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인터뷰 “가상발전소에서 흩어진 전력 모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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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의 안정적 관리가 탄소중립 시대의 과제로 부상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를 내야 하는 동시에 날씨의 영향으로 발전량이 달라지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커지면 전자제품 가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한 경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할 때 우리나라 전력망은 60㎐의 주파수를 유지한다.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의 이름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상징한다.

에너지 IT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가 1월 4일 서울 삼성역 위워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에너지 IT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가 1월 4일 서울 삼성역 위워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제주에선 2020년 풍력발전이 77회 멈췄다. 지난해 전남 신안군에서는 태양광발전소가 3차례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전력망의 안정성이 위협받는다면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화석연료 발전의 가동을 줄이는 것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식스티헤르츠가 제공하는 가상발전소다. 식스티헤르츠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햇빛바람지도’에서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 예측치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난 1월 4일 서울 삼성역 인근 ‘위워크’에서 김종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력시장이 중앙집중에서 분산화로 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 기술의 역할은.

“기존의 체계는 대규모 화력·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높았다. 지금은 발전소 관리의 패러다임이 작은 발전소를 묶어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무선통신 인프라가 발전해 계량기와 센서에서 데이터를 받아 인공지능 기술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발전소가 이상 없는지 판정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를 소개한다면.

“간단히 말해 IT 기술로 소규모 분산전원을 연결해 관리하는 기술이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기차, 스마트 가전까지 포함한다. 최근 가상발전소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도는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이다. 소규모 분산전원을 가상발전소로 모아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다. 이전 전력시장은 큰 발전소가 몇개 있는 시장이라 복잡한 상황이 덜 일어났는데 지금은 국내 태양광발전소만 10만개를 넘었다. 큰 회사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운영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전문성 있는 사업자가 필요해졌고, 그 역할을 전력중개사업자가 맡게 됐다. 전력중개사업자가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라고 말할 수 있다.”

-가상발전소가 출력제한 해결에 도움이 되나.

“출력제한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특정 시간대에 전력이 남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 전 혹은 3일 전에 언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남는지 알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끄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전기가 남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연료비도 드는 화석연료 발전소들의 가동을 줄일 수도 있다.”

-기상 데이터로 예측의 정확도를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나.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6GW 정도 모아 예측하면 하루 전 발전량 예측 오차가 3% 이하로 나온다. 현재 한국에선 하루 전 발전량 예측이 중요한데 꽤 정확하다. 한국은 기상기술이 괜찮은 국가라 그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하면 상당히 정확하게 나온다.”

-미계량 태양광 예측도 정확하게 할 수 있나.

“미계량 태양광은 전력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태양광발전소인데 이들은 규모가 작다는 특징이 있다. 단독주택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중에는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발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게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계량기를 설치해 관리하면 되지만 설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지금 당장 내일 혹은 현재 국가 전체의 태양광 발전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건 전력망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태양광 비중이 높아지면 더 중요해질 문제이다. 계량기 설치가 안 됐지만 위치와 용량 정보만 있으면 기상정보를 근거로 현재 발전량을 추정할 수 있으니 그 데이터를 활용해 미계량 태양광발전량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에너지 분야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한가.

“공공데이터가 생각보다 많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예를 들면 태양광·풍력발전소와 연결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많은데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송배전망 정보의 경우 유럽은 어디랑 어디가 연결돼 있는지 지도 위에 세부적으로 다 나온다. 한국은 그런 정도의 정보는 주지 않는다.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자는 어떤 곳에 설치해야 송배전망과 잘 연결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용량이 꽉 찼다면 연결을 못 한다. 지도를 펴놓고 여유 있는 곳에 한번 개발해볼까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은데 지금은 주소를 입력하고 연결돼 있다, 아니다 정도만 확인할 수 있어 비효율적이다. 이런 정보를 세세하게 줘야 민간에서 입지정보 분석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전이 직접 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이런 정보를 독점한다면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발전량 예측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발전량 예측을 잘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가 지난해 10월 생겼다. 발전량 예측 정산금 제도라고 하는데 하루 전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자들이 내일 발전량이 얼마나 될지 시간별로 예측을 해 신고를 하고 그게 정확하면 정산금을 받는 구조다. 발전량 예측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다만 보통 발전소를 소유하신 분들은 IT 조직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발전량이 넘칠 때 전기를 쓰면 오히려 수익을 얻는 ‘플러스DR’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량이 남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는 V2G(Vehicle to Grid) 사업도 출력제약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기차는 도로 위에서는 운송수단이지만 주차장에 있을 때는 배터리다. 그러니 에너지가 남을 때 (플러스DR로) 대폭 할인된 가격에 충전하고 모자랄 때는 방전을 하면서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여지가 상당하다. 자동차 회사는 대규모 ESS를 보유한 회사가 된다. 테슬라는 발전사업도 직접 하고 태양광 패널도 생산한다. 전기차는 에너지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큰 성장이 기대된다.”

-도시의 소규모 태양광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전기를 공급받아야 중간에 손실이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서울에 원전을 짓기는 어려움이 있으니 태양광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신축건물 옥상에는 거의 무조건 태양광발전을 짓도록 하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 옥상은 사실 굉장히 아까운 공간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축건물에는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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