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욱 부산 동구청장 “북항 재개발로 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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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준비합니다. 부산 미래 대표도시 동구’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을 인터뷰하러 가는 KTX에선 부산 동구를 홍보하는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부산의 미래 대표도시 동구라…. 부산 출신들에게 ‘동구’와 ‘미래도시’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다. 부산 동구는 중구, 서구와 함께 대표적인 원도심이기 때문이다.

부산 동구청 제공

부산 동구청 제공

사실 부산 동구는 역사가 깊다. 무엇보다 부산(釜山)이라는 지명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해변에 증산이라 불리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바다에서 보면 마치 솥뚜껑(釜)을 엎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 자그마한 포구였던 부산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6·25전쟁 직후에는 피란민들이 산복도로로 밀려들었다. 그중에는 국민화가 이중섭도 있었다.

1980년대 이후 부산 동구는 여느 원도심이 그렇듯 빠르게 공동화로 치달았다. 쇠퇴하기만 하던 동구가 반등의 계기를 잡은 것은 북항 재개발이었다. 부산역에 면한 재래부두를 전면 재개발하는 이 사업은 부산의 역대 최대개발사업으로 불린다. 수년 내 많은 마천루와 문화·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해운대 혹은 인천 송도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변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우려도 있다. 북항 재개발의 낙수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원도심과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부산역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최형욱 청장은 “북항의 고층 주거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해양경관을 독점하게 되면 원도심 주민들의 조망권마저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북항 개발로 얻은 수익이 원도심에도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구청에서 최 청장을 만났다.

-청장 임기 마지막 해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한 75점 정도 되지 않을까? 80점은 너무 우수하고. 아직도 못한 것들이 있다. 공약이행률이 75%쯤 된다. 주민들이 공약이행률을 감안해 그 정도 점수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경제에 보탬에 되도록 한 것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총 430억원을 발행했는데, 전액 지역에서 소비했다. 기초지자체는 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이 도시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서 불편한 것들을 찾아내 하나둘씩 제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혁신대상을 수상했다. 민원기동팀이라는 제도를 둬 민원이 들어오면 즉각 119 출동하듯이 출동해 현장 파악하고 소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면 즉각 해결해주거나 1주일 안에 어떻게 민원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피드백해주는 제도인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1500건 이상 주민 민원을 해결했다.”

-예를 들면 어떤 민원이 있었나.

“대표적으로 버스 교통정보 안내시스템을 설치한 거다. 또 부산 동구가 고령형 도시이다 보니 비탈진 경사가 많은데 여기에 미끄럼을 방지해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인도가 없는 길에는 인도를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다.”

북항 조감도 / 부산 동구청 제공

북항 조감도 / 부산 동구청 제공

-과거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오래 했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됐나.

“맞다(웃음). 보좌관 6년, 시의원 8년을 했다. 행정은 충돌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주차단속도 해달라는 민원과 하지 말아달라는 민원이 서로의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한다. 그 이해관계를 어떻게 적절히 소통해가며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구청이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기초지자체의 역할이다. 얼마 전에 재건축 때문에 쫓겨나야 하는 세입자의 집단 민원이 있었다. 쉽지 않았지만 시공사를 직접 만나 통 크게 해결했다. 구청장 집무실 문을 항상 개방해놓고 있는데, 언제든 주민들이 필요로 하다면 만남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행정 성과가 좀 나오나.

“부산 동구는 전국 자치구 중 65세 이상이 가장 많다. 출생률이 가장 낮은 곳인데 이번에 출생률이 8위가 됐다. 고령화 지수도 몇단계 개선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서 자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동구에 12개 동이 있는데 동별로 어린이놀이터 하나씩 만들고 있다. 실외놀이터를 만들 수 없으면 실내놀이터라도 만들고 있다. 네군데를 조성했는데, 수정산 쪽에 좀 큰 규모의 신개념 놀이터를 조성 중이다. 통학버스도 운영하고 있는데 광역시 차원에서는 우리가 거의 처음일 거다. 도심 외곽에서 운행하는 통학버스는 있지만 도심 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일단 2개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다. 출생률이 낮고 인구가 적으면 폐교가 늘고, 통학 거리는 길어진다.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가 불편하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구는 원도심이 많아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도시재생을 하려면 부동산 취득과 매매를 잘 알아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를 별도로 뽑아 운영하고 있다. 문화기획을 위한 문화기획전문관과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재생전문관도 뒀다. 신도시처럼 잘 짜인 도심이 아니고 오랜 기간 누적돼 생긴 문제가 많기 때문에 풀기가 쉽지 않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90억원 규모 도시재생기금을 조성했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서울 중구, 종로구 등 각 도시를 보면 중심에 있는 원도심은 오랜 기간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도심은 오랜 기간에 걸쳐 퇴락해왔다. 단기간 내 예산을 투입한다고 확 바뀌지 않는다. 1년 단위로 사업을 하면서 1년 단위로 예산을 확보하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재생기금을 조성했고, 장기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폐가 정비나 사회주택 건립 같은 거다. 최근 1700억원 규모의 좌천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유치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통과했고, 곧 착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구의 이바구길은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2010년 산복도로르네상스를 할 때 그 첫 사업을 초량 중심으로 전개했다. 그때 만든 길이 초량 이바구길이다. 산복도로르네상스는 전액 부산시비로 연간 150억원씩 10년간 15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지만 한계도 많이 드러냈다. 예산사업의 한계인데, 거점을 지어놓고 나면 끝이었다. 나중에는 유지 관리하는 데 비용이 뒤따르게 됐고, 지역주민들의 삶과 유리됐다. 이바구길2.0은 거점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뛰어넘으며 주민들의 삶과 함께 가는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구성해 본인들의 경제재생까지 하는 거다. 도시재생은 단순한 공간재생뿐 아니라 경제재생, 문화재생까지 결합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16년간 방치해온 부산진역 폐역사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있다. 시민마당으로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동구가 가진 뷰포인트를 확대하려 한다. 이바구길에는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있는데 명란을 베이스로 여러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명란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몇군데 가게가 생기면서 지역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웹툰이바구길 / 부산 동구청 제공

웹툰이바구길 / 부산 동구청 제공

-전통시장을 웹툰과 접목한 성북전통시장 웹툰길이 인상 깊었다.

“만화체험관은 황미나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복원했다. 성북시장 웹툰은 젊은 작가들이 그렸다. 인근에 있는 좌천초, 좌성초 등 2개교가 폐교했다. 이중 좌천초교를 매입했는데 이곳을 주민 어울림파크로 만들 생각이다. 여기에는 문화예술 관련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일종의 스튜디오도 넣고, 필요하면 청년작가들을 위한 주거공간도 넣을까 한다. 이러면 성북웹툰시장의 만화체험관, 만화카페, 책마루전망대, 좌천 어울림파크가 5분 거리에서 묶이는데 이곳을 창작 공간화하려고 한다. 좌천초 지하에는 100대의 차량이 들어가는 주차장을 조성해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쓸 예정이다. 이 지역을 젊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활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북항 재개발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북항의 80%가 동구에 속한다. 1단계 사업으로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영상미디어지구, 복합사업업무지구, 복합환승센터, 행정복합타운 등이 들어선다. 2단계로 들어가면 제일 큰 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다. 현 부산역 좌측의 5부두를 부산세계박람회 장소로 쓸 예정이다. 55보급창 7만평도 환수받아 시민체육공원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문제는 자칫하면 북항과 원도심 사이가 부산역으로 막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으로 사람들이 북항과 원도심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산역 지하통로를 만들어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방법도 있지만 부산역 좌측 편으로 초량천이 지나간다는 게 문제다. 아예 부산역을 부산진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역에서 부산진역까지는 철도시설을 걷어버리면 지상으로 연결할 수 있어 복잡하게 지하를 파네, 안 파네 얘기할 것도 없어진다.”

성북 전통시장 웹툰길 / 부산 동구청 제공

성북 전통시장 웹툰길 / 부산 동구청 제공

-부산에 최근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면서 산복도로에서도 바다가 안 보인다.

“전국에서 70층 이상 건물이 가장 많은 데가 부산이다. 북항 업무지구에도 70층짜리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업지구라 용적률이 1000%다. 이렇게 되면 산복도로의 바다 쪽 전망이 현저하게 안 좋아진다. 산복도로에 사는 분들은 그래도 넓은 바다 보는 거로 살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난해부터 (부산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항재개발지역을 ‘누구나 슬리퍼 신고 가서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금 상태라면 중심사업업무지구에도 레지던스(주거시설)가 다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일부 사람들이 해양경관을 독점하는 일이 생긴다. 이건 안 된다. 애초에 북항 개발은 시드니모델, 두바이모델 등 2가지 안이 있었다. 지금은 시드니처럼 친수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두바이처럼 금융·지식산업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아파트가 즐비한 제2의 센텀시티가 된다. 여기는 부산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친수공간이다. 우리는 반대한다. 부산시가 이미 건축허가를 다 내줬고, 구청이 막을 방법은 없더라. 돈이라도 내놓으라 했다. 모두 300억~400억원을 기부받아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건강센터 등 필요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두군데 착공했다. 후속 협의가 되는 대로 산복도로 주민들을 위한 기초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복도로에는 1인 노인들이 많이 살 텐데.

“산복도로는 1인 가구가 40%가 넘는다. 대부분 고령자다. 만약 이분들이 요양병원에 가면 그 집 자체가 빈집이 된다. 산복도로는 구릉형이어서 계단이 많고, 어르신들이 생활하기에 주거여건도 굉장히 열악하다. 산복도로보다 교통이 편한 곳에 사회주택을 지으려 한다. 사회주택은 어르신 여럿이 함께 모여 살되 개인 공간을 보장하는 형태다. 커뮤니티룸을 별도로 둔다. 이러면 간호사나 복지사가 이분들 건강을 체크하는 것도 쉬워지고, 어르신들도 의료서비스를 받는 게 편해진다. 산복도로를 북항에서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꾼다면 훨씬 활기가 돌 거다. 도심형 타운하우스 개념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사회주택은 부지가 나는 대로 매입하고 있다. 안창의 9세대는 거의 완공했다. 좌천초 29세대는 도시재생기금으로 관련 부지 매입이 끝났다. 여유가 되는 대로 많은 사회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줬더라. 재정적으로는 부담스럽지 않나.

“아마 우리 구가 제일 선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준 곳 중 한 곳일 거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안 하면 된다. 취임하자마자 부채 제로를 만들었고, 재정안정화기금도 100억원 조성했다. 내가 사업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재정 운용을 탄탄히 하니 비교적 빚 없이, 심지어 조금의 재정 여유를 가지고 각종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적은 예산을 가지고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이 많다. 공폐가 정비, 노후 슬레이트 지붕 교체는 우리가 제일 많이 했을 거다. 재래식 화장실. 수세식 만드는 것도 구비 6억원 안에서 지원한다.”

-구청장이 보는 동구의 미래는 어떤가.

“부산에서 가장 쇠퇴한 구였지만, 북항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도시 브랜드를 바꾸는 등 장기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다들 ‘해운대 해운대’ 하는데 교통편의로는 동구가 최고다. 다음번 동구를 찾으면 확 바뀐 모습에 놀랄지 모른다. 대선주자들에게도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할 예정이다.”

<박병률 경제부장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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