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제는 공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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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세상의 중심을 흔든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공간을 기억하게 하고, 공간을 중히 여기게 만들었다. 집값이 요동을 치고 자율자동차가 도시공간에 등장을 하고, 비트코인도 디지털공간에서 가치를 만들었다. 모두 공간에서 나온 소동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공간은 산스크리트어로는 상하, 좌우, 전후의 세 방향으로 가는 빈 곳을 말한다. 라틴어로 공간은 장소, 거리, 간격을 의미한다.

2020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거리가 한산하다. / 연합뉴스

2020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거리가 한산하다.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사상적인 좌우가 더욱 극명하게 분리되고 계층의 상하가 더욱 분명해진다. 사태의 전후가 더욱 분별이 된다. 격리되면 정해진 장소에서 사회와 거리를 둬야 한다. 사람 사이에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과 서방동맹, 러시아와 중국은 이제 더욱 거리가 멀어지고 서로 다른 장소와 공간에서 살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작금의 전투 소동은 동서진영 간의 간격 벌리기의 시작이고 신호탄이다.

연결의 계절이 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달려온 시간은 ‘연결의 계절’이었다. 정보화 사회는 연결의 시너지로 오늘의 수평적 소통과 교류의 세상을 만들어왔다. 정보와 사람, 물류의 이동속도가 빨라진 것도 연결의 힘이다. 그 끝에서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도 보았다. 정보연결로 누구나 디지털 주소가 있고 도메인이 있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 집적의 데이터는 다시 나의 활동과 이동의 한계이자 언행의 그림자가 된다. 범위의 경제(economic of scope)라는 단어도 그 사이에 고개를 들었다.

다시 공간이 주목을 끈다. 이는 필시 연결의 지나침이 가져온 과오의 수정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다시금 장소의 분리와 사람의 격리, 관계의 분절(segmentation)이 필요해진 것이다. ‘연결사업’의 승리자로 보이던 페이스북이 어느 날 회사 이름을 ‘메타 플랫폼스’로 바꿨다. 연결사업의 한계를 느끼고 메타버스의 등장을 보면서 ‘공간사업’으로 날아간 것이다. 지난해 9월만 해도 360달러를 넘던 주가가 올해 2월에는 거의 반 토막에 가까운 200달러에서 오르내린다.

시중에 많은 휴먼 네트워크 사업의 형태나 프랜차이즈 사업이나 대리점 사업 등도 모두 연결 비즈니스다. 개인사업의 인맥 영업이나 방문판매 등도 대략 소개와 중개에 의한 연결사업이다. 시류로 보아 모두 장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포맷이 ‘포럼(forum)형 사업’이라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어느 지역이나 사람들의 공간에 던지는 초점 없는 행동이지만, 누군가의 반응이 오고 다시 공감을 만들고 다음의 관점을 예상해보고 어떤 주의를 형성해 가고, 공동의 가치형성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럼형 사업이라고 한다. 사회운동가들이 이슈를 던지거나 신진 정치인들이 작은 정당을 만들 때 이런 ‘전략적 행동’을 주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강조되는 건 도시 산업공유 공간과 개인활동 및 주거의 공간이다. 요즘 공간은 도시(space)와 개인(room)으로 대별되는데, 이제 동시에 이 2가지가 사회적인 욕구로 등장한다. 정치인들이나 행정가들이 주목해야 한다.

도시공간과 개인공간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메가시티로 승격돼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한다. 과거에는 서로 그렇게도 분리하고 싶어하던 큰 도시들이 서로 형편이 어려우니 이제 합치려 한다. 지역통합의 본질을 완수하려면 부·울·경은 지역공간의 통합개념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특히 도시 내 공단의 노후화로 유휴 산업공유지가 곳곳에 있는 부산이나, 장차 이런 노후된 유휴 산업공유지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울산·창원·거제 등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신개념 공간통합으로 접근한 도시공간의 재생과 지역활성화 정책이 시급하다.

서울과 수도권 도시 간의 고속철도망 건설이 갑자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모두 서울 주요 도심과의 연결 가치 상승이 필요해 당장은 시간 단축을 강조한다. 결국은 서울 도심의 공간이 갖는 집합 유인가치가 수도권 도시들과의 통합적인 공간가치 공유로 여겨져야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일정한 서울 도심 공간가치 요소를 수도권의 연결 포인트 지역에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에 가장 요긴한 공간은 대학 캠퍼스다. 대학은 그러나 지금 학생수 감소의 위기를 맞고 있어 장기적으로 캠퍼스의 공허화가 우려된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가면 도시가 대학에 바짝 근접해 융합을 통해 새로이 발달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과 드렉셀대학 사이에 붙어 있는 작은 도시지역이 문화와 지식, 연구, 주거의 개념으로 통합한 공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서울도 연세대, 홍익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도보로 20분 이내 근거리에 있는 신촌 일대를 공간통합의 개념으로 서울시가 재창조한다면 엄청난 효과가 기대된다. 청년주택, 신혼주택, 벤처기업단지, 레지던스, 기술개발연구소, 문화예술 공간, 인문공감 환경, 자연과학실험 공간, 상업창조 공간 등의 융복합 공간구조가 절실한 지역이다.

주식의 관심도 공간이다. 반도체, 2차 전지, 메타버스, 게임콘텐츠 등이 신개념 공간경제의 핵심 요소들이다. 정보기술, 에너지기술, 문화 연출기술 등이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도시, 지역, 동네, 자동차, 주택, 도시, 항공기, 선박, 공원, 학교 등이 소중하게 다시 부각될 것이다. 스타벅스는 카페 공간의 운영 아이디어로 일찍이 큰돈을 벌었고, 에어비엔비 창업자들은 남의 빈 공간으로 돈을 벌었다.

정책 진일보 필요

선거를 앞두고 주택 및 도시 공약이 난무한다. 특히 젊은 MZ세대한테는 도시생활과 주택의 개인주거 공간, 미래산업과의 공유된 창업 공간 등의 확보가 절실하다. 공간 선진화 문제에는 국가의 개입과 재정지원, 특단의 정책집행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특히 도시공간의 재창조 정책을 진일보시켜야 한다. 임대료나 집값, 가구당 소유 여부나 계층대립도 중요한 어젠다다. 서울과 수도권, 부·울·경, 광주와 전남, 대구와 경북은 물론 중부권에서도 대전, 청주, 세종, 충남북의 공간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코펜하겐은 우븐시티(woven city)라는 개념으로 도심 거리마다 그물망 같은 상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사양길에 접어든 자동차산업으로 어려워진 디트로이트는 큰 건물과 큰 건물 사이로 모노레일을 연결해 공중의 도시공간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의 계절병으로 접어들었고, 팬데믹 사태는 우리를 더욱 확연히 ‘공간의 계절’로 안내하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도 정치체제보다는 국토공간으로의 새로운 이용관계 설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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