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포인트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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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라는 선거를 거쳐 새 대통령을 뽑았는데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차기 정부를 향한 기대보다 염려가 더 커집니다. 48.56% 대 47.83%입니다. 1, 2위 간의 표차가 불과 24만여표에 불과합니다. 역대 가장 근소한 표 차이라는 박빙의 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진영 대 진영이 불꽃을 튀기며 맞붙은 형국입니다. 격전을 치른 만큼 승자의 감격은 크고 패자의 속은 더 쓰리겠지요.

[편집실에서]0.73%포인트 차이

절반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는데 온 국민의 마음을 얻은 양 기고만장해서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하지는 않겠지요.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 상식에 기반을 둔 정치를 하겠다, ‘내로남불’은 없다, ‘양당독재’ 개선하겠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과거보다 미래로 나아가겠다 큰소리를 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태도를 바꿔 ‘그 나물에 그 밥’ 행태를 되풀이하며 논공행상에만 몰두하지는 않겠지요. 기우이길 바랍니다.

두가지만 바랍니다. 우선,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 여론조차 오롯이 받아안지 못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무엇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막판까지 고민하게 하고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불러왔는지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마지못해 ‘2번’을 찍은 유권자들은 없을까, 찬성표 속에 숨은 복잡한 민심도 잘 살펴야 합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의 시간입니다. 어퍼컷 세리머니는 내려놓고 지금부터 뭘 할 것인가, 뭘 보여줄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옥석가리기’를 주문합니다. 격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눈물겹게 고마운 ‘공신’들도 있었을 것이고 이가 갈리도록 미운 ‘적’들도 만났을 겁니다. 내 사람을 챙길 거냐, 상대편까지 끌어안을 거냐. 당선인의 선택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48.56%’라는 숫자의 의미를 과잉해석해 ‘내 식구들’만으로도 충분히 국정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오판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통합한답시고 아무한테나 덥석 손을 내미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 보여주기식의 ‘깜짝인사’가 아니라 누가 봐도 능력 있고 명망 있는 인사를 수소문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합니다. ‘내 편’도 마찬가지입니다. ‘핵관’들이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의 화학적 결합 여부에 물음표가 달리는 순간, ‘허니문’은 고사하고 차기 정부는 커다란 시험대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쪽도, 저쪽도 수긍할 수 있는 적임자들을 적재적소에 얼마나 잘 배치할 수 있느냐가 당선인의 진정성과 정권의 수권 능력, 나아가 향배를 좌우합니다. 당장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인수위 면면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겠지요.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진정 퇴임할 때 더 큰 박수를 받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길 바랍니다. 아껴둔 당선 축하의 박수는 그때 몰아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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