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결과, 세대정치 가능성을 말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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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9일 밤, 많은 사람이 발표를 기다리던 또 하나의 결과가 있었다. 성별·연령별 출구조사 결과다. 대선결과의 여러 지표 중 이 결과가 주목받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징적으로는 지난해 치러진 4·27 재보궐선거 이후다. 72.5%와 15%. 당시 출구조사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과 ‘기타후보’를 찍은 20대 여성의 수치다. 이른바 이대남 또는 이대녀의 탄생이다.

지난 3월 10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유력이 발표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은 모여있던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한산해졌다. /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 3월 10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유력이 발표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은 모여있던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한산해졌다. / 박민규 선임기자

선거결과가 나오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선관위가 유권자 명부와 실제 투표참여자에 근거해 발표하는 지역별·연령별 투표율과 같은 외적 지표와 달리 특정정당·특정후보에 대한 성별·연령별 지지율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출구조사 데이터가 유일하다.

1년 전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20대 남자들의 국민의힘 후보 쏠림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해 나타났을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은 서울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효할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이대녀의 15%가 기타후보로 이탈하는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나타났을까.

승패만 놓고 따지면 이대남은 그렇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58.7%를 얻어 36.3%를 얻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성·연령별로 범주화했을 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의 강도는 약화됐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한 층은 60대 이상 여성(73.3%)이었고, 두 번째가 20대 남성(72.5%)이었다. 당시 3위는 60대 이상 남성(70.2%)이었다.

이대남 현상, 착시였을까

이번 대선은 어땠을까. 윤석열 당선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성별·연령층은 1·2위 모두 6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 남성이 67.4%, 60대 이상 여성이 66.8%였다. 그다음을 잇는 것이 20대 남성으로 58.7%였다.

출구조사 데이터만 놓고 보면 15%가 양대 정당이 아닌 ‘기타정당으로 흘러간 이대녀 현상’은 소멸했다. 20대 여성의 5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33.8%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두 후보가 받은 지지율 91.8%의 여분이 기타후보인데, 지난해 서울시 보궐선거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일단 양대 정당, 나아가 정의당까지도 주요 득표전략으로 청년세대에 전략적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이다. 주요한 정당들이 청년세대 내지는 2030 세대집단 유권자에 상당히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선거결과를 봤을 때는 오히려 ‘세대균열’이 해체되는 선거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젊은 사람은 진보, 노인층은 보수’와 같은 구도로 세대에 따른 정치성향의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게 대표적인 세대균열(generation cleavage)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결과만 놓고 보면 20대와 30대에서 여야가 무승부를 이뤘다. 성별로 나누지 않고 연령대로만 구분하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은 20대 이하에서 48:46, 30대에서 46:48였다. 신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두 후보가 ‘데칼코마니를 찍은 듯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신 교수의 주장을 좀더 들어보자. 지난 보궐선거까지 포함해 보다 시야를 넓히면 20~30대 유권자들의 특성은 두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고도의 변동성이고, 둘째는 무당파가 상당히 많다. “최종적으로 그런 투표결과가 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20대와 30대 표심은 이슈가 하나 터질 때마다 급격히 움직이는 그런 변동성을 보였다. 무당파가 많았다는 것은 선거 직후 갤럽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선거일 1주일 이내에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 사람의 비율이 20대에서는 50%, 30대는 30%까지 이르렀다.” 이 유권자들과 투표하지 않은 비투표자들까지 합치면 20~30대의 절대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한 후보가 없었다’는 뜻이 된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월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월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그런데 세대균열이 처음 나타난 2002년 대선 이래 소위 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동맹이 엎어진 게 지난 보궐선거 결과가 아니었을까. 이른바 이대남 현상의 본질은 이들 진보세대동맹에 맞선 반란이지 않았을까. 신 교수의 답이다. “청년은 언제나 범진보 투표를 해왔다는 생각은 2000년대 한국 유권자의 균열특성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거라고 본다. ‘젊을수록 진보고 나이 들수록 보수다’는 세대균열이 형성된 국면에서 현재의 민주당 계열이 집권했다. 그런데 일단 집권하면 그러는 동안 청년세대가 실망해 이탈한다. 이후 세대균열이 깨진다. 그 결과 보수집권으로 이어지는데 보수정권을 겪으면서 세대균열은 다시 복원된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돼온 것이 지난 2000년대 이래 유권자 세대의 특성이라는 설명이다.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결과가 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2002년 대선 때 선명하게 나타난 세대균열, 즉 젊은층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는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바로 2년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 세대균열 양상은 완전히 해체된다. 신 교수에 따르면 당시 데이터에서 20~30대의 과반수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지지해 세대균열이 해체됐다. 실제 이 지방선거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이듬해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권 정동영 후보의 20~30대 지지율은 20% 내외밖에 안 되는 결과를 기록했다. ‘젊을수록 진보, 나이 들수록 보수’라는 세대균열의 공식이 다시 등장한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다. 신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당선 때보다 더 뚜렷한 세대균열이 나타났다.”

신 교수는 2007년 우석훈·박권일의 저서 <88만원 세대>를 시작으로 ‘기득권이 된 기성세대 대 청년’이라는 세대정치론이 등장한 이래 ‘일관된 정치적 색채를 가진 세대’라는 착시(錯視)에 기반을 둔 세대담론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586으로 통칭되는 현재의 50~60대도 그렇지만 지금 일관된 강경보수 입장을 보이는 고령층도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02년 대선만 하더라도 이 출생 코호트(당시 50~60대)의 투표성향을 보면 중도보수가 다수였고, 진보투표를 한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참여정부 후반기부터 이들 연령대가 강경보수화되더니 이후 모든 선거에서 강경보수가 주류를 차지하는 세대적 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의 경우 586세대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960년대 출생세대들이 자기 세대라는 이유로 일관되게 지지해 오지도 않았다. 실제 이들의 투표 경향을 보면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바꿔가며 투표해왔다. “오히려 비교적 일관되게 진보적 투표를 해온 층은 그 밑의 1970년대와 1980년대생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2002년과 2004에 분명한 진보투표를 했다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쪽으로 이동했던 당시의 20대와 30대가 지금은 민주당의 핵심지지 기반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 40대, 2007년엔 보수투표”

진보에서 보수로, 보수에서 다시 진보로 갈아타는 유권자,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는 과거 선거에선 ‘정치공학적인 단순 연산’으로 계산 가능했다. 2002년 노무현을 찍었다가 2007년 이명박으로 갈아탄 유권자들은 최소 65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에는 2002년 대선 때 ‘진보’를 지지했다가 기권한 숫자도 포함된다. 반면 2007년 이명박을 찍었다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으로 선회한 유권자들은 485만명으로 추정됐다.(주간경향 1143호, “유권자는 어떻게 진영을 배신하는가” 기사 참조) 그런데 2022년 선거에서 ‘정치공학적 단순 연산’만으로 2017년 또는 2012년 선거로부터 갈아탄 스윙보터를 계산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양 후보 모두 진영 총결집을 이뤄낸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받은 투표수는 1639만4815표이며, 이재명 후보가 받은 최종 투표수는 1614만7738표다. 이 후보는 최초의 진영 총결집을 이뤄낸 2012년의 문재인 후보 투표수 1469만2632표보다 145만5106표를 더 받았다. 대한민국의 역대 선거 중 민주당계 후보가 받은 최고 득표수다. 다자대결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1342만3800표를 받아 41.08%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때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는 272만3938표를 더 받았다. 물론 어느 쪽이든 스윙보터는 존재한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받은 785만2849표에 비하면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854만1966표 이상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유승민 후보 등을 지지한 유권자들, 그리고 새로 투표권을 얻은 20대로부터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도 2017년의 문재인 후보보다 272만여표를 더 받았으므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변심해 윤석열로 돌아선’ 스윙보터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투표성향 여론조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추산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까지 표심이 바뀐 스윙보터로 주목받는 세대는 50대였다. 과거 안정적인 보수지지층으로 묶이던 50~60대가 해체되고, 40~50대와 보수투표성향을 지속하는 60~70대로 재범주화하게 된 계기를 50대가 제공했다. 50대의 투표성향 변화를 이끈 동력은 단순하게 보면 86세대의 윗세대가 50대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2022년 시점에 이르러 1960년대생의 마지막인 1969년생이 53세가 됐기 때문이다. 1960년대 출생세대의 본류가 이제 5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른바 포스트 86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의 윗세대가 어느덧 50대에 진입했다. 그러다 보니 2012년에 이어 10년 만에 다시 두 번째 진영결집으로 치러진 이번 2022년 대선에서 스윙보터이자 캐스팅보터로 주목을 받은 건 20대와 30대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8일 점심을 먹기 위해 통의동의 한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8일 점심을 먹기 위해 통의동의 한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스윙보터이자 캐스팅보터가 된 20~30대

이제 ‘세대정치론’의 견해를 들어보자. “2012년 대선이 끝난 다음, 젠더 효과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20대 남성도 문재인 후보를 많이 지지했지만,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투표했다. 반면 당시 30대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왜 그럴까. 속된 말로 문재인 후보가 잘생겨서 20대 여성이 좋아하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20대 여성들은 그때 이미 상당히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의 20대가 10년이 지난 지금 30대가 됐다. 그 효과가 이제 자리를 잡았다. 젠더 구도가 자리 잡은 셈이다.” 진보성향을 가진 20~40대가 한국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책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를 냈던 유창오 작가의 말이다. 유 작가가 이 책을 낸 게 2011년이었다. 그후 10년이 흘렀다. 20~30대에서 젠더 구도가 뚜렷해졌다. 그 반작용으로 새로 20대로 진입한 세대들(책 저술 당시 10대들)이 진보세대에서 이탈했다고 유 작가는 주장했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돌아선 건 문재인 정부 시기다. 정부가 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민주당 정부의 진보정책, 구체적으로 페미니즘, 북한, 비정규직 정책 등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보수정권으로 바뀐 세상에서 이들이 다시 ‘진보진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쉽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대정치이론에 따르면 정치의식에 눈을 뜨는 시점에 확립된 정치의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실제 우리 세대(50대)를 보면 맞는 것 같다. 일단 만들어진 프레임은 오래 간다. 진보매체만 보고 SNS의 등장 이후에는 SNS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주위에서 과거 20년 전 젊었을 때 자신들이 부모에게 투표를 권유했던 것과 정반대의 갈등을 빚은 사례를 꽤 목격했다고 말했다. “친구 중 아들이 공부를 잘해 명문대 의대를 갔는데, 아들이 부모에게 꼭 투표해라, 윤석열을 찍으라고 했다는 이가 있었다. 우리가 과거 김대중을 찍어라, 또는 노무현 아니면 민중후보 백기완을 찍으라고 했던 것처럼 이 친구의 경우 고민하다가 도저히 윤석열은 못 찍을 것 같아 심상정을 찍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바랐던 것과 거꾸로 된 세상이 돼버린 현실이 쉽게 바뀌진 않을 거다.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20대 때 가졌던 정치적 신념이 잘 안 바뀌지 않던가.” 과연 이제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민주당 쪽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20~30대가 보수화됐기 때문에 민주당을 비판한다는 시각이다. 까놓고 봐서 조국을 비판하는 것이 보수냐. 민주당은 진보,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식의 잘못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이번 대선을 대하는 민주당 측 전략가들이 착각한 게 있었다. 전체 유권자 대비 2030 유권자 수가 적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이 작을 것이라 는 예측이다. “한국의 인구구성이 아래로 뾰쪽한 삼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 투표의 결정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또는 무너뜨리기 위해 기성세대들의 정치적 갈등이 격렬해질수록 젊은 세대가 자동적으로 캐스팅보터가 돼서 권력 효과에 영향을 주리란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기성세대들이 싸울수록 20~30대의 힘이 커진다는 걸 망각했던 거다.” 기존의 양 정치세력이 고정된 상황에서 소수의 스윙보터들이 ‘균열’의 주체까지는 아니지만 변화의 주제로서는 훨씬 유효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대선에서 20~30대가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가시화된 ‘20대 현상’이 뜨겁게 주목받은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이대남 현상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단행본이나 논문, 기사 등을 통해 여러 진단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대선결과를 놓고 그동안 진단을 내린 이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대남 ‘반민주당’ 투표 동인은

“‘젠더’를 제외하고 이번 대선에서 20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MZ세대는 어떻게 정치를 움직이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책 <캐스팅보트>를 낸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의 말이다. “과거까지 20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대선결과를 보면 지난해 4·2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 현상이 이번 대선에도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막판에 이르러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대녀의 결집도 빠르게 올라가면서 젠더 갈등이 핵심 동인이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전체적인 흐름이 “민주당은 청년들의 민심을 잃은 조건에서 치른 선거”였다고 덧붙였다. “과거 교육감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출마할 때 교육격차를 줄이자며 수시전형을 줄이고 특기자 전형을 늘리는 대책을 제시했다. 2019년 조국 사태가 난 다음 뚜껑을 열어보니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이 불평등을 줄이기는커녕 부와 지위 세습을 수월하게 하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틈을 타서 이준석이 제시한 ‘능력주의’ 등이 공정 어젠다를 가져가고 말았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지만 그렇다고 20~30대의 보수화로 규정짓는 건 성급하다고 ‘20대 현상’ 관련 책을 쓴 저자들은 말한다. 선거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자기 뜻을 실현하기 위한 이대남들의 도구였다”고 밝힌 <K를 생각한다>의 임명묵 작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스마트폰이 주어진 이후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뭉쳐 자신의 의제를 요구하는, 팬덤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런 방식이 고도로 정치화된게 이번 선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세대별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고, 20대가 제기하는 징병 문제나 미투 문제, 사법제도나 문화콘텐츠 표현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어떤 다른 이익과 자원배분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존재하는 갈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다고 쟁점 사안이 해결되지도 않았고 해결 기미도 안 보이기 때문에 젠더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급진의 20대>를 펴낸 김내훈 작가는 “윤석열 당선인을 찍은 20대 남성에 한해서 말하자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이해보다 문재인·민주당 정부를 응징하겠다는 일념으로 표를 던진 게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며 “고용불안이나 임금차별 비정규직 등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을 보수세력이 이용해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치환한 전략이 성공한 셈인데, 여전히 사회에 대한 불만은 남아 있으니 곧바로 윤석열 정권에 플러스가 되기보다는 ‘과격함’만 더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 직후 분석서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공저)을 낸 공희준 작가는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과 관련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이준석 대표로서는 이겼으니 성공한 셈 아닌가”라며 “문제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제대로 패인 분석조차 하지 못하는 민주당 측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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