성별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성별정체성과 다른 자신의 몸을 보고 큰 불쾌감을 느끼는데, 이를 ‘성별 위화감’ 혹은 ‘젠더 디스포리아’라고 합니다. 개인차가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극도의 고통을 느낍니다. 트랜스젠더 취재를 위해 인터뷰한 믹스씨는 “가슴이 나올 때 칼로 잘라버리거나 자궁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호르몬 치료는 성별 위화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목소리와 외모가 변하면서 병원을 이용하거나 취업 면접을 볼 때마다 원치 않게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밝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있고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의료진은 왜 호르몬 치료를 받는지 되묻고, 진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한 트랜스젠더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갈 때마다 부당한 차별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남녀 성별 구분만을 정상이라고 보는 사회 속에서 늘 혼란과 불안을 느낍니다. 부모나 친구, 사회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거부하면 심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트랜스젠더들이 느끼는 고통을 두고 누군가는 “너희가 선택한 결과니 너희가 감당하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초에 선택 가능한 길이었다면, 왜 그런 가시밭길을 택했겠습니까.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정신의학회 등은 이미 트랜스젠더를 질병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고칠 수 있는 병처럼 보는 태도는 트랜스젠더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역효과만 가져옵니다.

3월 31일은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삶을 세상에 알리는 날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11월 20일)과 함께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긍정하고자 만든 기념일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을 기념해 지난 4월 11일부터 여권 신청 시 성별 표기에 남성이나 여성 외에 ‘X’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신을 여성 또는 남성으로 확고히 정체화하지 않는 ‘논바이너리’나 생식기 등이 성별 이분법적 구조에 해당하지 않는 ‘간성’ 또는 기존 성별 구분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조치입니다. 미 국무부는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보호·증진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트랜스젠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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