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하나의 실체로 보지 않기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최근 1년간 중국인 2명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만난 중국인 교수와의 대화 주제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였습니다. 샤오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던 그는 “샤오미가 좋다”며 자국 제품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웃으면서 호응했지만 뭔가 뒷맛이 개운하진 않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애국주의에 경도돼 있다’는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을 확인시켜주는 장면 같았기 때문입니다.

[취재 후]중국을 하나의 실체로 보지 않기를

두 번째로 만난 중국인은 예술가였습니다. 저와 공유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는 “중국이든 한국이든 경쟁이 심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국사회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수민족을 억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예술가를 만난 뒤 ‘중국’을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56개 민족, 14억 인구로 구성된 중국을 뭉뚱그려진 하나의 실체로만 평면적으로 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스스로 되묻게 됐습니다.

지난 호 ‘표지 이야기’의 주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확산하고 있는 ‘반중 정서’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반중 정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국인 중에도 중국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만들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한국사회에 소개하고 양국이 연대할 수 있는 ‘마주침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사회운동도 강하게 탄압하기 때문에 이런 연대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8월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를 펴낸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씨의 말입니다.

“일본이나 대만과는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려 있는데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과는 쉽지가 않다. 우리가 중국 시민사회와 접촉하기 어려우니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과 우선 무엇이라도 해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런 노력을 쌓아가다 보면 아무리 틀어막아도 조금씩 틈이 생기겠지요.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운동이 중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취재 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