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에코 캠퍼스, 기후 솔루션의 산실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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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후원 이끌어 공익사업 펼치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매일 아침 8시, 오피니언 리더 2000명의 휴대전화에 문자 알림이 일제히 울린다. 그날의 주요 환경뉴스 클리핑 배달서비스다. 발신자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58). 2016년부터 6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일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오는 11월이면 스무 살이 되는 환경재단이 태동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재단인 환경재단의 20년간 누적 모금액은 1000억원. 이중 경상비를 제외한 85%가 환경 관련 각종 공익사업에 쓰였다. / 강윤중 기자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오는 11월이면 스무 살이 되는 환경재단이 태동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재단인 환경재단의 20년간 누적 모금액은 1000억원. 이중 경상비를 제외한 85%가 환경 관련 각종 공익사업에 쓰였다. / 강윤중 기자

그는 환경재단(이사장 최열) ‘살림꾼’이다. ‘불도저’처럼 일한다. 왼손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후원을 이끌어내고, 오른손으로는 그렇게 모금한 돈으로 환경 관련 각종 공익사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 주요사업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ESG 리더십 과정’ 등을 기획해 호응을 얻고 있다.

환경재단은 오는 11월이면 스무 살이 된다. 20년 전 유일한 직원이자 사무국장으로 환경재단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지난해 3월 23일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취임 1년을 맞는 이미경 대표를 지난 3월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대표 취임 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월 22일에는 오랫동안 준비한 ‘글로벌 에코 캠퍼스’의 첫 삽을 마침내 뜬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로벌 에코 캠퍼스가 뭔가요.

“기후재난, 미세먼지,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범지구적인 기후환경문제의 솔루션을 찾는 복합공간이에요. 창립 때부터 환경재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님이 2019년 먼저 말씀을 꺼내셨어요. ‘환경재단이 일을 잘하는데, 더 이상 월세 전전하지 말고 건물을 하나 매입하면 어떻겠느냐’고요. 사재 10억원을 쾌척하셨어요. 여기에 융자를 더해 2019년 10월에 종로구 누하동에 350평 규모의 땅을 샀죠. 경제가 어려운데도 기업가, 예술인들도 기부해 주셔서 현재 건축비의 40% 정도가 해결됐어요.”

-환경문제의 솔루션을 찾는 복합공간이라면 환경재단 외에 다른 단체들도 입주하게 되나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과 환경운동가, 전문가 등이 활동하는 공유공간이 될 것 같아요. 지하에는 환경영화를 상영하는 공연장도 있고요. 주변과 어울리는 한옥 별관도 있어 포럼이나 교육 등 다채롭게 사용할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후원자분들의 의견을 경청해 제로하우스 건물에서 지구를 살리는 꿈이 실현되게 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됐어요.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환경재단 미션과 비전을 바꿨고, 기존에 하던 프로젝트 외에 ‘ESG 리더십 과정’ 등을 새로 기획해 시작했어요.”

이미경 대표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던 2002년 4월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겸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그를 운명적으로 환경재단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을지로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이 대표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미경 대표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던 2002년 4월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겸 공동대표의 인터뷰가 그를 운명적으로 환경재단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을지로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이 대표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미션과 비전을 어떻게 바꿨다는 건가요.

“이전의 미션은 환경재단이 정부·기업·시민사회와 손잡고 아시아의 환경보호를 위해 아시아의 그린 허브가 되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의 공동체로 거듭나겠다는 미션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했죠. 또 환경재단이 지난해까지 양성한 그린리더가 145만명이에요. 2025년까지 500만명의 그린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국내 인구 10%가 그린리더가 된다면 큰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그린리더의 정확한 개념이 뭔가요. 환경전문가를 말합니까.

“꼭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린리더는 지구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이에요. 또 공동체의 미래에 책임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사람 역시 그린리더죠. 유치원생부터 CEO까지 그런 시민이 더 많아지도록 환경재단은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거고요.”

-‘ESG 리더십 과정’은 수강생이 대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자, 임원들이던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나요.

“2018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 열풍이 불었어요. 자본주의의 기준이 바뀌는 혁명적인 변화죠. 돈 버는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으로, 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어요. 그럼에도 보고서 잘 쓰는 정도로 호도하는 곳들이 있어서 직접 나섰어요. 시민단체가 CEO 대상 교육과정을 하는 게 낯설겠지만, 환경재단은 2002년부터 환경이 제2의 반도체라고 주장해 왔어요. 2008년부터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필두로 교육과정도 해왔고요.”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다. 흔히 지속가능경영이라고 부른다. 즉 해당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지배구조에서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지 등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3기가 운영 중이라고요. 반응이 좋군요.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약 600조원이잖아요. 그런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독이 굴리는 돈은 약 9700조원이에요. 래리 핑크 블랙독 회장이 ESG 경영의 방아쇠를 당겼어요. 2020년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후위기는 금융의 위기라고 못박았거든요. 착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기후위기를 그냥 뒀다가는 투자금 회수를 못 할 것 같으니까 화석연료를 사용해 돈 버는 기업에는 투자를 안 하겠다고 압박한 거죠. 투자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없으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발등에 불이 붙었어요.”

최열 이사장과 더불어 그는 환경재단의 역사다. 환경재단은 한국 최초의 공익재단으로 2002년 11월 28일 창립됐다. 이미경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첫인상을 흔히 이렇게 말한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여느 활동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스케일이 커 자기 사업을 했으면 큰돈을 벌었을 것 같다”고.

-환경재단 창립 멤버지요. 어떻게 인연을 맺었습니까.

“삼성사회봉사단을 거쳐 1996년부터 5년간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기획홍보팀장으로 일했어요. 미국의 산업교육전문업체 프랭클린 코비사의 한국 파트너사예요. 비투비(B to B) 영업을 열심히 해서 적자 회사를 흑자로 만들어놓고 서른일곱 살에 그만뒀어요. 늦은 임신을 해 조심해야 했거든요. 이후 모교인 연세대에서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출산한 후 재취업을 고민했어요. 당시 테헤란로에 벤처 거품이 잔뜩 끼었을 때라 연봉 1억원쯤은 쉽게 받을 수 있었지만 망설여졌어요. 그런데 그즈음인 2002년 4월에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사피엔스> 발간을 기념해 2016년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가 첫 방한행사로 환경재단의 <2030 에코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했다. 사진은 유발 하라리가 에코포럼 참석 전 이미경 당시 환경재단 사무총장에게 <사피엔스>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환경재단 제공

<사피엔스> 발간을 기념해 2016년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가 첫 방한행사로 환경재단의 <2030 에코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했다. 사진은 유발 하라리가 에코포럼 참석 전 이미경 당시 환경재단 사무총장에게 <사피엔스>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 환경재단 제공

-어떤….

“목요일이었어요. 택시를 타고 한강대교를 막 건너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최열 당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겸 공동대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1990년대 미국에 골드만 환경상을 받으러 갔더니 미국의 환경단체는 2만2000개이고, 이런 단체를 지원하는 재단은 700개나 있더라.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재단이 하나도 없어 그때 수상 소감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오늘 발기인대회를 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발기인대회라면 환경재단 이야기인가요.

“맞아요. 저는 그때 한강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부러웠어요. 그런데 며칠 후 한국리더십센터에 다닐 때 알게 된 참여연대 활동가 양세진씨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환경재단이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을 뽑는데 귀하가 발이 넓으니 사람을 추천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운명이라고 표현한 거군요.

“맞아요(웃음). 저는 깜짝 놀라 ‘그거 내 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실은 귀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월급이 너무 적어 차마 입이 안 떨어졌다’며 웃더라고요.”

-월급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나 보군요.

“월 150만원 주겠다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NGO 세계에서는 높은 급여더라고요. 환경재단 대표를 맡은 최열 대표님과 이튿날 통화하고 5월 20일에 첫 출근을 했어요. 임신 붓기가 안 빠져 맞는 옷이 없어 임산부복을 입고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으로 출근했어요. 당시는 환경재단이 공식 출범하기 전이었는데, 사무실이 없어 환경운동연합 사무실 한귀퉁이에 책상 하나 놓고 시작했거든요. 신발을 벗고 나무로 마감된 사무실 바닥에 맨발을 내딛는 순간, 큰 희열을 느꼈어요.”

-왜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기쁨과 긍지가 이루 말할 수 없었거든요(웃음).”

2008년 혼다코리아가 3000만원의 환경기금을 환경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 환경재단 제공

2008년 혼다코리아가 3000만원의 환경기금을 환경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 환경재단 제공

-직원은 몇명이었습니까.

“최열 대표님 아래 상근직원은 저 하나였어요. 한달 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사무실을 중구 피어선빌딩에 얻어 독립했어요. 직원도 3명 뽑고요. 그리고 같은해 11월 28일 환경재단을 창립한 거예요.”

-아이가 꽤 어렸을 텐데, 모든 직장맘의 고민인 육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첫 출근 사흘 전인 5월 17일에 우리 아이 돌잔치를 했어요. 그러고는 출퇴근하며 풀타임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이모님(도우미)을 고용했죠. 그분께 매달 드리는 돈이 150만원이어서, 제가 번 돈 그대로 이모님께 전달했어요(웃음).”

-환경재단의 사무국장 역할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후원금을 모으고 환경과 관련한 공익사업을 구상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이죠. 제가 맡은 업무는 지금까지도 늘 같아요.”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돈 이야기하는 거죠(웃음). 기업에 손 벌리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NGO 활동가들과 언론까지도 환경단체가 기업의 후원금으로 공익사업을 벌이는 것을 굉장히 부도덕하게 여겼어요. 돈을 죄악시한다고 할까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많았어요. ‘저기는 기업 돈 받는 곳이래’ ‘최열씨는 기업 돈 받는대’ 이러면서 손가락질했죠. 저도 태어나서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은 것 같아요.”

가장 큰 위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들이닥쳤다. 검찰은 2008년 11월 최열 대표를 횡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주변 사람들을 조사한 뒤 알선수재 혐의로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이 구속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은 최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5년의 재판 끝에 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13년 2월 15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시민운동가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이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미경 대표가 3월 13일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ESG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의 주요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미경 대표가 3월 13일 ‘서울환경영화제’, ‘그린보트’, ‘ESG 리더십 과정’ 등 환경재단의 주요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당시 재단도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지요.

“압수수색은 물론이고 서울시와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았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어요. 그러자 검찰은 별건수사를 통해 최열 대표를 옭아맸어요. 사실 이전부터 ‘MB 쪽에서 가만히 안 놔둔다, 손볼 놈 1등이 최열이다’라는 이야기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저희에게 들어왔어요. 촛불시위로 국정운영 동력이 꺾인 이명박이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낸 최열 대표를 환경단체 재갈 물리기의 본보기로 삼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재단이 용케 버텼군요.

“보통 그렇게 되면 단체가 문을 닫아야 해요. 그런데 환경재단은 압수수색을 당하면서도 2008년도 모금액이 전혀 줄지 않았어요. 5년간의 재판 중에는 모금액이 오히려 늘었고요. 대법원 실형 확정 후에도 줄지 않았어요. 기획사정이었음을 다들 알았던 거예요.”

-환경재단 후원 기업은 현재 몇곳이고, 모금액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후원사는 500여곳이에요. 한해 모금액은 지난해 79억원이었고, 올해 100억원 정도 계획하고 있어요. 20년간 누적 모금액은 1000억원이에요. 그중 980억원을 사용했어요. 인건비 등 경상비로 15%를 쓰고, 나머지는 지원금과 사업비로 사용해요.”

환경재단의 1호 사업은 2003년 시작한 장학사업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석·박사 과정을 지원해준다. 지금까지 수혜자가 100명이 넘는다. ‘서울환경영화제’와 ‘그린보트’, ‘4차 산업혁명 리더십 과정’도 주요사업이다. 이중 서울환경영화제는 2004년 시작했으며 매년 6월 5일 환경의날에 개막한다. 매년 30여개국에서 단편·장편·다큐·드라마 부문에 수천편이 출품된다.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과 전국의 해양 및 환경단체와 함께 하는 ‘지구쓰담 캠페인’도 각각 2019년과 2020년 시작했다.

-서울환경영화제 작품들을 초·중·고에서도 상영한다고요.

“16개 교육청 협조를 통해 학교에서도 출품작들을 상영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19만3000명의 청소년이 영화제 기간에 학교에서 작품을 관람했어요. 올해부터는 환경영화를 학교에서 교재로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에요. 또 환경재단은 ‘그린아카이브’라 해서 출품작을 저장해 다양한 영상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유한 작품이 400여편이에요. 열람이나 대여, 상영회 개최와 지원 등을 통해 매년 1만여명의 시민이 보고 있어요.”

-올해는 몇 작품이나 출품됐습니까.

“3800편이에요. 단편은 자체적으로 심사하고 장편은 외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예심을 거친 후 영화제 기간에 본심을 해요. 대상작은 폐막식 때 상영하고요.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와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뭐냐는 직원들의 질문에 <플라스틱 오션>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답했어요. 최 회장은 넷플릭스를 통해 봤지만 그 영화는 2018년에 이미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에요.”

-코로나19 타격은 없나요. 특히 크루즈 환경연수 프로그램인 ‘그린보트’는 아예 배가 못 떴을 텐데요.

“그린보트는 2020년부터 2년간 멈췄어요. 하지만 영화제는 오히려 관람객이 전년 대비 2020년도에 10배나 늘어 20만명이 봤어요. 지난해에는 45만명이 봤고요. 코로나19 위기에 맞춰 2년간은 온라인 영화제로 열었기 때문이에요.”

최근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 면적의 35%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대표는 울진과 삼척 현장을 직접 돌아봤다. 그 참혹함에 속울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는 “담뱃불도 조심해야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 가뭄이 심해져 나무가 바싹 마른 상태였던 것도 산불이 크게 번진 요인”이라며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한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산 위에 빗물을 자연친화적으로 저장해 산불 발생 시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가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방법으로, 4월 5일 국회에서 관련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에 기후환경 분과가 없어요. 문재인 청와대에서도 사회수석비서관실 산하에 기후환경비서관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활동이 파리협약에 사인한 거예요. 이것이 국제사회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탄소 감축은 이제 모든 국가수반의 핵심 어젠다예요. 그런 만큼 새 정부가 국가안보와 안전, 외교, 경제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 다뤄주기를 바라요.”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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