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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이젠 정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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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이 늘면서 갈등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외부인 주도의 개발은 수익이 밖으로 나가고 경관은 나빠져 지역은 손해만 입는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개발은 주로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인데 절차가 모호한 점이 많아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주민수용성 확보가 개발과정의 핵심이라고 보는 이유다.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이익공유를 들 수 있다. 나아가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어떻게 이익을 공유할지 방식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하다. 방식에 무리가 있으면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2월 25일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과 사천시, 고성군 어업인들이 2월 25일 통영시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해군 제공

이익공유란?

먼저 이익공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익공유는 재생에너지 사업이익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와 나누는 일이다. 말 그대로 자발적이기 때문에 법적 의무인 보상과는 다르다. 방식은 주민들의 투자 참여부터 사업자의 기부금, 인프라나 전기요금 지원까지 아주 다양하다. 월드뱅크 같은 국제기구들이 이익공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포용적인 개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풍력 선진국인 덴마크는 이익공유 방식 중에서 풍력단지 주변의 주민들이 발전소 지분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왔다. 주민들이 발전소의 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한 셈이다. 주민들이 투자에 참여할 때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재생에너지 주민참여 지원제도는 덴마크 모델을 받아들였다. 한국은 주민투자가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면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더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재원은 전기요금이다. 그런데 지난해 덴마크가 주민 소유권 우선구매제도를 폐지했다. 제도운영을 분석한 결과 일부 주민들만 지분을 구매하고, 구매한 주민들도 사업자에게 되파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수용성을 개선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한국에서 주민참여제도는 투자 참여를 의미한다. 참여는 발전소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아니면 발전소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가 되는 방식이 가능하다. 주민들이 투자하는 금액 일부는 반드시 발전소의 자기자본에 투자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 제도의 취지가 주민들이 여러 발전소 소유자 중 한명이 돼 설비를 운영하고 역량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채권이나 펀드는 제도참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허용한다. 요즘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방식은 채권투자다. 그 과정을 보면 우려되는 점들이 없지 않다. 일단은 대출의 문제가 있다. 주민들이 먼저 협동조합을 만든다. 협동조합이 사업자 보증을 얻어 돈을 빌린다. 이 돈으로 사업자의 채권을 구매한다. 사업자 보증으로 돈을 빌린 협동조합이 이 돈을 다시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셈이다. 협동조합이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사업자가 모두 부담한다. 채권 이자로 얻은 협동조합의 이익은 배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협동조합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배당은 주민들이 받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대출자(협동조합)와 제도 수혜자(주민)가 일치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주민참여제도인데 주민 개인의 위험 감수나 부담이 전혀 없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실제로 투자 여력이 있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이므로 투자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간다고 한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투자하라고 하면 오히려 지역에 분란만 키운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모두가 똑같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역주민들이 골고루 이익을 공유하고 싶다는 민의는 옳다. 그러나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책임 없이 이익만 얻는 구조가 과연 사회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발전소 소유자도 아니고 채권자가 되려고 하는데, 주민들에게 대출을 요구할 권리가 어느 정도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일단 발전소 설비는 협동조합의 소유가 아니니 담보가 될 수 없다. 이 사업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재개발사업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추진위원장이나 조합 임원들이 사업자에게 돈을 빌리면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협동조합 조합원 중에 미성년자가 있어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주민협동조합은 수십억원 규모의 금융거래를 한다. 금융기관은 조합원인 미성년자들에게 몇천만원 규모의 대출성 상품을 판매하고, 사업자는 투자성 상품을 판매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원칙적으로 19세 이하는 대출 같은 금융거래가 매우 어렵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투자와 대출 상품의 판매책임 원칙이 한층 강화됐다. 이 지점에 금융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문제는 경직된 제도

협동조합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잉여금을 배당할 때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50% 이상 이용실적을 기준으로 배당해야 한다. 납입출자액에 따른 배당은 10%를 초과할 수 없다. 이 규정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는 에너지협동조합들이 잉여금 배당 시 한계로 작용한다. 협동조합을 조합원들이 어떻게 이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민참여 협동조합들이 조합원들의 조합 이용실적을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고 매겨 배당액을 산정하는지 궁금하다. 원만한 운영을 위해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에서 좀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재생에너지의 이익을 주민들에게 고르게 분배하는 방식에 투자참여만 있는 건 아니다.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집행할 수만 있다면 지역사회와 사업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익공유에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은 아주 다양하다. 문제는 경직된 제도다. 법은 주민들이 투자에 참여할 때 지원한다고만 규정할 뿐 투자참여 외의 다른 이익공유방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현실에서 크고 작은 모든 사업이 주민투자형 이익공유 방식만 추진한다. 덴마크는 주민투자 지원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주민들에게 가구당 전기료 수준의 지원금을 사업자가 지급한다. 개발이익을 공평하게 나누되 공유수준은 현실적으로 조정한 셈이다.

한국도 다양한 방식의 이익공유가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중규모 사업까지는 지금처럼 주민참여 제도를 두되 해상풍력처럼 프로젝트당 사업비가 조 단위인 사업들은 영국처럼 사업자가 기부금을 조성하고, 이를 제3의 기관이 공평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모델을 도입할 수도 있다. 핵심은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도가 어떻게 담보하느냐’다. 재생에너지 개발 규모가 늘어날수록 이익공유의 적절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대규모 개발에서는 큰돈이 오가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뿐 아니라 부정적인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상풍력을 비롯한 많은 대규모 사업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부디 공사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잡음이 없도록 이익공유제를 제대로 정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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