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을 갖춰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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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권교체는 곧 대북정책의 전면 교체를 의미합니다. 진보에서 보수로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관계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은 5년 만에 대북정책 전환을 앞두게 됐습니다.

김찬호 기자

김찬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만 몰두했다’는 불만은 윤석열 정부 출범의 주요 동력이 됐습니다. 윤 당선인 역시 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선제타격’, ‘사드 추가배치’ 발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화했습니다. 또 지난 3월 22일에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두고 “명확한 9·19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당선인이 지적한 방사포 사례가 ‘9·19 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주장의 연속성 측면만 놓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은 윤 당선인 발언 하루만에 나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보도자료입니다.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정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했습니다. 이해가 어렵습니다. 윤 당선인의 발언은 강경하지만 대북정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윤 당선인 측이 생각하는 강경정책은 일반적 정의와 의미가 다른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수위는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 남북관계 정상화 및 공동 번영을 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칙은 윤 당선인이 선거과정 내내 강조한 상호주의, 경제제재 유지, 대북 군사억지 강화 등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하에서는 북한과 대화조차 어렵다는 건 이미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수위가 주요 인력을 이명박(MB) 정부 인물들로 채웠다는 점은 이해를 더욱 어렵게 합니다. MB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 원칙 역시 상호주의, 비핵화 추진에 따른 보상 등이었습니다. 당시 남북관계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결국 MB 정부와 유사성을 보이면서도 “강경정책은 아니다”고 하는 상황인데요. ‘일관성 결여’는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윤 당선인의 ‘발언’과 인수위의 ‘정책구상’부터 일관성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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