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윤, 지지율 반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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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위 해체·김종인과 결별… 본인 리스크 극복이 관건

‘회심의 승부수’일까, ‘뒤늦은 고육지책’일까.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했다. ‘다시 시작’을 강조한 윤 후보는 실무형 선대본부 체제로 개편을 선언하고, 선대본부장에 4선의 권영세 의원을 임명했다. 이로써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는 ‘완전히’ 결별했다. 다만, 갈등상황에 놓였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는 극적 화해를 하며 다시 한 번 ‘원팀’을 이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월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대선까지 남은 60여일 안에 지지율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제게 시간을 좀 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에게 닥친 위기는 선대위 문제가 아닌 본인의 발언, 가족 의혹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쇄신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인만 떠나면 해결될까

출범부터 삐걱댔던 국민의힘 선대위가 끝내 좌초했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대위 개편 방안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선거 관련 조직의 축소다. ‘매머드’, ‘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선대위를 선거대책 본부를 중심으로 단출하게 재편했다. 산재해 있던 여러 ‘본부’는 ‘단’으로 바꿔 선거대책 본부 산하에 편입시켰다. 다만 정책본부는 별도로 존치시켜 후보 공약 개발에 집중하게 했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이 김 전 위원장이 주장한 ‘총괄상황본부’ 중심의 선대위 재편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도 “매머드 선대위는 내가 처음부터 얘기한 것 아닌가”라며 “선대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자고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개편안이 쇄신을 주도할 인물, 기구만 바꾼 ‘김종인 없는 김종인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실상 인적 쇄신을 주장해온 김 전 위원장을 배제한 것이 가장 큰 개편이라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후보가 발표한 개편안에서 조직을 바꾸고, 전략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다 말장난”이라며 “핵심은 결국 김종인과의 결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 방식대로 해서는 중도나 2030세대를 잡을 수 없다는 김종인·이준석 측과 윤 후보 주변 인물들 사이의 전략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지점은 2030세대의 지지율 회복이다. 윤 후보 스스로 선대위 개편 명분을 “청년세대가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뛸 수 있게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실무형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6일 저녁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갈등을 봉합하기 전까지 윤 후보와 윤핵관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까지 남은 60여일 동안 이 대표와 윤핵관이 앙금을 풀고 완전한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또 갈등과 이탈, 극적봉합을 반복하며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재합류가 실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대의가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이벤트는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며 “기분이 나쁘면 뛰쳐나가는 당대표와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공들여 영입한 인재라도 내치는 후보의 재결합은 선거용 이벤트 이상의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선에서 윤 후보가 패배하면 분란을 만들어온 이 대표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적당히 타협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당내 의원들에게 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았다. 만약 갈등을 그대로 둔 채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곤두박질친다면 그의 당대표직 유지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월 5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월 5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윤 후보가 처방전으로 들고나온 게 선대위 개편 카드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정말 선대위에만 있을까. 원인을 잘못 진단하면 엉뚱한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 이른바 ‘본인 리스크’를 언급하는 배경이다.

국정운영 능력 보여줄 수 있을까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윤 후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능력 입증과 비전 제시’다. 윤 후보는 그간 잇단 실언과 모호한 정책 답변 등으로 스스로 기대치를 낮춘 측면이 있다. 이에 더해 그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토론회를 사실상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자신감과 실력’ 측면에서도 의구심을 키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가 승리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비판받았던 ‘무능력’과 반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국정운영 능력’ 기대치도 오히려 이 후보가 앞서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토론회 거부 비판을 의식한 듯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하며 “캠프 실무진에게 법정 토론 이외의 토론 협의에도 착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서더라도 지지율 반등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 교수는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오히려 윤 후보는 본인 리스크를 인정하고,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를 포함한 각 분야의 능력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반전 계기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후보 교체 논의만 모락모락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2등을 한 홍준표 의원의 발언이 새삼 주목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의힘 내부에서 후보를 교체하는 것보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최진봉),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의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대의보다 선거전략으로 보일 수 있어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신율)이라는 등의 전망이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후보가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반등을 위한 양날의 칼을 손에 쥔 것과 같다”며 “이제는 내부 갈등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비전 제시에만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겸손한 태도로 임한다면 반등의 기회가 한 번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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