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좋은 일 하고 욕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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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부터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보증금이 붙는다. 세계 최초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회용 컵 보증금은 1개당 200~300원 선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소주병 보증금이 100원, 맥주병은 130원인데 일회용 컵이 최소 200원이라고?’ 그렇다. 유리병과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컵의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더욱 의아한 금액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오늘을 생각한다]좋은 일 하고 욕먹기

2018년 기준 한국의 카페 시장 규모는 세계 3위(유로모니터)다. 미국 261억달러, 중국 51억달러, 한국 43억달러, 일본 40억달러 순으로 인구가 한국의 2배인 일본보다 카페 시장이 더 크다. 당연히 일회용 컵 사용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의하면 한국의 테이크아웃 컵 사용량은 연간 84억개에 달한다. 카페 매출액 규모가 10여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지만, 덩달아 늘어난 폐기물 처리 비용은 판매자도, 소비자도 부담하지 않았다.

빈 병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소주병·맥주병 등의 회수율은 97.9%, 그중 재사용·재활용 비율은 87%다. 회수된 빈 병은 평균 8회 정도 세척 후 재사용된다(일본 28회, 독일 50회). 반면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들고 다니면서 마시다가 ‘아무 데나’ 내려놓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쳐도 5%는 너무 낮게 잡은 게 아닌가 싶겠지만 이는 환경부 추산이다. 함정은 ‘분리배출=재활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보증금 제도의 핵심은 일회용 컵 분리배출·분리수거가 아니라 ‘표준용기’ 사용에 따른 재활용률 제고에 있다.

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2 제2항에 따라 환경부 장관은 용기의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빈용기보증금’이 적용된 제품에 사용된 용기 중에서 규격이 통일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기(표준용기)를 지정할 수 있다. 즉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되면 어느 카페나 동일한 재질의 컵을 사용하게 되며, 염료에 의한 재활용 품질 저하 및 염료에 의한 중금속 성분 문제 때문에 일회용 컵 표면의 인쇄는 지양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모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욕먹게 생겼다.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때문이다. 보증금 적용 사업장을 가맹점 수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사업자와 운영 매장 100개 이상인 사업자로 한정해버렸다. 환경부는 매장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만 적용하더라도 재활용률을 37%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리병 재활용률의 절반도 안 되는 목표로 보증금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나머지 57억개 일회용 컵은 어쩌란 말인가?

제대로 된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 무단투기를 근절할 수 있지만, 엉터리 시행령대로 가면 3분의 2는 여전히 거리에 나뒹굴 것이다. 윤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의 취향 때문에 보증금 제도에서 배제된 개인 카페가 역차별당할 수도 있다. 보증금 제도는 보편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환경부는 부디 결자해지하라.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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